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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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작가 제프리 디버는 세밀한 조사, 교묘한 플롯, 충격적인 반전이 특징인 스릴러계의 거장이다.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은 링컨 라임 시리즈인데, 링컨 라임 시리즈’ 7권에서 등장했던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책이 잠자는 인형이다. 잠자는 인형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후, 작가는 링컨 라임 시리즈캐트린 댄스 시리즈를 번갈아 출간하고 있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잠자는 인형.

캐트린 댄스는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CBI)의 요원으로, 심문과 동작학의 전문가다. 동작학이란, 주로 비언어적 표현들, 즉 표정, 몸짓, 태도 등을 분석하여 상대의 심리를 간파하는 학문이다. 거짓말은 해도 신체 언어는 통제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때 대상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데, 동작학 전문가들은 이 스트레스 반응에서 진실을 감지하고 추적한다. 동작 분석가인 캐트린은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진실을 꿰뚫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 거짓말탐지기라고도 불린다.

 

잠자는 인형은 캐트린 댄스가 탈옥한 범인 다니엘 펠을 잡기 위해 쫓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시리즈의 첫 번째 대적자로서 등장하는 다니엘 펠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는 용의주도하고 치밀하며 교활하다. 과거 컬트 집단의 리더였던 그는, 크로이튼 일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교도소 탈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는 탈옥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는 계획을 짠다. 또다른 범죄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법원으로 나온 다니엘 펠. 법원에서 캐트린 댄스에게 심문을 받은 후, 그는 탈옥에 성공한다. 공범자의 전폭적인 협조로, 방화 및 살인을 저지른 끝에 탈옥한 것이다.

 

캐트린은 다니엘 펠 탈옥 사건의 책임자가 되어, 그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한다. 그녀는 교도관을 심문하여 감옥 밖에 있는 펠의 공범자를 유추한다. 펠이 도주할 때 협박한 사람들을 구슬려서 그의 도주경로를 찾아낸다. 하지만 펠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그가 숨어 있는 곳을 급습해서 들이닥쳐도 펠은 유유히 떠나고 없다. 캐트린은 과거 펠을 따랐던 컬트 집단의 여자들을 초대하여, 그녀들을 통해 펠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한다. 그런데도 펠의 행방이 오리무중에 빠지자, 캐트린은 최후의 수단을 찾는다. 크로이튼 일가 살인 사건시 유일한 생존자- 장난감에 묻힌 채 자고 있던 탓에 죽음을 모면한 아이, ‘잠자는 인형이라 불리는 소녀. 살인 현장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 테레사 크로이튼 볼링. 결국 캐트린은 그녀를 찾아내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잠자는 인형테레사. 그녀는 책 중반부에서나 실제로 등장한다. 제목에 비해서, 테레사의 지분이나 역할은 미미하다. 다만 그녀는 펠이 붙잡히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테레사 덕분에, 캐트린은 크로이튼 살인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다니엘 펠이 잡힐 수 있었던 데에는 캐트린의 공이 크다. 그녀는 동료들의 불행한 사고에 불구하고, 침착하고 끈질기게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또한 동작학 전문가로서 상대를 조사심문할 때 보여준 그녀의 행동은 매우 프로페셔널했다. 분석적이고 체계적이었다. 그녀의 노련한 솜씨에 차근차근 말려들어가는 상대방의 반응이,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범인 다니엘 펠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 캐트린은 펠을 심문한 뒤 생애 최악의 심문이라 표현했지만, 후반부에 보면 그녀는 펠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몰아붙인다. 무너지는 펠이 살짝 가련해 보일 지경이었다. 캐트린 WIN!

 

능력 있는 수사관으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캐트린.

시리즈 1권을 통한 데뷔는 성공적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동작학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과 캐릭터성이 마음에 든다. 더불어 안정적인 필력이 구사하는 치밀하고 꼼꼼한 전개, 특징적인 개성을 부여받은 다양한 인물들로 인해 스릴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불과 1권만 읽었지만, 믿고 읽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1. 작가의 링컨 라임 시리즈주인공인 링컨이 작중에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캐트린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이 시리즈에 직접 등장하는 날이 오겠지?

 

2. 주인공이 동작학 전문가이므로, 책에서는 동작학의 실용적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다음은 캐트린 댄스의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유용한 거짓말 탐지기지침이다.

