살아 보니, 진화 - 변한 것, 변하고 있는 것, 변하지 않는 것 33한 프로젝트
이권우 외 지음, 강양구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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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면 나도 '노년기'에 접어든다. 마음은 이팔 청춘인데, 벌써 노안이 왔다. 책을 읽고 인용문을 치는데 안경을 썼다 벗었다 애를 써야 한다. '노안'이 이처럼 불편하고 고달픈데, 전반적인 몸의 쇠퇴인 '노쇠'는 또 얼마나 더 불편할지 가히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 나보다 십 년 더 살아낸 고참들은 어떤 조언을 해줄까. 이모작 인생을 준비하고 있거나 노년기를 대비하려는 이들이라면 환갑을 막 넘긴 60대 선배들의 말이 어쩌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진 말자. 이들은 60대를 장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매우 애매한 나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여기 환갑을 맞은 세 명의 이씨 후손이 모였다. 이른바 '환갑삼이'다. 도서 평론가 이권우, 천문학자 이명현, 생화학자 이정모가 당사자들이다. 환갑삼이 대담 프로젝트의 기획자는 40대 과학 기자 강양구이고, 50대 진화학자 장대익이 진화의 키워드를 이용해 추임새를 넣는다. 마침 장대익은 나랑 같은 세대이고 개인적으로 저자의 친필 서명을 받은 적이 있어 친근감이 든다.

《살아보니, 진화》(사이언스북스, 2023)는 환갑삼이가 지역의 작은 책방과 도서관 등을 돌며 전국 강연회를 펼치는 와중에 귀한 시간을 쪼개 짬짬이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대담 주제는 나이 듦의 의미, 죽음, 진화론과 창조과학, 인공 지능의 충격파, 공감의 반경, 평생 교육의 화두 등이다. 환갑삼이는 세대가 같고 끊임없이 공부해 온 지식인 작가일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원하고 필요할 때 배울 수 있는 '긱 아카데미'의 신봉자들이다. 공부엔 때가 없다지만 사람의 수명은 유한하기에, 나이가 들수록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가령 이권우는 남은 여생의 핵심 연구과제를 '원시유교'로 정했다고 술회한다.

진화론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창조론이다. 기독교 진영의 과학자들이 내세운 '창조 과학'은 사이비과학이다. 내가 처음 '창조 과학'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선생님 때문이었다. 선생들의 종교에 관심이 그닥 없지만, 그 분은 분명 열혈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생물이나 화학, 물리를 전공한 한국의 과학자들 가운데 창조 과학을 여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들이 인지 불균형을 피하는 방책은 진화론에 대한 생략이나 어색한 침묵이 아닐까. 또한 자연과학을 전공한 이들 가운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정작 읽어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도 좀 신기했다. 제발, 기본적인 과학 교양서는 좀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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