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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은선 지음 / 예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은(銀)을 뜻하는 라틴어 아르겜툼에서 유래된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남쪽의 칼라파테, 이과수 폭포까지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는 여행기인줄 알고 읽기 시작하였으나...
여행기는 여행기이나 그 구성은 일반 여행기와 너무나 달리 매우 독특한 여행기이다.
남미로 이민가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식 민박집을 운영하는 OJ여사의 인생이력이 희미하게
비춰지는 가운데 네명의 한국인이 그 곳에서 민박을 하면서 빚어내는 인생이야기가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관광지를
함께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인생과 자연, 삶과 사랑을 이중으로 변주한다.
열렬한 운동권여자와 결혼하였으나 그 여자는 완전히 현실에 타협하고 나중에는 기러기아빠가 되어
온 재산을 미국으로 보냈으나 그마저도 없어 사채업자의 돈을 빌린 후 도망온 남자. 그는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알을 지키다가
나중에는 새끼들에게 온몸을 뜯겨먹히면서 새끼들을 살리는 수컷 가시고기의 운명을 자기운명이라 믿고 살아가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된다.
불륜과 막장드라마 작가는 세상이 싫고 남에게 관심도 두기 싫어하다가 표절의 논란에 도피하듯
그곳으로 스며든다.
무지무지하게 잘나가는 외식업인테이어전문가로 멋진 외모와 부로 남부러울것 없었으나 한 여인과의 사랑을 찾아
그녀가 있는 아르헨티나로 무작정 오게 된 남자와, 최고의 대우와 파워를 자랑하던 프로사진작가가 포커스조차 맞추지 못하는
재능의 소진에 괴로워하다가 그것을 잊어버리고자 찾아온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들에게 OJ여사는 말한다.
"여기, 지구 반대쪽 끝가지 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으려 들거나, 아니면 모진 마음을 먹고
뭔가를 버리려 하거나. 어느 쪽이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거지.""
그리하여,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기대할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얘기다.
그걸 알게 되는 순간 포기는 쉬워진다.
포기는 불행이 우리를 감쌀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사면초가의 불행일지라도
그것을 감당하고 나면
전망 좋은 방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는 작가의 말에 위로를 받으며,
체에 거르고, 다시 거르고, 또 거르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겨우 미세한 금빛이 보인다.
모으고, 다시 모으고, 또 모아야....
미세한 사금은 황금의 형태를 찾기 시작한다.
불에 녹아, 다시 녹아, 또 녹아서....
황금은 귀중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우리의 만남도 이러하듯.
켜켜이 쌓여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쉽게 찾은 만남은 모래성같이 허무하게 무너진다. 며 사람과의 인영과 사랑을 바라보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 끝이라면, 정말 끝이라면, 그건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사랑에 실패하고 결혼에 실패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인생에 실패한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를 채워주게 된다고 지은이는 이야기 한다.
또한,
세상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못 다한 말을 보낸다.
그러면 그것은 지구의 반대편에 전달되고
다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메아리에 반응하는 순간,
불완전한 것은 완전한 것으로 다시 시작된다. 고 우리에게 속삭인다.
더불어 책갈피 갈피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남미의 유명관광지를 자세히 찍은 사진들이
주인공과 함께 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읽는 독자는 두배의 즐거움으로 이 책을 보게 만든다.
한 때 잘나가던 영화마케팅일을 하다가 영화흥행실패로 삶의 바닥을 경험하던 지은이가
실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민수네'민박집에서 에너지충만감을 얻어 귀국한 경험을 토대로 쓴 이야기이기에
더욱 현장감이 와 닿는다. 그 민수네의 주인공은 현재 국가대표 농구선수겸 SK에서 뛰고 있는 '김민수'이며
그 어머니는 김민수가 영구귀국하여 함께 살고 있는 현존인물이다.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정은서/예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