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해항로 민음의 시 161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시집의 서평이란게 참 어렵다.

 

대개 시라는게 쉽지 않은 생각도 크고 뭔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도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이유야 많겠지만 이 시인의 자서(自序)에서도 이야기 한바,

 

"결국 시는 한 줄이다. ....나와 너, 초(秒)와 분(分), 불과 재, 붉음과 푸름,

잎과 열매들, 발톱과 이빨들, 우연과 필연들, 지구 위의 강목과속, 저 우주의 변주곡을

한 줄로 압축할 것...." 을 보면

 

결국 시란 온 우주와 지구와 인생과 자연의 모든 것을 한 줄로 표현해내야 한다는 것이니

얼마나 우리네가 이해하기 어렵겠는가. 그렇다고 하여 시 읽기를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직무유기 일 터!

 

'요즘 웬만한 길흉이나 굴욕은 잘 견디지만

사호한 일에 대한 인내심은 사라졌다.

................................

비루해, 비루해, 남의 살을 씹는 거, (몽해항로 2 -흑해행)을 보면

 

옹졸해지는 자신을 보며 살아 있는 것의 비루함을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는 계속 된다.

 

"여름밤의 이 불청객

품성이

저속한 것은 짐작했다.

 

남의 피 빨며 산 것,

가난 때문이라고 변명하지 마라.

네 본색이다.

그렇게 살지 마라! " (모기 전문)

 

"비굴했다.

평생을

손발 빌며 살았다.

빌어서 삶을 구하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남루! (파리 전문)

 

사는게 힘들고 비루하고 남루하다고 하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취객의 토사물에

달라붙는 중생(衆生)

함부로 비웃지 마라.

먹고 사는 일은

숭고한 수행(修行),

장엄한 일이다" (비둘기 전문)

 

"사는 것 시들해

배낭 메고 나섰구나.

노숙을 고달프다.

알고는 못 나서리라,



아득한 길들!" (달팽이 전문)

 

에서 보이듯 삶은 비루하고 남루하지만,

그 길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함부로 비웃을 일이 아니고 장엄한 일이라고 새로이 정의한다.

 

따라서 시는 다른 지경으로 나아간다.

 

".......................

.....................

초년 운은 축이고

말년 운은 회돌이다.

....................

.....................

속수(俗手)에 당하다니!

..................

.....................

전체를 놓치고 부분에 집착한 탓,

이기는 법은 단순하나

지는 이유는 천 가지다.

 

행복은 단순하고

불행은 복잡하지 않던가.

거울의 뒷면 같은 진실,

더 큰 진실일수록

잘 보이지 않는다." (바둑 시편 중에서)  의 시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의미는

 

" 다리 밑에서 동네 남정네들이 모여

개를 잡고 있다.

무자비했다.

개 비명이 우레 같다.

 

이런 세상이구나!

이런 세상을

피안인 듯 살았구나!" (초복 전문)   과 함께

 

"..................

...................

어제는 문상을 다녀오고,

오늘은 돌잔치에 다녀왔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

............................" (몽해항로 5 -설산 너무 중) 으로 삶을 이야기 하면서 결국에는

 

 

" ...............

.......................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어,

좋은 것들은

늦게 오겠지, 가장 늦게 오니까

좋은 것들이겠지.

아마 그럴 거야.

아마 그럴 거야." (몽해항로 6 -탁란 중)  의 시로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일들에 대한 기대를 품은 채

이 시인의 시집이 마무리 된다.

 

총 59편의 시는 시인이 자서에서 말한

" 시는 한 줄이다. ....그렇다. 한 줄의 기적에 닿지 못하고 사산되는

문장들이 태반이다.

이 시집은 불임과 사산으로 사라진 문장들을 기리는 레퀴엠이다." 의 구체적 표상이다.

 

시인의 나이가 50중반에 들어서 지난 날을 돌아보는 의미로 써왔다는 출판사 소개글에서도

짐작했듯이 살아온 날에 대한 기억과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가 혼합되어 있는 시이기에

59편의 시는 찬찬히 한 시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시들이 개인의 삶에만 초점이 맞추어 있으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터!

시들은 시종 우리네 현실인 4대강과 대운하 이야기 , 낙산사 동종이 녹아내리고

숭례문이 불타는 상황과 우리의 삶을 버무려서 노래한다. 

 

결국 좋은 날들이 올거라는 믿음을 노래한다.

 

나도 그렇게 좋은 날이 올거라는 믿음을 시 몇구절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갖게 된다.

 

"시는 아직 오지 않은 참되고 선하며 아름다운 것들을 지금 여기로 불러들이는

사랑의 방식이어야 한다" 는 해설자의 말은 그래서 옳다.

 

시 몇편을 따로 따로 읽어 본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한 시인의 신작 시집을

통째로 읽어본게 얼마만인지 나 자신에게 부끄럽다.  반성하게 되는 나 자신을 또 발견한다.

 

몽해항로/ 장석주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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