 

-거짓말에는 일관적으로 드러나는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살짝 올라가는 음성. () 또 다른 반응은 답변하기 전, 또는 답변 중의 머뭇거림이다. p112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은 전통적인 거짓말의 지표다. p115

-거짓말을 하는 상대는 종종 동지 의식을 강조하곤 한다(당신도 그렇잖아요).

-거의 모든 답변을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얼버무려버린다(모두가, 어디서든 다). p117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그들을 네 가지 감정 중의 하나로 떠밀어버린다. 분노하거나, 의기소침하거나, 부정하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해 곤란한 상황을 ᄈᆞ져나가려 하거나. p118

-심문자의 적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거짓말 그 자체인 것이다. p119

-“억제된 감정은 거의 언제나 몸짓으로 드러난다.” 찰스 다윈 p260

 

3. 캐트린의 어머니는 종합병원의 간호사다. 간호사로서 그녀가 얘기하는 인생에 죽음과 세금보다 더 중요한 것(p556)’. 그것은 의료보험이다. 맞다. 미국은 정말 그럴 것 같다.

 

4.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어요!


캐트린은 1권에서부터 배우자와 사별한 상태로 나온다. 그녀는 남편 없이 두 자녀를 기르는 워킹맘이다. 캐트린은 엄마의 남자를 경계하는 아들을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펠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FBI 특별수사관 윈스턴 켈로그와 묘한 썸팅이 생긴다. 호남형인 켈로그는 FBI에서 인정받고 있는 유능한 인재다. 이 특별수사관과 잘 되나 싶었는데, 종국에 캐트린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끝난다. 썸 타는 관계에서 원한 관계로 돌변했다고 해야 하나? 시리즈는 계속되니, 그녀에게 연인이 생길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인상깊은 구절

 

윈스턴 켈로그 여성들 역시 남성들 못지않게 유능하고 냉혹합니다. 어떨 땐 여성들이 더 사악한 모습을 보이곤 하죠.”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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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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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이다. 내 기준 2022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

내가 전작인목마름을 읽고 서평을 작성한 것이 2021. 읽었을 당시 후속작,이 이미 발간된 것을 알고 있었다. 신작이 나오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목마름에서 홀레 후드란 용어가 등장했었다. 해리 홀레 신화에 푹 빠진 학생들을 지칭하는 경찰대학의 속어를 의미했다. 그런데 홀레 후드는 소설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시리즈 완독은 물론 전권 서평 작성을 달성한 나도 엄연히 홀레 후드에 해당하지 않을까?

 




우선 한국의 홀레 후드로서 한국판 표지가 엄청 예쁘다는 말을 해둬야겠다. 우리가 옛날에 살색이라 불렀던, 아주 연한 주황색의 표지다. 해리 홀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산뜻한 색깔의 표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실물을 봐야 한다! 유광 코팅을 한 칼날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데 반전이 있다. 칼끝을 따라가 보면, 파고든 주름과 배어나오는 피가 칼의 살벌한 용도를 암시한다. 이 칼이 파고든 것의 정체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판단이 가능하다. 표지를 매만졌을 때, 벨벳 마냥 부드럽게 느껴지는 이 촉각의 정체는? 업계에선 촉감 코팅이라 부르는 후가공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직접 실물을 보고 느껴야 한다.

 

표지 예찬은 이쯤으로 해두고, 내용 감상으로 들어가겠다.

이번엔 어떤 비극이 해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도 작가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라켈이다.

 

라켈.

해리가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여성. 평생의 연인. 그녀가 살해당한다. 그녀의 집에서. 칼로. 라켈과 결혼해서 해리가 모처럼 안정적인 삶을 사는가 싶더니, 행복은 지극히 짧았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작가가 작품 구상을 할 때, 해리를 어떻게 고통으로 몰고 갈 것인지가 구상의 대부분을 차지함이 틀림없다. 해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끝내 라켈을 데려가는지……. 그리고 작중에서 라켈은 간접적으로 언급되거나 회상에서만 등장한다. 사실상 그녀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목마름이 마지막이다(목마름에서도 출연 빈도는 낮았다).레드 브레스트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로, 해리의 곁을 지키며 때로 사건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던 라켈. 그동안 해리와 지내며 고생이 많았다……드디어 흉악한(?) 작가의 손에서 놓여난 그녀에게 평안이 깃들길.

