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라는 두 일본인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책의 내용을 살피기 전에 우선 이 두사람에 대한 이해없이는 책내용을 알기가 어렵다
먼저 다치바나 다카시.역자의 소개글에서 인용한다.
그는 인류가 이룬 모든 지식을 한 몸에 삼켜버리겠다는 듯이 탐욕적으로 읽어 내고,
또 삼킨 것들을 잘근잘근 소화시켜 폭포처럼 쏟아 내는 그의 저작들을 보고 있자면 매번
그 왕성한 지식욕에 주눅이 들면서도 동시에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지의 거인'이라 불린다.
사토 마사루.
그는 지의 괴물이라 불리우는데 도시샤대학신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외무성에 들어간 후
러시아에서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주러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구소련의 정계,경제게, 학계등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여 주목을 받았다. 귀국후에 러시아의 일본북방 4개섬반환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먼저 2개섬부터 반환받고 추후 나머지를 논의하자는 러시아측의 제안에 동의하였으나 일본우익의 극렬한 반대로
4개섬반환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2002년 협상대표였던 스즈키 무네오의원의 부패스캔들에 연루되어
본인은 무죄라고 주장하였으나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에 4년형을 선고받고 외무성을 그만두게 된다.
사토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 관료조직의 경직성, 일본 정치의 후진성, 언론의 선동성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사회적 발언을 거침없이 토해내어 외교 비평과 시사평론을 하면서 논객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는다.
이런 두 사람은 서로가 많이 다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근대국가 일본에 대하여 탐사 저널리스트로서 고착화된 거대 권력을 해체하고자 하는
시대의 지성인 반면 사토 마사루는 기본적으로 천황제 지지자이고 국가주의자이다. 독도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끌고 가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기독교는 독약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두 사람이 아래의 주제들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독서란 무엇인가
지(知)의 전체상을 파악하자
20세기는 과연 무엇이었나
가짜에 속지 않는 법
진정한 교양응 해독제가 된다
위 큰 주제에 관하여 또 다시 네 다섯개의 소제목을 통해 몇 페이지에 걸쳐서 나누는 대화가 기록된다.
한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대화는 오고가지 않는다. 대신 한 마디 말을 할 때마다 그 근거인 책이름이
술술 나온다. 두사람이 각각 자신의 책장에서 100권씩을 추천하고 서점에서 각각 100권씩을 추천하여 총 400권이 공식적으로
추천도서로 소개가 된다. 게다가 대화중에 나오는 책까지 합하면 대략 500권의 책이름이 줄줄 나온다.
이 책의 미덕은 온갖 주제에 대하여 막힘없는 대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그 이유를 우리가 구경꾼으로서 보는 즐거움이다.
보통의 독서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책, 특히 인류가 인정한 고전은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어떠한 독서방향을 갖고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향타가 될 수 있는 점이다.
끝으로 둘이 서로 모든 주제에 대하여 이견을 표출하지만 서로가 비판하면서 동의하는 부분이 바로 교양에 대한 것이다.
다치바나는 교양이 ' 인간 활동 전반을 포함한 이 세계의 전체상에 대한 폭넚은 지식'이며
'개인의 정신적 자기 형성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이념의 총체'이지만 빵을 위한 학문이 아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모르면 부끄러운 지식의 총체'라고 하는데 비해,
사토 마사루는 위 말을 인정하되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 사상이 갖는 독약같은 것에 버틸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에
교양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교양이란 지금 자신이 어떤 미지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이기에
마르크주의와 기독교라는 독약을 해독하는 힘이 바로 교양이라고 한다.
다치바나를 좋아하든지 사토를 좋아하던지는 각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책이름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책의 소화성은 각자의 몫이니 말이다.
다만 교양인이 되어야 겠다는 느낌만 이 책을 읽고 느낀다면 이 책의 효용성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많은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책을 읽은척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할 것이다.
지의 정원/다치바나,사토/박연정옮김/예문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