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 - 2023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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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가 없는 자유는 특권이자 불의이다. 자유 없는 사회주의는 노예와 야만이다." 미하일 바쿠닌의 아나키즘의 정수를 담고 있는 명언이다. 그래서 혹자는 바쿠닌의 아나키즘을 '자유사회주의'로 평한다. 일반적으로 바쿠닌의 아나키즘은 연방주의, 상호주의, 코뮌주의, 공동체주의, 자유주의, 무신론, 유물론 등이 특색이다. 내가 보기에, 서구 사회주의의 삼대 유형은 아나키즘, 코뮤니즘, 사민주의다. 아나키스트의 시각에서 볼 때, 코뮤니즘과 사민주의는 국가주의, 즉 국가의 권력과 권위를 수용하는 국가사회주의 노선이다.

근대 아나키스트의 대표적 인물은 프랑스의 프루동, 러시아의 바쿠닌과 크로포트킨 등이고, 현대 아나키스트의 주요 인물로는 역사가 하워드 진,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와 법학자 박홍규를 꼽을 수 있겠다. 박홍규 전 영남대 교수는 지난 30여년 간 대중들에게 아나키즘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진지한 아나키스트다. 이 책 《오월의 영원한 청년 미하일 바쿠닌》(틈새의시간, 2023)은 19세기 '집산주의 사회적 아나키스트' 바쿠닌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한 국내 최초의 평전이다.

저자는 바쿠닌을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치 사회를 구성하여 사는 것을 이상으로 추구한 아나키스트"로 높이 평한다. 특히 영국의 역사가 E. H. 카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바쿠닌과 아나키즘을 향한 여러 중상모략을 지적하면서, 바쿠닌의 사상과 운동을 보다 객관적으로 조명하려는 저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바쿠닌과 마르크스의 갈등과 대립은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주로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사회주의 운동사에서 문제시되었다. 그 속에서 펼쳐진 논쟁과 상호 비방, 인신공격, 중상모략은 대단히 복잡하고 일면 추악한 부분도 있다."(24쪽)

아나키스트는 국가, 교회, 자본에 반대하는 사회혁명가다. 평등을 중시하기에 제도화된 권위와 사회적 위계화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중시하기에 일당 독재와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자연과 존엄을 중시하기에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참고로 저자는 본인이 추구하는 아나키즘의 핵심 사상을 '자유ㆍ자치ㆍ자연의 삼자주의'로 압축한 바 있다.

"17세기 서구에서 시작된 국민국가의 관료제는 기업조직에 들아가 수직적인 권력조직을 형성하여 제국주의를 낳고 세계를 지배했다. 19세기에 바쿠닌을 비롯하여 아나키스트들은 그러한 수직적 권력조직을 해체하고 수평적인 자유 평등 사회를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384쪽)

청년 바쿠닌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가운데, 나는 1840년대 베를린 대학 시절에 주목했다. 당시의 베를린 대학은 마치 급진적 사회주의자를 양성하는 '호그와트'와 다를 바 없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강했다. 120년 후, 1960년대 파리8대학이 프랑스 진보 지성의 센터였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 26살의 바쿠닌은 헤겔주의자 카를 베르더의 강의를 들었다.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 독일의 사상가 프리드리히 엥겔스 등도 베르더의 수업을 들었다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막스 슈티르너는 베를린에 있는 청년헤겔학자들의 학술모임 '프라이엔(자유인)'에 참여했다. 하지만 바쿠닌은 이들 헤겔 좌파와 깊은 유대를 나누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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