 

해리는 라켈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다.

그가 용의선상에 올린 범인은 약혼자스베인 핀네. 피해자들을 강간해서 임신시킨 뒤, 아이를 출산하면 그 여자들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살인마. 그는 전작목마름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해리와 핀네는 질긴 악연으로 묶여 있다. 그는 해리에게 붙잡힌 탓에 감옥에 20년 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또한 그의 아들은 해리에게 살해당했다(목마름의 발렌틴 예르트센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핀네다). 이만하면 라켈을 살해할 동기가 충분하지 않은가?




 

은 라켈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독자는 해리의 치열한 사색과 추리가 동반된 여정을 함께 해야 한다. 그 여정은 자잘한 복선과 치밀한 탐색으로 가득한 여정이며, 해리와 독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의심이 수반된 여정이기도 하다. 마침내 해리가 여정의 끝에 도달했을 때, 결말은 고통스러운, 쓰디쓴 진실을 알려준다.

 

사실 책을 읽을 때 범인을 추측하면서 읽었다. ‘홀레의 법칙을 의심하기도, 수용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친숙한 인물들 또한 의심의 대상에 포함시키며 읽었다. 작가가 제시한 단서를 주의 깊게 눈여겨보며 범인을 추정했다. 하지만 범인은 내 생각으로는 절대 아닐 거라 제외했던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발견했던 단서는 더 중요한 단서에 가려진 위장 단서에 지나지 않았다. 세밀하게 배치된 단서들을 다시 되짚어보며 작가의 기량에 감탄했다. 목마름에서 느꼈던 부족한 부분이 에서 완벽히 충족된 기분이었다.

 

범인의 동기 또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원한과 증오에 의한 살인.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동기를 납득시키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임은 분명하나, 적어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범인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범인의 행동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접근한 서술이 마음에 들었다.폴리스에서 베아테를 죽인 범인의 동기, 원인, 행동에 대해 아쉬웠던 부분이 컸기 때문에, 이 부분이 내겐 더 부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폴리스,목마름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다. 또한은 해리 홀레 전 시리즈를 망라하는 유의미한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나왔던, 대부분의 인물들이 총체적으로 등장하며 초기작의 사건이 언급되기도 한다. 후속작에서 해리의 활동 영역이 노르웨이 밖(편집자 말씀에 따르면 미국 뉴욕이라 한다)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고되었다. 그렇다면은 오슬로 삼부작 시리즈에 이어서, 노르웨이에서의 해리의 활동을 결산, 집대성하는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 편, 블러드 문에서는 어떤 살인자가 해리를 기다릴까. 한 가지 점은 확실하다. 더 이상 어떤 살인자가 어떤 살인을 저지르든, 해리의 심장을 파괴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의 심장은 오직 한 사람만의 것이었고, 그 사람은 이미 해리의 곁을 떠났으니.

 

 

.

 

1. 미카엘 벨만은 잠깐 등장한다. 그는 경찰청장에서 승진,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그의 몰락은 도대체 언제쯤인가. 네스뵈 작가님께서 벨만의 응징을 부디 잊지 않으셨길 바란다.


2. 라켈을 잃은 비극 속에서도 해리와 올레그, 부자간의 정은 굳건했다. 해리를 아빠라 부르는 올레그. 내가 생각하기론 아마 여기서 처음으로 드러난 호칭인 듯한데, 애틋했다.

 

3. 해리 홀레 시리즈 최초로 아시아 계열이 등장한다! 그것도 한국계 노르웨이인이다!! 성민 라르센. 해리의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는, 크리포스의 젊은 수사관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 부유한 환경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 능력 있는 수사관으로 나온다. 베아테를 연상시키는 탁월한 기억력을 보유한데다가 수사 실력도 출중한 편이다(아직 해리를 따라오려면 멀었지만). 그는 자신감 가득하고 야심만만한 성향을 가진 입체적인 성격이다. 전작의 발데르스와 비교해 볼 때 작가가 꽤 매력적으로 설정한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성민의 활약이 매우 기대된다! 설마 단발성 캐릭터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4. 해리 홀레 시리즈에는 은근히 분쟁지역이 자주 등장한다. 레오파드의 콩고에 이어서 이번엔 아프가니스탄이 나온다. 그리고 카라카스가 슬쩍 언급되는데……안 돼요! 카라카스는! 아무리 해리여도 그렇지, 카라카스는 외국인이 무사히 생존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지 않나요!

