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 흔들리고 지친 이들에게 산티아고가 보내는 응원
손미나 지음 / 코알라컴퍼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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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곧은 길'이다. 걷는 길이 양의 창자처럼 꾸불꾸불해도 순례길은 굽은 길이 아니라 언제나 곧은 길이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언제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방송인 겸 여행작가 손미나는 2022년 5월 23일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이 책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거야》(코알라컴퍼니, 2023)는 스페인이 제2의 고향인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감상과 길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단 책 표지를 보면, 산티아고 순레길이 '곧은 길'이라는 내 얘기가 바로 체감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레길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다. 성 야고보의 스페인어 이름이 산티아고다.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곳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이고, 로마, 예루살렘과 더불어 세계 3대 가톨릭 성지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프랑스 길, 포르투갈 길, 북쪽 길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저자가 선택한 길은 가장 많이 알려진 카미노 프란세스, 일명 프랑스 길이다. 남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라는 마을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가 나바라, 리오하, 카스티야 이 레온, 갈리시아를 거쳐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킬로미터의 코스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영혼이 젖어 드는 특정 장소가 있다"고.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는 오래 전부터 저자의 버킷리스트 단골 메뉴였다. 결행까지, 이십 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산티아고 길을 언제 걸을 것인지는 당신의 선택이 아니다. 그 길은 때가 되면 당신을 부를 것이다." 저자는 40일 동안 산티아고 길을 걸었는데, 일본인 사진작가 레이나와 청년 영상감독 이지환이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순례자의 다리가 무거워질수록 영혼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산티아고 길의 모든 순간은 고행이면서 힐링 그 자체였다."

저자는 순례자와 순례길의 관계가 결코 일방통행의 독백이 아니라, 서로 내면의 속 깊은 대화를 주고받는 양방향 관계라고 강조한다.

"나는 순례자들이 그 길 위에서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얻어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걷는 이들도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그 안에서 무르익는 생각을, 수많은 사연과 감정, 에너지를 그 길 위에 내려놓는다. 그것은 일종의 '작은 씨앗을 심는 과정'이며 길과 나누는 속 깊은 대화이다."(78쪽)

그렇다, 길에서 순례자들이 서로 '부엔카미노'라며 축복의 인사를 나누듯,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순례자들도 내딛는 매 걸음마다 순례길과 그런 축복의 인사, 고해와 위로, 용서의 기도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그게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 감동과 위로, 힐링과 치유의 성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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