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 현실이라면 사람들은 너무 마음 아프고 힘들고 어렵게, 또는 반대로 별 어려움없이 부유하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지도 모른다. 소설은 적당한 현실과 허구가 어우러져 있음으로 우리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철저하게 통속적이고 흔한 주제로 일관되면서도 오히려 그 통속성 덕분에 읽는 이에게 더 가까이 와닿는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통속적이라고는 해도 재미있는 요소나 연애 감정,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전혀 없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 그리고 '희생'과 '사랑'이라는, 어쩌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소설(또는 영화)의 주제를 끝까지 강조한 것이 뒤로 갈수록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고 어려운 상황과 꿋꿋하게 견디는 모습을 지키는 아버지란 존재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준다.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게 때로는 행복하게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이렇게 비극적으로 일관된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찌들고 메말라가는 단면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이혼, 실직, 이별, 질병, 죽음... 어느 것 하나 우리의 현실과 떨어질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마음아픈 것들이다. 글쓴이는 이런 것들을 잘 엮어서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시기를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일조차 드물어져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너무도 크다.

<아버지>란 소설이 가족들의 외면과 개인적인 모습, 흔들리는 아버지의 위상을 통해 현실적인 방법으로 소중한 가족애를 되짚어본 작품이었다면, <가시고기>는 따뜻한 동화같은 진행과 소설답게 극단적인 악조건과 이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의지를 통해 이상적인 방법으로 사랑과 희생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 내 모습을 비추고 있다고 느낄 때 난 소설 속의 존재로 서 있게 된다. '가시고기'란 '따갑고 무덤덤한' 제목과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는 초반부의 글이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결국에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아픈 이유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쉬지 않고 치닫는 주인공의 아픈 사연보다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이 그 가시고기가 되지 못한 아픔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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