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THINKING 현대의 붓다, 유지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한 모든 것 최준식의 메타 종교로 가는 마지막 춤 3
최준식 지음 / 주류성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교를 넘어선 종교가 메타종교다. 내가 보기에, 비교종교학자 최준식이 지향하는 메타종교는 조직화되거나 제도화된 종교와 결이 다르다. 불교나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제도화된 세계종교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 저자가 말하는 메타종교는 '종교'보다 '영성'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저자는 깨달은 각자의 의식 수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데,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인물로 켄 윌버와 인도의 영성가 유지 크리슈나무르티를 꼽는다. 저자는 유지 크리슈나무르티를 '현대의 붓다'로 높이 평한다. 유지가 근현대에 존재했던 성자 가운데 가장 강렬한 깨달음을 체험한 분이며, 그의 가르침이 용수 보살의 '중론' 사상과 통하는 급진적인 '영적 테러리스트'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지의 삶과 사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유지는 종교인들과 명상가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신념들, 즉 신이나 자아, 깨달음, 환생, 사랑 등에 관한 생각을 모두 뒤집는다. 특히 영적 깨달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인도 출신의 이름난 명상 구루들을 두루 비판하고, 아울러 '영성 쇼핑'에 중독된 소비자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운다. 유지는 열반과 같은 깨달음 같은 건 없고, 명상 수련은 허섭스레기라고 비판한다. 유지는 말그대로 반구루적 인물이다. 그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어떤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고 제자들로 조직을 만들지도 않았으며 일정한 거주지도 마련하지 않았다.

평소 명상과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독자라면, 유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또다른 세계적인 명상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다. 저자는 지두와 유지를 서로 동기감응할 수 있는 영적인 쌍둥이로 간주한다. 비록 지두가 유지보다 훨씬 연장자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가르침은 공통점이 많다. 다만, 지두의 가르침이 보다 긍정적이고 분석적이라면, 유지의 가르침은 보다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성향이 크다는 차이를 보인다.

유지는 사십 대 후반에 쿤달리니 에너지의 폭발을 경험한다. 일주일 동안 몸의 에너지 중심인 7개의 차크라가 뚫리는 경험을 하는데, 일단 쿤달리니 에너지가 폭발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쿤달리니 폭발과 동시에 몸에 이상 징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령 안이비설신 다섯 개의 감각에 모두 변화가 일어나고, 심지어 몸이 자웅동체로 변화하는 것까지 겪는다. 쉽게 말해서, 쿤달리니 에너지 폭발로 육체의 모든 화학 구조가 변하는 것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쿤달리니 폭발 체험을 한 사람은 보통 3일 내로 죽는다고 하는데, 유지는 살아남았다.

불가에선 중생이 일으키는 생각이 번뇌라고 말한다. 번뇌는 크게 세 가지다. 감각적 욕망의 번뇌, 존재의 번뇌, 무명의 번뇌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유지는 생각이 인간의 모든 고통과 악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생각만 그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요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마음의 소멸'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생각의 소멸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생각이 그치려면 우리의 이마 한 가운데 위치한 여섯 번째 차크라인 아즈나 차크라가 깨어나야 한다. 생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아즈나 차크라의 각성인데, 이게 깨어나려면 유지처럼 쿤달리니 에너지가 폭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가. 그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비록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종교 의례들과 명상 비법들이 있지만, 유지는 그런 인위적인 방법들이 아즈나 차크라 각성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헛짓이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