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위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
하워드 제이콥슨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4.01.02

 

 

  요즘 가수들의 무대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게 되면, 정말 우리나라가 성적으로 많이 개방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예부터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제들은 항상 음지에서만 머무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수면 위로 떠올라 버젓이 상품화되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외국의 다른 작가들은 이런 성적 욕망을 주제로 많은 글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 학교 앞에서 파는 불량식품이 값만 비싼 유기농과자보다 맛있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들보다는 조금 일탈적이고 인간의 내면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 더 재밌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간략한 책 소개를 읽고 많은 기대가 되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랑을 과연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너무도 궁금했다.

 

  주인공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다른 남자의 부인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 남자에게 그 부인을 빼앗아 결혼한 주인공은 자신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아니면 약간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던 탓인지 어긋난 사랑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부인을 다른 남자와 함께 있게 함으로서 사랑, 즉 성적 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의 잘못으로 인해 부부의 관계는 파극으로 치닫게 된다.

 

  심리학 서적에도 보면 유년시절에 부모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의 경우처럼 그런 일반적이지 않은 부모의 성적 행동?(또는 주인공의 해석)을 통해 어긋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 때문에 많은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의 감정을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정상적인 범주에 드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것에는 정상, 비정상이 없고 어떠한 수식어로도 정의 내리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강렬한 어떤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해소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자신의 방향성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끝없는 만족을 위해 자신의 아내를 불륜의 관계로 만들고 또 그 속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약간은 관음증 환자가 된 것 마냥 조심스럽게 책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데, 특히 약간의 권태로움을 느끼는 부부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서로에게 더 애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리사가 다치기를 내가 바랐다고 인정하긴 어렵다. 마리사가 다치는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그녀가 마리우스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길 원했지만, 그건 그녀가 아닌 내가 상처를 입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그녀의 곤욕을 내 곤욕의 대가 혹은 보상으로 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마리우스가 그녀에게 하거나 하지 않은 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었다. 그러니까 역시, 이것은 애초부터 내가 의도한 바였던가? 내가 그로부터 그녀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

 

                                                                                                         - p.354 中 -

 

 

 

하워드 제이콥슨(Howard Jacobson) 

  

 194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수학했다. 시드니대학교와 케임브리지의 셀윈칼리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울버햄튼 폴리테크닉대학교 강의에서 영감을 얻어 데뷔작 《뒤에서 다가오는》을 발표했다. 2010년 《영국 남자의 문제》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영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에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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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비
아사다 지로 지음, 김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
아사다 지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0.01.20

 

 

  이전에는 책을 읽으면 기억나는 문장이나 감정들을 노트에 옮겨 적곤 했었는데 그것도 하다 보니 조금 지치게(?) 되었고 어차피 나 스스로를 위해 쓰는 글인데 어디에 쓰던 관계없으니 요새는 블로그에만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참 좋아하는 문체를 가진 작가이고 굉장히 화려한 경력을 가진 작가인 아사다 지로가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선 <철도원>과 영화 파이란의 원작인 <러브레터>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몰락한 집안으로 인해 많은 직업들을 전전하며 야쿠자 세계에까지 몸담았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다 36세에 데뷔하여 1997년 첫 단편소설집인 <철도원>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초등학생 때였는데 그때 처음 읽게 된 작품이 철도원과 러브레터 였다. 그것도 소설이 아닌 만화로 되어있는 책이었는데 그 어린 마음에도 굉장한 아픔과 충격을 느꼈던 걸로 기억된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고 아직도 히로스에 료코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영화 철도원을 보게 되었고 장백지와 최민식이 열연한 파이란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군대에 가서야 소설 철도원을 읽게 되었는데 영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사랑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은빛 비 에서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것들이다.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10년이 넘게 잊지 못하는 가난한 첫사랑, 회사 사장의 비서와의 불륜관계, 순진한 부두 노동자와 술집 여자와의 하룻밤 등 어딘가 기울어져 있고 비뚤어져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사랑도 사랑의 일부분임을 증명하듯 너무도 아름답게 이 모호한 관계들을 표현해낸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모든 순간들이 공허함과 동시에 애정으로 가득 차 있고 슬픔과 동시에 잔잔한 희망의 여운을 남기게 된다. 우리가 여러 순간에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색깔들을 보여주는 듯한 드라마를 펼쳐내는 재능을 작가는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괜한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추운 겨울밤, 혹시 밖에는 눈마저 내리고 있다면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할인 상점 앞에서 다츠오는 발을 멈추었다. 길거리에 나와 있는 가판대 위에는 싸구려 시계들이 넘쳐 있었다. 리에의 몸 속을 흐르고 있는 그놈과의 시간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이 년 동안 리에의 가는 팔목에서 시간을 새기고 있던 시계를 풀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반하는 건 돈이 아니라고, 다츠오는 리에의 시계를 고르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p.95 달빛 방울 中 -

