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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ㅣ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다른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문학 작품, 그 중에서도 소설은 이름값이라는 것이 작품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준다. 유명한(인기있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는 크고, 또 실제로 이런 작품들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름값이라는 것이 말그대로 이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작가의 입장에서는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평가나 평론가는 무지한 대중을 이끄는 책임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 작품 속의 사상과 주제,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평가를 통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글을 쓰기 보다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독자들에게 가까운 비평일 것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듯 현란한 수식과 난해한 문장으로 꾸민다면 과연 제대로된 평가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한 직업인으로서의 의식이 아니라 대중을 앞서 이끈다는 철저한 '전문가 의식'을 가지고 평가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일개 무명 작가에서 신예 유명 작가로 발돋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을 다양한 역량의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새로운 등단 방법이라고 보아야 할지, 아니면 현대 사회의 상업주의를 가속화하고 날림성 글을 작품으로 포장하는 편볍일지,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다. 어쨌거나 최근에는 다양한 작가들이 신선하고 새로운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유명한 환타지를 골라 읽으려는 의도에서 작가의 전작 <드래곤라자>를 찾았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최신작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난해하고 때로는 말장난에 불과한 정도의 내용을 접하고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까지도 환타지란 분야는 일개 '대중'에 불과한 일부 독자들만이 애착을 가지는, 문학이라고 인정하기엔 이른, 소외된 세계일까? 몇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퇴마록>은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이 매우 바람직한 작품이었지만, 그와 비교해볼 때 그다지 나아진 듯한 느낌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함께 아쉬움으로 남는다.
먼저, 전체적인 느낌을 정리해본다. 모두 8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다소 지루하고 복잡하고 따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흔히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와 흥미, 긴장감 등이 거의 없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사건과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들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체적인 긴장감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건대 이는 작가의 문체 때문으로 보인다. 작가는 작품 속의 전투 장면에서조차 긴장감이 들지 않는 나열형과 철학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선문답 형식의 대화를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술과 전략, 그리고 생생한 장면을 그리기 보다는 전반적인 배경을 소개하는데 그친다. 그러니 당연히 긴장감 보다는 평이함과 따분함이 느껴진다.
4권까지의 지루한 전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중반 정도에 해당하는 5-6권에 가서 약간의 반전이 기대되고 있지만, 그 기대 역시 7권에 가서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심지어 갑자기 8권에 등장하는 하이마스터와의 연결은 글 전체의 흐름을 급격하게 왜곡시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유라는 주제에 대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뚜렷하다. 하지만 그전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연결을 8권에 갑자기 해결하려는 듯한 전개는 결국 뭔가 허전함을 줄 뿐이다.
(서평이 길어서 다음 책에 계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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