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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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율도
출판
율도국
발매
2013.10.24

 

 

  생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말이나 글로 구체화시키게 되었을 때 그 가치를 얻게 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그 상념들을 구체화시켜 꺼내놓기란 여간해서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설가와 시인들이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펼쳐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와 작가의 생각의 공통분모를 발견할 때도 있고 아니면 정반대의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문학작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쾌감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간간이 나오는 시를 제외하고는 시집이란 것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았었다. 이번에 받아본 시집은 감율도 시인의 시집이다. 출판사도 저자의 이름을 딴 율도국이란 곳인데 마치 홍길동전의 율도국이 생각난다. 쓰다 보니 이 율도국이라는 출판사명이 저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기도 하지만 홍길동전의 율도국처럼 편견과 어려움이 없는 이상 세계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는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아름다움이 아닌 냉정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다. 오히려 어두움보다는 밝음에 가깝다. 장애로 인한 상처가 시인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그 속에서 그는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운다. 시에서 그의 고독함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그는 그렇게 상처투성이 몸으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뒤편 해설에 나와있는 말처럼 어쩌면 우리 사회가 그를 시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꿈, 자기소개서

 

꿈이 많아서 슬픈 짐승입니다

바람처럼 이것 저것 만지고 싶은 것만 많은데

앗 뜨거 손을 데기만 하고

아직 작은 꿈 하나 이룬 것 없습니다

 

꿈은 꿈 꿀 때만이 꿈입니다

5척 단신으로 태어났고

30살까지는 나를 위해 살고

그 후부터는 남을 위해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몇 안 되는

가족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까요 뿌듯할까요

지도에 없는 당신의 작은 나라에

문지기라도 좋으니

거기에 취직시켜 주세요

 

그러나 나의 진짜 꿈은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시를 가르쳐 보는 것

신에게 시를 가르쳐 보는 것

 

                                                                                                - p.61 -

 

 

 

김율도

19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당선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고 문단 등단 후에 대학에 입학하여 남보다 5년 늦게서야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글과 예술 주변에서 유랑하고 있고 브랜드네이밍, 디자인, 출판기획일, 문예창작 강의 등의 일을 하며 문화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제 1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1991)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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