5.목마름에서 카트리네와 비에른 부부를 걱정했다. 베아테와 할보르센이 생각나서……. 그저 슬프다.

 

6. 이번에도 나온 홀레의 연락처. 이전 서평에서 연락처의 변천사가 시리즈를 읽음으로써 발생하는 소소한 즐거움이라 썼던 적이 있다. 한데 7개밖에 안 되는 연락처가 또 줄게 생겼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연락처를 추적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스페셜. 속의 ''에 대하여

 






사람들은 왜 그렇게 칼을 무서워할까? 칼은 인류 최초의 도구고 인간은 250만 년에 걸쳐 칼에 익숙해졌는데도, 여전히 어떤 인간들은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이 고마운 도구의 미덕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냥, , 농사, 음식, 방어. 칼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만큼 새 생명을 창조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잃는 법. 이걸 이해하고 인류가 이뤄낸 결과와 그 기원을 수용한 자들만이 칼을 사랑할 수 있었다. 공포와 사랑. 역시나 동전의 양면이다.

p26




은 책의 제목이면서, 작중 살인 흉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책을 통해 칼이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한편, 다양한 종류의 칼을 등장시킨다. 을 읽은 기념으로, 을 품고 을 보러 인사동에 있는 칼 갤러리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 에잉…….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작중에 등장한 칼들을 모아봤다

스페셜! 에 등장한 소개 특집이다!



  1. 람푸리




스베인 핀네의 애장 컬렉션 중의 하나.

인도 마피아가 애호하는 칼. 책에서 소개된 칼은 호랑이 발톱 모양의 ‘카람빗’이라고 하는데, 카람빗은 동남아 지역의 전통 나이프라고 한다. 람푸리를 검색하니까 이 이미지가 나왔다.

2. 카람빗



카람빗은 로아르(아프가니스탄을 다녀온 군인 출신)의 호신용 칼로 나오기도 한다.

이 이미지가 카람빗의 일반적인 형태. 짐승 발톱처럼 굽은 형태의 곡도다.

3. 푸코





스베인 핀네의 애장 컬렉션.

핀란드 산으로 짧게 휘고 끝이 뾰족한 칼날이 달린 것이 특징인 칼이다.

4. 자바산 칼





마찬가지로 스베인 핀네의 애장 컬렉션.

뱀처럼 휘어지고 칼자루가 달려 있다고 나온다.





작중에서 핀네가 뱀과 미녀가 홀리는 것 같은 기운이 서린 칼(p27)이라고 평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이미지가 딱이다. 신묘한 기운이 절로 흘러나오지 않은가??

5. 토지로






라켈을 살해한 문제의 칼.

일본산이며, 작중에선 전통적인 산토쿠 양식으로 제작된 칼이라 소개된다. 보통 떡갈나무 재질의 칼자루가 달려 있지만 책에서의 칼은 물소뿔 칼자루가 달려 있다고 나온다.






물소뿔 칼자루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묘사된 내용을 볼 때, 라켈의 주방에 설치된 떡갈나무 재질의 토지로 세트는 이런 이미지였을 것 같다.

이상, 『칼』 중의 ‘칼’ 특집 끝!

다음에 한 번 꼭 인사동 나이프 갤러리를 방문해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해리 난 아직 잠들어 있어. () 깨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중이야.”

p118

 

해리 사랑은 모든 것의 뿌리야. ()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p392

 

카야 솔네스 난 아름답고 망가진 걸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도 조금 망가졌고.” p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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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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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하라 료의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2, 내가 죽인 소녀의 개정판이 나왔다.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난 하라 료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다.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시리즈인 데다가 2권이라서 순서대로 읽어야 하나, 고민했다. 막상 읽어보니 굳이 앞 권을 읽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시리즈는 주인공 사와자키 탐정이 각 권마다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 개정판의 특별한 점이 있다.