 

 

 

아사다 지로(Asada Jiro)

 

아사다 지로 는 일본의 소설가이다. 본명은 이와토 고지로 이다. 자위대 제대 후 다양한 일을 하며 투고 생활 하다가. 1991년 《빼앗기고 참는가》로 데뷔했다. 《지하철》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철도원》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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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침묵 - 불가능한 고백, 불면의 글쓰기
김운하 지음 / 한권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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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운하
출판
한권의책
발매
2013.11.25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마음을 100% 순도 그대로 누군가에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하는 이와의 싸움도 없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일이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인 것이다. 군대에 가게 되었을 즈음부터 갑작스럽게 늘어난 책에 대한 관심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꽤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게 되었다. 전에는 그냥 그 작품에만 몰입하여 그 맛을 음미했다면 이제는 이게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렇게 맛있는지 하는 등의 작품 외적인 작가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나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주인공의 감정부터 주인공이 지금 어느 곳에 있고 어떤 걸 마시고 있고 하는 등의 장면을 마치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 스스륵 그려지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 작품을 읽는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하게 된다.

 

  많은 작가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면 공통적으로 그들은 고요함과 어두움이 창작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내가 읽어본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조용한 새벽에 책상에 앉아 많은 창작을 한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인 <릴케의 침묵> 처럼 고요한 환경과 작가 내면의 고요함이 공명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 일반인들도 조용하고 어두운 새벽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감수성이 풍부해져 시인이 된다고 말하듯이 작가의 말처럼 글이라는 것은 어두움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 쉽게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는 요령을 조금이나마 얻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선택한 내 판단은 큰 오산이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심오하고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말하길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릴케처럼 10년 동안의 침묵은 아니더라도 하루 정도의 여유를 통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불면의 글쓰기를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모든 불면의 밤들은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밤이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밤, 환하게 불을 밝힌 방 안의 사물들이 무겁게 가라앉고 마치 두려움으로 몸을 웅크린 짐승처럼 깊디깊은 정적 속으로 저만치 물러나 앉는다... (중략) 불면하는 밤의 매혹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고통만큼이나 치명적이다. 나는 그런 매혹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어쩌면 불가능한 기다림인지도 모른다. 침묵하는 밤이 털어놓는 고백 자체가 불가능한 고백인 탓이다. 그러므로 불가능한 고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그것이 바로 불면의 글쓰기다.

 

                                                                           - p.101 불면의 글쓰기 中 - 

 

 

 

김운하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수학하였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자로 집필과 강연을 하는 한편 건국대학교 인문대학 몸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철학과 신경과학의 융합연구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137개의 미로카드』,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등의 소설과 공저로 『그로테스크의 몸』, 『애도받지 못한 자들』과 번역서인『너무 이른 작별』 등이 있다. 중편소설 『자살 금지법』으로 제1회 동아인산재단 창작기금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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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전영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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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영수
출판
중앙북스
발매
2013.11.25

 

 

