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둘째아이와 대학입시 원서쓰는것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 풀에 제가 지쳐 먼저 버럭 화를 내고 야단치고 그 다음에는 서로 감정이 상한 채로 결국 결론을 못내고 이야기를 끝내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평상시 타인과 이야기 할 때 제가 가진 생각을 커다란 어려움 없이 말로 잘 표현을 합니다. 혹자는 그래서 저에게 말을 잘 한다 라고도 이야기 합니다. 듣기에는 좋은 이야기 이지만 그 말의 내면에는 " 너는 말만 잘 한다" 라는 뉘앙스도 숨어있음을 느낀적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저와 생각이 다른 것을 느끼면서 " 왜 저런 그릇된 생각을 하는 걸까?" 하면서 그 생각을 바꾸고(?) 변화시켜야만 되겠다는 생각을 하여 그 사람과 논쟁이란 것을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답답함에 안타까움을 느낀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한적도 있었습니다.

 

'유정아의 서울대말하기강의'는 일반인들이 말하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

 

'말이란 ? 타인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함께 일을 도모하거나 놀고 자신을 점검하고, 그래서 자신에게서 해방되는 소통의 수단이다.'

 

자신에게서 해방된다는게 무엇일까요. 자기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남이 나를 바라보는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타인을 바라보고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자기를 감싸고 있는 허위와 거짓과 술수를 깨트리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서의 해방이지요.

 

그 다음에는 말에 나의 진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남이 말할 때 진정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내 말이 타인에게서 진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는것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특히 설득의 대화를 할 때 중요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적일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느껴질때에야 마음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그 진정성중의 하나가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고 함께 감정이입까지 가능하도록 동조하는 듣기의 기술입니다. 내 말도 잘 안들어주는 사람의 말을 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실제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논리적인 말보다는 진정성이 담기고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배어있는 말들이 서로간에 소통이 될때 비로소 말을 잘 하게 된다는 거지요. 일상적인 대화를 하더라도 이러한 태도가 논리가 정연하고 청산유수처럼 말하는 것보다 조금 어눌하더라도 소통이 더 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위의 대화법은 대개 여자들이 잘 하는 말하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여성들의 말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통이 원활하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기 거북하게 느끼는 남성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여자들은 공격적이기 보다는 방어적이며 강요보다는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식의 대화를 많이 합니다. 여성들의 말투를 배우자! 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런 태도를 배우자는 것으로 이해해야겠지요.

 

 우리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책이 주는 교훈을 써먹으려고 하였지만 단시간에 되지는 않더라구요.

저도 제 말에서 공세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강조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아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보다는 너는 나중에 뭐가될래? 어떻게 살래? 와 같은 강요의 질문이 앞서게 되고 그 애가 고민하는 것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 책은 이와 함께 연설과, 대담, 토론과 인터뷰등에서 갖추어야 할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논리적인 이야기를 할때 상대의 논리로 나의 논리를 펼쳐나갈 때에만 설득력이 있다고 한것에 밑줄이 쳐지게 되는군요.

 

그러나 이 책을 관통하는 요지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타인을 또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진정성을 갖고 예의를 갖추어 배려와 이해를 말하기의 토대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말하나 하면서 웬 철학적인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철학이 별거겠어요?

 

인생을 어떻게 사나를 말하지 않고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그래서 말하기가 철학이 되는거겠지요.

 

노자56장의 知者不言 言者不知 라 하여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글이 아니 말이 부족한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것이 아니냐고 부족함을 표합니다만,

저자의 약력이 서울대사회학과를 나와 방송아나운서생활을 오래한 후 서울대에서 말하기 강의를 5년째 한 것을 책으로 엮은것의

결과물로서는 매우 겸손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첨언하여, 요즘 언론에서 나오는 대통령이나 정부의 "소통" 이야기가 왜 잘못된 것인지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듭니다.

 

유정아의 말하기 강의  / 문학동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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