구판이 발간된 때는 2009. 무려 13년 만의 개정판이다. 그래서 그런지 출판사는 본문을 전면 개정했다. 소개에 따르면, 10여 년의 세월을 반영해 현재의 감각으로 전문을 섬세하게 가다듬었다. 또한 전작과 일체감을 높이는 표지 디자인을 완성해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도 제고했다고 한다. 과연 서점에서 검색한 시리즈의 표지를 보니 통일성 있는 표지가 마음에 든다. 비채가 사와자키 시리즈를 차례 차례 개정해서 내놓는 중인 것 같은데, 기존 팬이라면 즐거운 소식이지 않을까.

 

또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하드보일드 장르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속하는 책으로 몰타의 매, 소름등을 읽어본 기억이 난다. 하드보일드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이니만큼, 이 장르에는 미국 작가들의 책이 주류를 이루지만 일본 작가들 또한 하드보일드의 발달에 일부 기여했다. 그 중에서도 하라 료는 일본에서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책 내가 죽인 소녀의 경우, 추리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고. 더불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랭킹 1위에 선정되고, 이듬해에는 팔콘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라고 한다. 두 번째 소설로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를 받은 것이다. ,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초기작 박쥐바퀴벌레는 어땠지. 작가와 해리 모두 풋풋한 모습이었지. , 네스뵈 작가님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데뷔작에 이어 불과 1년 반만에 발표한 내가 죽인 소녀.

초기작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통 하드보일드를 정석적으로 구현한 소설이다. 난 사실 하드보일드를 잘 읽지 않는데, 하드보일드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정서가 나와 잘 맞지 않은 까닭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따분하고 지루했다. 서사보다는 문체와 분위기에 치중한 느낌? 그런데 내가 죽인 소녀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건조한 문체와 진지하고 사실적인 분위기는 견지하면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반전이 있는 결말로 독자를 유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읽을 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기분이었다. 하드보일드란 장르를 즐기는 재미와, 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데에서 오는 재미!

 

주인공 사와자키 탐정도 매력적이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과거가 있는 중년의 탐정. 마냥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현실적인 설정의 인물이다. 잇속과 실리를 철저히 챙기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명탐정에 해당하는 것 같진 않지만, 사와자키는 매사 투박하고 진지한 자세로 사건에 임한다. 명쾌한 추리는 없어도, 언젠가 사건을 해결할 거라는 믿음이 가게 만든다.




 

제목이 내가 죽인 소녀.

제목만 봤을 때 읽기 전부터 주인공이 살인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탐정이 주인공이고 시리즈물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사와자키가 누명을 쓰고 오해에 벗어나기 위한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다(‘김전일 시리즈를 본 탓이다;;).

 

결말까지 보면, 내가 죽인 소녀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뭐라는 거야;;).

책을 다 읽고 난 뒤, 사건의 과정을 돌이켜볼 때 사와자키가 책임감과 의무감이 상당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사와자키의 모습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다.

 

탐정도 안타깝고, 유괴된 소녀도 안타깝고, 범인도 안타까웠던 내가 죽인 소녀.

정통 하드보일드의 낭만에 흠뻑 취한 채 결말에 다다르면,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공감하시리라고 생각한다.

 

.

 

1. 이번 개정판의 특별한 점이 또 있다!

특전으로 국내 미공개 단편인 감시당하는 여인이 수록되었다는 점! 읽고 나서 사와자키 탐정에게 묻고 싶었다. 아니, 왜 그 돈이 위험한 겁니까?! 도대체 왜??!!

 

2. 내가 죽인 소녀사건 소재는 유괴다.

본문에서 사와자키와 경찰 이사카 경시가 대화를 나눌 때, 어린이 유괴 사건 대부분은 피해자의 근친자나 친척, 지인이나 친구 혹은 피고용인 등이 저지른다(p264)고 나온다. 즉 면식범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친분이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유괴를 한다고? 아동 유괴범들은 몽땅 사형시켰으면 좋겠다.

 


3. 비채 출판사 덕분에, 또 하나의 좋은 시리즈를 알아서 기쁘다. 홀레 시리즈도 차근차근 읽어서 독파한 것처럼, 사와자키 시리즈도 전부 읽을 생각이다. 2권부터 읽었지만 다음부터는 순서대로 읽어야지.