  저자의 이전 저서인 <카페라테 효과>를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감 잡기 힘든 재테크와 경제관념을 우리가 자주 마시게 되는 커피 한 잔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역시 저자는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작금의 30대를 "이케아 세대"라는 말로 표현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케아 가구는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도 구매하고 싶어 기웃거리던 제품들이 몇몇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을 얻기 위해 스스로 조립해야 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이케아 가구와 tv에서나 나올법한 도시적 싱글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가족과 안정감이라는,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을 포기해야 하는 이케아 세대는 닮은 구석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경제발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인구일 것이다. 인구가 많고 증가세에 있어야 내수시장도 활성화가 되고 장차 일하게 될 노동인력이 증가함으로써 세금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극심한 출산율의 저하도 겪는 중이다. 여러 완충장치로 대비를 해 놓은 주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경제상황 속에서 결혼 적령기의 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 역시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는 등의 인생의 청사진을 가끔 그려보곤 했는데 그중에서 결혼이라는 글자는 많이 희미해져 버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버렸고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결혼할 상대가 아닌 자신의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좋은 일보다는 걱정스러운 일들이 가득하고 그러한 걱정거리를 잊게 하기 위한 가십거리들만 가득하다. 작금의 상황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젊은 청년들보다는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생 선배들이 모두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힘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도 넘쳐나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 진짜 희망을 좀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심각한 내용을 한숨쉬며 읽다 보니 굉장히 심각한 감정만 풀어낸 것 같지만 나 역시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고, 현실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지속 가능할 때 건강해지는 법이다. 지속 가능의 대전제는 탄탄한 인구 구성이다. 후속 세대가 끊임없이 연결돼 바통을 받아주면 훨씬 수월하게 저성장·고령화의 국가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재정 부담은 줄이면서 세수 확대가 가능해진다.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다. 그러자면 경제활동인구가 튼실하게 수혈될 필요가 있다. 출산율을 높여 분자를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 p.211 사랑하고 싶지 않은 청춘은 없다 中 -

 

 

 

전영수

출생  음력 1972년 7월 26일
소속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방문교수)
학력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학 박사 (일본경제, 금융투자전공)
경력  2010.02~ 게이오기주쿠대학교 경제학부 방문교수
        2008.06~2010.02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2008.02~2008.06 한양대학교 강사
        2004.07~2006.09 한경비즈니스 재테크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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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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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율도
출판
율도국
발매
2013.10.24

 

 

  생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말이나 글로 구체화시키게 되었을 때 그 가치를 얻게 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그 상념들을 구체화시켜 꺼내놓기란 여간해서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설가와 시인들이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펼쳐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와 작가의 생각의 공통분모를 발견할 때도 있고 아니면 정반대의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문학작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쾌감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간간이 나오는 시를 제외하고는 시집이란 것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었다. 이번에 받아본 시집은 감율도 시인의 시집이다. 출판사도 저자의 이름을 딴 율도국이란 곳인데 마치 홍길동전의 율도국이 생각난다. 쓰다 보니 이 율도국이라는 출판사명이 저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기도 하지만 홍길동전의 율도국처럼 편견과 어려움이 없는 이상 세계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는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아름다움이 아닌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오히려 어두움보다는 밝음에 가깝다. 장애로 인한 상처가 시인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그 속에서 그는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운다. 시에서 그의 고독함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는 그렇게 상처투성이 몸으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뒤편 해설에 나와있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를 시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꿈, 자기소개서

 

꿈이 많아서 슬픈 짐승입니다

바람처럼 이것 저것 만지고 싶은 것만 많은데

앗 뜨거 손을 데기만 하고

아직 작은 꿈 하나 이룬 것 없습니다

 

꿈은 꿈 꿀 때만이 꿈입니다

5척 단신으로 태어났고

30살까지는 나를 위해 살고

그 후부터는 남을 위해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몇 안 되는

가족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까요 뿌듯할까요

지도에 없는 당신의 작은 나라에

문지기라도 좋으니

거기에 취직시켜 주세요

 

그러나 나의 진짜 꿈은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시를 가르쳐 보는 것

신에게 시를 가르쳐 보는 것

 

                                                                                                - p.61 -

 

 

 

김율도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당선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고 문단 등단 후에 대학에 입학하여 남보다 5년 늦게서야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글과 예술 주변에서 유랑하고 있고 브랜드네이밍, 디자인, 출판기획일, 문예창작 강의 등의 일을 하며 문화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제 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1991)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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