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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김형경은 지난 2001년부터 <사람 풍경> ,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과 <천개의 공감>을 통해정신심리학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왔고
상실과 애도의 문제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좋은 이별"을 이번에 펴내었다.
먼저 저자의 용어정리에 따르면
'슬픔'은 "내면에 깃든 생각과 감정을 의미"하고
'애도'는 "슬픔의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상태"이며,
'애도 작업'은 " 슬픔을 표현하는 행위뿐 아니라 슬픔과 관련된 감정의 단계를
거치면서 심리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통틀어 이른다'고 한다.
즉, 슬픔을 느끼고 애도를 통해 애도 작업으로 나아가서 결과적으로 그 슬픔을
몸과 마음으로 극복해내는 과정을 애도작업이라 하며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잘 해야 하는가 ,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를 본인의 이야기와 수 많은 연구서와 또한 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저자 본인도 많은 상실을 겪었고
본격적으로 정신심리치료를 꾸준히 받았던 자기체험을 이야기 하기에
이 책은 절절한 자기고백서이기도 하다.
전달과 고백만 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처방전까지 요점정리 하듯
책 갈피갈피마다 적어놓아 읽는이들에게 맞춤처방전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게 정리하였다. 이제 간단히 책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슬픔을 느끼는 대상을 보통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로 한정하는데 비해 저자는 보다 넓게 바라보고 있다.
슬픔의 원인을 한마디로 '상실'이라 이야기 한다.
상실은 여러가지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 원하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나아가 이데올로기, 본인이 올바르다고 믿었던
사상까지도 포괄적으로 포함하여 그에 대해 '이별'을 하는 것을 상실이라 한다.
생의 한 시기에 온 힘을 다해 몰두했던 꿈, 목표, 이데올로기와 연극배우들이
혼신을 다한 공연을 끝냈을 때, 시험에 몰두한 이들이 시험에 합격하거나
불합격하거나 했을 때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으로 상실을 바라본다.
이 '상실'을 겪게 되면 사람들은 충격, 마비, 부정 ,부인, 공포, 불안, 환상, 미화,
이상화 하기, 자기 성애, 죄의식,조울증, 자기 파괴등의 현상을 겪게 되며
이것을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 슬픔을 받아들여 ,
통곡하기, 승화, 자기표현, 독서, 용서, 참회 ,분리 ,통합, 내면화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을 저자는 프로이트의 리비도의 개념을 빌어 사랑을 리비도의 투자,
이별을 리비도의 회수라 하였는데 이 책은 그 개념을 기반으로 먼저,
리비도를 거두어오는 일은 빌려주었던 책을 돌려받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사랑했던 것들이 떠난 후에도 리비도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한동안 상대방을
향해 흘러가기에 그것을 그리워하고 찾아다니고 고통스러워 하는 과정을
겪게 됨을 자세히 설명한다.
다음으로는 잃은 대상을 마음에서 포기하고 바야흐로 리비도를 거두어온 상태를
얘기하고 끝으로 리비도를 회복과 변화를 위해 사용하는 단계를 이야기 한다.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 사상이나 종교, 철학까지도 나에게서
상실되었을 때 그 이별을 제대로 애도한 후에는 스스로 건강한 몸과 마음이
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내가 만들어지게 된다는 마지막이야기는
늘 언제나 한결 같지 않은 인생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변화하여야만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이 인생아니겠는가 하는 조언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장점은 이별과 애도의 심리에 관한 많은 연구서와
문학작품을 간접적으로 읽는 재미가 있다.
즉, 개인의 수 많은 구체적인 상실의 상태를 이 책하나로 극복해 내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각자에게 적절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값어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좋은 이별/김형경/푸른 숲 2009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