 

인상깊은 구절

 

마카베 오사무 작가는 등장인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은 멋대로 움직이려는 인물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p54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의 시간은 약간 빨리 돌아가기 때문에 그들에겐 늘 시간이 부족하다. p187

 

사와자키 모두 잘못이지만, 적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을 선택하려는 노력은 해야겠죠.”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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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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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눈에 띈 책이다. 보랏빛의 표지, 그리고 뼈의 방이란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다. ‘뼈의 방이란 기증받은 유골을 모아둔 법의인류학자의 특별한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법의인류학자? 이 직업도 낯설었다.

 

법의인류학자는 형질인류학, 고고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지식을 응용해서 뼈를 분석하는 일을 하는 전문직이다. 뼈를 분석해서 유골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임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법의학자와는 다르다. 법의학자가 주로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는다면,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사망 원인을 관찰(p20)한다. 또한 법의인류학자는 법의학자들의 비장의 카드로 여겨지기도 한다(p22). 해부하고도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했을 때 법의인류학자가 최소한의 단서라도 찾아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의인류학자는 뼈 전문가. 시신 해부는 범죄 소설 및 드라마에서 익히 봐서 알고 있었지만, 뼈를 분석한다는 것은 생경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분야임을 이미 알고 있어서인지, 저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친절하고 소상하게 설명한다. 뼈 안에는 개개인의 정보가 숨겨져 있다. 법의인류학자는 뼈의 화학 성분이나 형태를 분석해 생전의 생활 환경과 활동을 알아낸다. 뼈의 DNA를 추출하여 신원을 감식해낼 수 있다.

 

뼈와 치아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다. 법의인류학에서는 신원 파악을 할 시, 동위원소 분석을 활용하는데 이 분석은 당신이 먹고 마신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믿음에 기초한다(p45). 모든 음식물의 화학 성분은 우리 몸 안의 조직과 체액에 반영된다. 따라서 뼈의 광물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생활 습관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 각종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한 내 몸은 엄청난 화학성분이 검출되겠군……. 서구식 식습관을 가진 현대인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저자는 법의인류학에 대한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이 직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차분한 어조로 독자에게 알린다. 저자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며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고 밝힌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법의학으로 살인범을 잡는 것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과거는 죽은 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밝히는 것이며 미래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 배경, 정치, 종교는 달라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죽음은 한결같은 답을 준다. 바로 뼈 너머의 인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p37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죽음에 익숙해진 한 법의인류학자. 이 책은 뼈의 방에서 뼈의 주인들의 내밀한 이야기, 그리고 인생의 갖가지 경험을 들으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도 들려주고자 노력한 저자의 이야기다. 모든 유골에는 후세 사람들을 위한 저마다의 비밀이 담겨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밀은 너도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p183)을 말하는 저자. 이 책을 읽으며, 법의인류학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저자의 죽음에 대한 사고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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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모든 것
더그 맥케이-호프 지음, 조진경 옮김 / 사람의무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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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소개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무려 33,600종이 넘는 물고기가 있다. 또한 매년 새롭게 250종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이 물고기의 이 모든 종을 알기엔 무리일 터. 물고기의 모든 것에서는 특별히 엄선한 50종의 물고기를 소개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로 장식된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50종의 물고기 모두 삽화가 함께 수록됐는데, 이 삽화는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다. 수채화로 그렸기 때문에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채색된 물고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실제 사진도 있지만, 삽화가 더 특징적이다.

 



이 책은 크게 일곱 가지 주제에 따라 물고기를 선별하였다. 그 주제는 다음과 같다. ‘위험하고 치명적인 물고기’, ‘초미니 물고기’, ‘거대한 물고기’, ‘생소한 물고기’, ‘극한의 환경에 사는 물고기’, ‘오래된 전설들’, ‘세상을 돌아다니는 물고기

 

책을 읽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물고기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남겨본다.

 

1. 피그미 해마

초미니 물고기에 해당하는 이 피마는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가장 작은 척추동물(p40)이다. 사토미 피그미 해마의 경우, 컴퓨터 키보드의 키 하나에 두 마리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p42). 초미니 사이즈인 것이다. 세상에! 워낙 작기 때문에 피그미 해마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되었다.

