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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착한 남자 콤플렉스'라는게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남자는 응당 이래야 한다고 하여 그 의무감에
짓눌려서 어쩌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략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특히 처자식)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남한테 꿀리지 말아야 한다.
아내앞에서 울어서는 안되고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더욱 안된다.
경제적 무능력은 남자로서의 존재감마저 없게 만든다.
가부장제가 강고한 사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하여 많은 차별을 받았고
따라서 여성해방은 인간해방으로도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발전되었다.
이런 생각은 분명히 올바른 생각이고 향후 남녀는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로
서로가 서로를 돕는 사이로 변해야 할것이다..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남자 특히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나 경제적능력이
아버지가 갖는 최우선의 능력이고 이 능력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나
주눅들고 사람구실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을 착한남자콤플렉스라고도 하는데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의 눈물'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루었다.
능력은 있지만 사회적성공을 하지 못한 주인공은 근무하는 연구소의
공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다가 날리게 되어 곤경에 빠진다.
이에 더하여 지방대학에 들어간 큰아들은군대를 다녀와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
일류대학에 들어간 작은 아들과는냉냉한 관계이고
더욱이 믿고 의지할 아내는 돈돈돈만 주장하며 남편의 무능력을
질타만 한다.
목숨을 끊어 공금횡령을 덮으려고 하다가 친구가 빌려준 돈으로 그 횡령건은
덮게되나 근무하는 연구소의 첨단기술을 빼돌리는 산업스파이짓을 하게 되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끝을 내서는 안되겠다고 자수하게 된다.
친구의 자살로 ' 사람으로서 죽을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남은 이가 마지막 순간에도 분노를 삭이지 못해 처참해지는 그것만은
아니 할 수 있도록 하게 해 달라" 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젊은 날의 열정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
'
비겁했다. 가장 치열한 시대를 헤쳐 왔다는 우리가 과연 치열한 삶을 살기는
한 것인가? 질주하듯 내달리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치열했다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또한 결국 의미없는 허둥거림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거부하고 부정하고 싶었던 그것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꼬락서니인가?" 라고
자책을 하게 된다.
결국 목숨을 걸게 되는 과정이
" 말로만 치열한 인생이었을 뿐 한 번도 목숨 건 결연한 의지로 살아 본 적 없었다. 그저
입으로만 지껄이며 막연한 기대 속에 남의 눈치나 살피고 비루하게 살아온 삶에 그나마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차라리 축복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고 생각한 것이고
나중에 자수를 하는 것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였던 것이다.
더 이상은 누추하고 비루한 삶일 지언정 비겁한 삶은 안되겠다고 한 것이다.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느끼는 삶의 무게와 어깨에 드리워진 책임감에서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의지할 데가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질문을
저자는 하고 있다.
그 답은?
결국 가족이고 마누라와 자식이라고 , 암팡진 마누라의 속내도 알고 보면 따뜻한게 있고
겉도는 자식들도 한발만 앞으로 나서면 그 깊은 속내을 알수 있다고.
서양식가족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족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미국식
사고가 아니라 그 동안 멀어져 왔던 가족을 말한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미우나 고우나 그저 처자식이 최고여!
우선 믿어봐! 그리고 마음을 열어! 라고 저자는 우리 아버지들에게 이야기 한다.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 , '인생 생각대로 되면 나도 벌써 이짓 그만뒀을 거요"라고
말하는 경찰관의 이야기와,
'삶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추억이라 이름 짓는 모든 것들도
그 끝에 이르러 봐야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는 법이다"의 저자 이야기를 이해하여야 한다.
이 소설의 독자는 우선 이 땅의 아버지들이겠지만
그보다는 이 시대의 마누라들(내가 남편이기에 보다 정겹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니 양해바람)이
읽어야 할 거 같다.
도통 남편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아내들이여,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을 보라.
그러면 대략 견적은 나올 것이다.
아버지의 눈물 / 김정현/ 문이당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