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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책을 읽으면 기억나는 문장이나 감정들을 노트에 옮겨 적곤 했었는데 그것도 하다 보니 조금 지치게(?) 되었고 어차피 나 스스로를 위해 쓰는 글인데 어디에 쓰던 관계없으니 요새는 블로그에만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참 좋아하는 문체를 가진 작가이고 굉장히 화려한 경력을 가진 작가인 아사다 지로가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선 <철도원>과 영화 파이란의 원작인 <러브레터>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몰락한 집안으로 인해 많은 직업들을 전전하며 야쿠자 세계에까지 몸담았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다 36세에 데뷔하여 1997년 첫 단편소설집인 <철도원>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아사다 지로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초등학생 때였는데 그때 처음 읽게 된 작품이 철도원과 러브레터 였다. 그것도 소설이 아닌 만화로 되어있는 책이었는데 그 어린 마음에도 굉장한 아픔과 충격을 느꼈던 걸로 기억된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고 아직도 히로스에 료코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영화 철도원을 보게 되었고 장백지와 최민식이 열연한 파이란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군대에 가서야 소설 철도원을 읽게 되었는데 영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사랑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은빛 비 에서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이 아닌 것들이다.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10년이 넘게 잊지 못하는 가난한 첫사랑, 회사 사장의 비서와의 불륜관계, 순진한 부두 노동자와 술집 여자와의 하룻밤 등 어딘가 기울어져 있고 비뚤어져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사랑도 사랑의 일부분임을 증명하듯 너무도 아름답게 이 모호한 관계들을 표현해낸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모든 순간들이 공허함과 동시에 애정으로 가득 차 있고 슬픔과 동시에 잔잔한 희망의 여운을 남기게 된다. 우리가 여러 순간에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색깔들을 보여주는 듯한 드라마를 펼쳐내는 재능을 작가는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괜한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추운 겨울밤, 혹시 밖에는 눈마저 내리고 있다면 아사다 지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