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
이광일 지음 / 메이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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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가 당장 급했던 세대들에게 ‘박정희’는 신과 같은 존재다. ‘독재 정권이기는 하지만 이만큼 먹고 살게 해준 건 박정희 덕’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렇게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를 분리시키는 이분법적 시각은 저자가 책머리에서 밝히듯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시키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1963년부터 1979년까지 16년동안 총 5차례 대통령직을 수행한 박정희는 현재까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 박정희 세대에게는 ‘독재자였지만 경제 성장을 완벽히 수행한 경제 대통령’으로, 지금의 10~20대 세대에게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로만 기억될 뿐이다. 박정희 시대에 경제 발전은 독재 정권으로 짓밟히는 민주주의의 은폐로 더욱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박정희 신화’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런 박정희 체제는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더욱 강화됐으며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지금의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선거 기간 동안 박정희 체제를 이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결국 당선 되었다.

결국 경제와 정치를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킨 국민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가? 비정규직뿐만이 아니라 간접고용, 불법파견, 인턴제 등 불안정 노동은 더욱 강화되었다. 게다가 살림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전혀 다르게 물가와 공공요금은 몇 년 사이에 가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울정도로 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치 부분에서는 어떠했나? 2008년에는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서울시청 광장을 포함한 전국에서 촛불 집회가 일어났다. 집회 현장에서 유행가처럼 불린 노래 구절은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였다. 투표권이 주어진 오늘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좌파들의 외침으로 치부되었던 요구가 시대를 거슬러 다시 거리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그리고 이 외침은 2011년 6월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요구로 다시 서울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박정희 체제에 얽매인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붕괴시키지 않기 위해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든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적 논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논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결정, 누구나 곪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는 모든 것을 분절시키는 논리가 아닌 모든 것을 함께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광일 저자가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급진화’가 바로 우리의 논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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