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에 맞서다 - 누구나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
유아사 마코토 지음, 이성재 옮김 / 검둥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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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의 핵심적인 모순을 보려면 사회로부터 내몰린 주변인들의 존재를 통해서

그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길이다.(로베로 카스테/프랑스 사회학자)

 

동경대법대를 졸업하고 반빈곤운동에 뛰어들어 활동을 하다가

이제는 일본민주당정권의 국가전략실의 정책참모로 빈곤문제를 정책적으로

수립 ,제안하는 저자인 유아사 마코토가 2008년 초에 쓴 이책이 검둥소의 번역으로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저자는 먼저 일본사회의 빈곤의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가 활동하였던 '모야이'라는 단체에서 상담활동을 하면서 접하게 된

넷까페 빈곤층과 노숙자등이 어떻게 빈곤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당사자들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나이가 20대부터 40대후반 50대도 있다)

인생역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결국 빈곤에 이르게 된 과정이 '자기책임'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빈곤은 사회의 문제이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의 주장은 개인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이고 그것은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것이다라는 일반적 좌파의 주장으로 치부할 수 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으며 그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빈곤은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 먼저 빈곤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여야 하겠다.

 

저자는 빈곤이 단순히 경제적인 소득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의 빈곤에 대한 개념을

우리에게 정리하여 준다.

 

예를 들어보자.

 

[신장 장해로 투석 치료가 필요한 사람 A는 그러한 장해가 없는 사람 B와

같은수준의 생활을 하려면(같은 '기능'을 달성하려면") 그 핸디캡 때문에 B보다도

더 많은 소득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A는 B보다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데도

A쪽이 오히려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자유를

센은 '잠재능력의 결여'라고 표현한다.]

 

[뉴욕 할렘에 사는 주민의 소득이 방글라데시 사람으 평균 소득을 웃돌고 있는 것은

일본 홈리스들의 소득이 아프리카 최빈국의 평균소득을 웃돌고 있는 것처럼

의심의 여지가 없다. UN이 '절대적 빈곤'이라고 말하는 하루 1달러보다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 홈리스는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빈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생활상의 바람직한 상태(기능)을 달성할

자유(잠재 능력)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없는 외딴섬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는데 사용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

보다도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돈이 없어서 국민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결과, 자격이 취소되어 사실상

의료 기회를 박탈당해 버린 사람들과 같다. 의료에 관한 선택 사항을 빼앗기고 있는 점에서

둘 다 기본적인 잠재능력을 빼앗깃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빈곤'이라고 아마티아 센은 말한다라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위 책의 내용은 아마티아 센의 저작 '자유로서의 발전' ' 불평등의 재검토'를

참조하기 바람 -본인 주)]

 

이상에서 이야기한 잠재능력 즉, 생활상의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는 자산을

 저자는 일본식으로 '다메'라고 표현한다.

다메는 저수지라는 개념으로 빈곤을 이겨나가는 학력도, 기술도, 도와주는 가족도,

잘곳도 먹을것도 없는 것을 다메가 없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일본이 이렇게 된것이 예전부터 그러하였다고 하지 않는다.

일본은 오랫동안 3중의 안전망으로 빈곤문제를 방어, 해결하여 왔으나

이것이 무너져 버렸다고 한다.

 

첫째는 고용안전망으로 평생직장등의 형태로 이루어진 직장이 있었는데

신자유주의정책을 급속하게 펼친 자민당정권의 영향으로 정규직이 없어지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게 되어 직업을 구할수 있는 일자리자체가

줄어들었다.

 

둘째는 사회보험안전망으로 후생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등이 있었으나

이것도 비정규직의 증가로 와해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비정규직은 초기에는 사회보험에

가입할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고용법이 경단련이나 기업측의 요구로 변질되어 '등록형 일용파견'

의 형태로 바뀌게 되어버렸다고 한다. 즉 항시고용이 아니고 날품으로 파견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어버렸다고 한다.

 

셋째는 공적부조 안전망으로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하향조정되고 삭감하고있기에 극단적인상태에 몰린 빈곤층이 살아갈수 있는 여지도 없게 만들고 있다.

 

 

빈곤한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의 상태도 없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태에서

빈곤층은 5중의 배제를 당하는데

1) 교육과정에서의 배제

2) 기업 복지에서의 배제

3)가족복지에서의 배제

4)공적 복지에서의 배제

5)자기 자신에게서의 배제의 상태로 가게 되는데 5)의 배제 상태는

자포자기의 상황이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빈곤'이 보이지 않는다는데에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빈곤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있기에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정치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빈곤하지 않은 사람들은 빈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의식할 수 없고

빈곤한 사람들은 자기의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기에 문제가 문제로 나타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빈곤문제는 먼저 인정을 하고 이해를 하는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하고 있다.

 

빈곤이 왜 사회문제가 되어야 하는가?

 

빈곤은 한 사회의 건강성의 척도이고 건강하지 않는 몸은 결국 죽게 되듯이

건강하지 않은 사회는 결국 붕괴되어 버린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빈곤으로 전쟁의 문제도 제기한다. 먹고살기 위해 자위대에 입대하거나

미국에서 빈곤층을 교육기회제공등으로 미군에 입대토록 하는 것을 지적하여

전쟁방지를 위해서도 빈곤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 그럼 어떻게 이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저자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민이라는 것은 국가의 활동과는 별개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필요를 느끼고

이를 자주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 회사원, 노동조합원, 가족구성원, 지역 구성원과는 다른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여,

 

상담과 언론 매체를 통한 빈곤의 환기가 시민의 사회활동영역이라고 한다.

 

따라서 각종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반빈곤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법률가와 의사등의

전문가와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야만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너무 단순하다고? 실제로 매우 광범위한 활동과 연대를 통해 결국 저자는 정권교체의

디딤돌을 놓았으며 현재는 정권에서 이 문제의 정책적해결을 담당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커다란 네트워크를 결성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이 책은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빈곤이 개인적 자기책임이라면 기업의 경영자나 정치가는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할 헌법적가치를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기에 그 책임을 물어

퇴진시키는 것이 합당하지 않는가하고 묻고 있다.

 

이 책은 260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현장에서부터, 밑으로부터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사례의 구체성과 근거자료의 엄정함이 매우 돋보인다.

 

빈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문제는 개인인 너야!"하는 이야기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정치가와 기업가의 위선을 고발하고 그에 대항하는 활동가들의 행동지침까지를

한번에 포괄하여 우리에게 '희망'을 전달해주는 책이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6월에 있다. 특히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은 최소한 이 책은

읽어보고 나서 어떤 정책적 공약을 할지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할 책이라고 본다.

 

또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바라보고 그 모순과 해결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기에 차고도 넘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빈곤에 맞서다/유아사 마코토/검둥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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