 

사진을 보면 굉장히 귀엽게 생겼다. 워낙 작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눈을 크게 뜨고 잘 관찰해야 보일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해마를 찾기 힘든 것처럼 암컷과 수컷 역시 서로를 찾기 힘들 것(같은쪽)이라고 말한다.

 

해마는 위장의 대가다. 해마는 산호에 서식하는데 이 서식지인 산호의 색을 모방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래서 바기반트 피그미 해마는 서식지인 분홍색 산호 폴립을 모방하여 분홍색이다. 핑크색 초미니 사이즈의 해마라……. 여기서 소개하는 50종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귀여운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마의 특이한 점! 해마는 암컷이 새끼를 낳지 않는다. 수컷이 낳는다!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암컷이 수컷의 열린 알주머니를 잘 조준해서 난자를 떨어트리기만 하면 된다(p43). 그러면 알주머니에서 새끼가 태어난다고. 그것도 하나의 알주머니에서 2천 마리의 새끼 해마가 부화한다고 한다. 수컷이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하다니. 자연은 신비롭다…….

 




2. 반점 샛비늘치

 

이 물고기는 초미니 물고기이자, 심해어다. 수심 1,220m에 살고 있어서, 잠수함이 아니면 이 물고기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샛비늘치는 심해어류 자원의 약 65%를 차지할 만큼, 숫자가 많다. 이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경위가 색다른데, 수중 음파 탐지기에 의해서였다. 샛비늘치 떼가 너무 광대한 나머지, 수중 음파 탐지기의 음파가 이 물고기 떼에 막혀서 되돌아온 것이다.

 

또한 샛비늘치는 대부분의 심해 어종이 그런 것처럼 발광 능력을 갖고 있다. 몸에서 빛을 뿜어낸다는 얘기다. 심해, 햇빛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은 곳에서 샛비늘치 떼가 빛을 뿜어내며 이동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수천수만 마리가 운집하여 빛을 뿜어내는 것은 엄청난 광경 아닐까. 마치 심해를 대낮처럼 훤히 밝히는 장관을 연출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직접 볼 수 없기에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될 것 같다.

 

3. 피라냐

 

피라냐도 초미니 물고기에 들어가는데, 이 물고기는 충분히 위험하고 치명적인 물고기로도 분류가 가능할 듯싶다! 위험한 물고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피라냐. 피라냐의 악명은 대중매체의 영향 탓이 크다. 피라냐보다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물고기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라냐는 서식지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지도 못한다. 피라냐는 카이만, 큰수달, 아마존강돌고래가 좋아하는 먹이(p70). 또한 인간에게도 좋은 먹거리로 활용된다. 흔하고 잡기도 쉬워서 피라냐 스튜는 남아메리카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p71)이라고! 피라냐에 대한 공포가 희석되는 순간이다…….

 

4. 주황흰동가리

 

자꾸 초미니 물고기를 언급하는데, 어쩌겠는가. 귀여운 것이 좋은 것을. 흰동가리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의 모티브가 되었다. 흰동가리는 언제나 산호초가 있는 곳에 서식하며 거의 항상 말미잘 촉수에 숨어 있다(p72). 흰동가리와 말미잘 둘은 공생 관계라는데, 이 관계에서 가장 명백하게 이득을 보는 쪽은 흰동가리일 것(p73)이라고. 그리고 흰동가리가 말미잘에게 해주는 역할 중의 하나로 마사지가 있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의 안팎을 드나들면서 촉수를 꼬집는데, 이게 말미잘에게는 마사지의 효과로 나타난다고 한다. 마사지를 해주는 공생관계라니 그런 공생관계라면 얼마든지 ㅇㅋ하겠다.

 

흰동가리 중에서 서열이 가장 센 것은 암컷이다. 한데 특이한 점이 있다. 흰동가리의 세계에서는 암컷이 사라지거나 죽는 일로 대장의 자리가 비게 되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러면 다음 가는 위치에 있는 수컷이 성전환을 하여 암컷이 된 다음,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고. 힘든 수술 없이 간단하게 성전환을 할 수 있다니, 트랜스젠더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듯하다.

 


 

5. 울프피시 아이마라

 

거대한 물고기에 속하는 물고기다. 이 물고기에 주목한 부분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한다는 부분이었다. ‘앙후마라라고도 불리는 이 물고기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데, 동종 서식지에 있는 모든 물고기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심지어 피라냐도 서둘러 숨는다고.

