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
학술단체협의회 기획, 조돈문.배성인.장진호 엮음 / 메이데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단호하면서도 간단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대안은 ‘지역’이라고 말이다.
‘지역’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곳은 대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사회복지가 전공인 본인에게 지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역사회복지론’은 꼭 이수해야하는 전공과목 중 하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신’에 대해 질문던지기였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다양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게되면서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있었다. 노동문제부터 시작하여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주거, 먹거리, 교육, 문화, 민주주의 문제 등 관심이 가고, 또 관심을 가져야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연결’과 ‘연대’를 바탕으로 ‘지역과 일상’에서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만 2011년 한국사회에서 지역은 그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의 의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관광 상품으로 우리들에게 더 쉽게 다가온다.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경치의 아름다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잘 포장된 상품으로 광고되고 판매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상품이 된 지역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오히려 그러한 생존전략이 사람들에게 더욱더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세련되고 잘 팔릴만한 공간으로 선전하게 만든다. 물론 지역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일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적 활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공간은 이익에 눈이 먼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관여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순수성’을 상실해버리고 만다. 결국 지역은 삶과 생존이 공존하는 공간이 아닌 생존만의 공간으로 전락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지역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이 있는 지역과 자신의 거처와 가족, 친구들이 있는 지역, 크게 둘로 나뉜다. 대학이 서열화된 한국 사회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 외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미래 역시 지방에 저당잡힌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서울과 경기 외 지역의 고3 수험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추억이 가득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서울과 경기권에 거처가 있지만 학교가 지방에 있는 경우 떳떳하지 못한 삶이라 생각하며 통학버스에 이른 새벽부터 길게 선 줄에 조심히 합류한다. 이들에게 대학이 있는 지역은 어서 벗어나고픈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지역에 대한 동경 혹은 멸시는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지독한 열별이다. 일상의 희노애락을 이웃주민과 나누는데 어색해져버렸고, 지역의 가치는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왜곡되고 짓밟혀버린다.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공동의 가치관을 지니며 지내던 이들은 한순간 철거민이 되어 뼈대만 남은 횡한 건물들을 지키고자 덩치 큰 용역깡패들과 때론 국가 권력과 맞서 싸워야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위기의 모순들이 엉켜있는 공간인 지역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간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에 있고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치관을 지키고자하는 행동은 멀리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며 무엇보다 변화가 즐거울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