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나와 마릴린 이지민/ 그책

 

작가는 1974년 서울생이다. 여자다.

작가가 한국전쟁직후 마릴린먼로의 한국공연사진과 유엔군과 북한군포로사이의 여자통역사를 보고

' 이렇게 젊고, 아름답고, 꿈 많던 여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질문을 갖고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의 우리가 겪는 것은 대개 다른나라의 이야기들이다. 게다가 매우 먼 아프칸, 이라크가 대상이다.

위 전쟁이야기는 현재도 진행중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게임으로 남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몇백만이상이 죽고 다치고 엄청난 산업시설등과 재산이 파괴될 것이다.

그 물리적인 파괴와 더불어 인간의 영혼도 마찬가지로 파탄이 될것이다. 물론 나도 전쟁을 겪지 않았기에

이런 내용을 머리속으로만 알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영혼의 파탄중에서 젊은 여자들, 어린 아이들, 약자들은 어떻게 영혼이 파괴되나를 이야기 한다.

 

대개 사랑은 남녀가 하고 일반적으로는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은 젊은 청춘들에게는 인생의 통과의례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사랑없는 청춘이 어떻게 청춘일 수 있는가?

이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여 왔고 앞으로도 존재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이것을 근본적으로 파괸한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시대가 그 사랑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 남자는 유부남이었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친구인 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유부남은 떠나갔다. 그 여자는 그 유부남을 잊지 못하다 전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조차 참혹하게 무너졌고 그 죄책감에 정신줄도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마릴린먼로를 만나서 또 다른 여자의 인생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사랑이 또 하나의 삶이라고 바라본다.

 

이 소설은 이러한 줄거리에 더하여 참으로 작가의 젊은 나이에 비해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것이 이책을 읽는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여자의 힘은 나이가 아니라 불행에서 온다'

 

"정부(情婦)는 정체성을 잊는 순간 품위를 잃는다'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매달렸다고 해서 남자는 자만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치욕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

 

' 여자를 칭찬하거나 비난할 때 절대 정직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대개 여자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늙었는데도 젊은 여자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직업은 성직자가 유일하거든요'

 

'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그렇게 운명을 바꿀 정도로 강하고 그리고 결국 그 운명 안에서 힘없이 늙어가는 허무한 것이다'

 

' 시골마을의 전쟁이란...완장 찬 어린애들의 유원지가 되기도 하고....인간이 과연 진화의 산물인가 고민하는 연구실이 되기도 하지...'

 

전쟁을 겪은 우리 세대의 남은 자들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은

전쟁의 참화를 겪은 이들에게 망각이 생존의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작가는

차라리 잊는 편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 사연들은 모두 참혹하고 , 억울하고, 비극적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일반적인 이야기속에서 전쟁이 아닌 구체적인 삶속에서의 전쟁, 게다가 그 속에서 느끼는 젊은 사람, 특히 젊은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전쟁은 그래서 더욱 깊이 살펴보아야 할 아픔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마릴린 먼로라는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을 듯한 싱그러운 젊은 여자와 소설속의 '나'를 대비시키면서

풀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각도의 전쟁속 인간의 슬픔을 그리면서도 글 속에서 나오는 작가의 통찰력 깊은 문장은 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

글 읽는 맛을 더욱 짜게 느낄듯 하다.

 

모처럼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책을 읽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