 

피라냐가 무서워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피라냐에서 주인공이 피라냐가 아니라 아이마라여야 했던 것 아닐까? 자칫했으면 영화 아이마라가 개봉했을 수도?

 

6. 고래상어

 

고래상어는 거대한 물고기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물고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종으로, 하도 큰데다가 끝임 없이 이동하는 습성 탓에 그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압도적인 크기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고래상어. 딱히 천적이 없는 고래상어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는 우리 인간이다. 고래상어는 무차별적인 포획과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멸종 위기 목록에 포함되었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공룡의 멸종을 슬퍼하면서, 우리가 고래상어의 멸종을 자초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7. 부채지느러미아귀

 

이 책에서 등장하는 물고기 중 가장 못생긴 물고기라 생각한다. 저자도 인정한다. 보는 것은 물론 그림으로 그려 보려는 시도조차도 악몽인 이 기괴하게 생긴 물고기는 우스꽝스럽다고 할 정도로 못생겼다’(p120). 실제 사진을 볼 때 그림은 적당히 순화해서 그린 듯.

 

부채지느러미아귀의 짝짓기 방식이 흥미로웠다. 수컷은 암컷보다 현저하게 작다.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한편 수컷은 꼭 암컷을 찾아야 하는데, 한 달 내 찾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수컷은 암컷을 찾는 데 사력을 다하며, 찾았을 시 죽을힘을 다하여 암컷에게 매달린다. 턱과 이빨을 이용하여 암컷에 파고든 뒤 일심동체가 된다고. 부속물처럼 옆구리에 끌려 다니면서 암컷에 의해 운반된다(p123). 암컷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수컷이라. 대단히 흥미롭다.

 

8. 악마구멍송사리

 

악마구멍송사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중에서도 가장 극한의 환경을 자랑한다. 물고기의 이름에 붙은 악마구멍에서 이미 유추할 수 있다. 악마구멍송사리가 사는 이 악마구멍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를 가진 곳이다. 평균 수온 92로 거의 끓는 수준에 가깝다. 이 곳은 미국 네바다주의 데스벨리에 있는데, 여기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이다. 물고기가 전혀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이다.

 

악마구멍송사리는 고온, 낮은 용존 산소량, 얼마 안 되는 먹이 자원이라는 악조건의 장소(p148)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개체수도 적다. 과학자들은 이 물고기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해마다 개체수를 조사하는데, 가장 많았을 때조차 500마리에 지나지 않았고, 불과 35마리만 남아있었던 해도 있었다.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악마구멍송사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상당해서, 이 물고기를 죽인 남자가 12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을 정도다. 외양도 푸른빛의 신비로운 색깔을 띤 물고기다. 이 물고기가 지닌 상징성 및 희소성을 감안하면, 악마구멍송사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얻을 만한 자격이 있다.

 

9. 서인도양실러캔스

 

오래된 전설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물고기들 중에서도, 서인도양실러캔스가 간직한 전설은 드라마틱하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물고기는 36천만 년 전부터 살아왔다. 전문가들은 이 물고기가 6,600만 년 전 멸종했다고 추정했는데, 놀랍게도 멸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러캔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우연에 의해서였다. 193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한 어부가 죽은 실러캔스 한 마리를 파는 것을, 한 생물 교사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다. 생물 교사 코트니-라티머가 어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생물학계는 실러캔스가 실존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살아 있는 화석의 역사적인 등장이었다.

 

 

10. 금붕어

 

이 책에 소개되는 50종의 물고기들 중 가장 친숙한 물고기라면 금붕어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애완용으로 선호하며 키우고 있는 금붕어! 이 친숙한 금붕어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동안 금붕어는 심각한 오해를 받고 있었다. 금붕어는 나쁜 기억력의 대명사다. 돌아서는 순간 잊는다는 금붕어. 기억력이 5초도 안 된다는 금붕어.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금붕어만도 못하다며 구박한다. 한데 금붕어는 억울하다. 오히려 금붕어는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훈련을 받으면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속임수도 기억할 수 있다. 금붕어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영리하고, 활동적이며, 뛰어난 적응력과 대담한 행동력을 갖췄다. 금붕어야,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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