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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모든 것
더그 맥케이-호프 지음, 조진경 옮김 / 사람의무늬 / 2022년 2월
평점 :

책에 소개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무려 33,600종이 넘는 물고기가 있다. 또한 매년 새롭게 250종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이 물고기의 이 모든 종을 알기엔 무리일 터. 『물고기의 모든 것』에서는 특별히 엄선한 50종의 물고기를 소개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로 장식된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50종의 물고기 모두 삽화가 함께 수록됐는데, 이 삽화는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다. 수채화로 그렸기 때문에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채색된 물고기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실제 사진도 있지만, 삽화가 더 특징적이다.

이 책은 크게 일곱 가지 주제에 따라 물고기를 선별하였다. 그 주제는 다음과 같다. ‘위험하고 치명적인 물고기’, ‘초미니 물고기’, ‘거대한 물고기’, ‘생소한 물고기’, ‘극한의 환경에 사는 물고기’, ‘오래된 전설들’, ‘세상을 돌아다니는 물고기’
책을 읽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물고기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남겨본다.
1. 피그미 해마
‘초미니 물고기’에 해당하는 이 피마는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가장 작은 척추동물(p40)이다. 사토미 피그미 해마의 경우, 컴퓨터 키보드의 키 하나에 두 마리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p42). 초미니 사이즈인 것이다. 세상에! 워낙 작기 때문에 피그미 해마는 우연히, 아주 우연히 발견되었다.
사진을 보면 굉장히 귀엽게 생겼다. 워낙 작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눈을 크게 뜨고 잘 관찰해야 보일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해마를 찾기 힘든 것처럼 암컷과 수컷 역시 서로를 찾기 힘들 것(같은쪽)이라고 말한다.
해마는 위장의 대가다. 해마는 산호에 서식하는데 이 서식지인 산호의 색을 모방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래서 바기반트 피그미 해마는 서식지인 분홍색 산호 폴립을 모방하여 분홍색이다. 핑크색 초미니 사이즈의 해마라……. 여기서 소개하는 50종의 물고기 가운데 가장 귀여운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마의 특이한 점! 해마는 암컷이 새끼를 낳지 않는다. 수컷이 낳는다!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암컷이 수컷의 열린 알주머니를 잘 조준해서 난자를 떨어트리기만 하면 된다(p43). 그러면 알주머니에서 새끼가 태어난다고. 그것도 하나의 알주머니에서 2천 마리의 새끼 해마가 부화한다고 한다. 수컷이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하다니. 자연은 신비롭다…….

2. 반점 샛비늘치
이 물고기는 ‘초미니 물고기’이자, 심해어다. 수심 1,220m에 살고 있어서, 잠수함이 아니면 이 물고기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샛비늘치는 심해어류 자원의 약 65%를 차지할 만큼, 숫자가 많다. 이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경위가 색다른데, 수중 음파 탐지기에 의해서였다. 샛비늘치 떼가 너무 광대한 나머지, 수중 음파 탐지기의 음파가 이 물고기 떼에 막혀서 되돌아온 것이다.
또한 샛비늘치는 대부분의 심해 어종이 그런 것처럼 발광 능력을 갖고 있다. 몸에서 빛을 뿜어낸다는 얘기다. 심해, 햇빛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은 곳에서 샛비늘치 떼가 빛을 뿜어내며 이동하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수천수만 마리가 운집하여 빛을 뿜어내는 것은 엄청난 광경 아닐까. 마치 심해를 대낮처럼 훤히 밝히는 장관을 연출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직접 볼 수 없기에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될 것 같다.
3. 피라냐
피라냐도 ‘초미니 물고기’에 들어가는데, 이 물고기는 충분히 ‘위험하고 치명적인 물고기’로도 분류가 가능할 듯싶다! 위험한 물고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피라냐. 피라냐의 악명은 대중매체의 영향 탓이 크다. 피라냐보다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물고기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라냐는 서식지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지도 못한다. 피라냐는 카이만, 큰수달, 아마존강돌고래가 좋아하는 먹이(p70)다. 또한 인간에게도 좋은 먹거리로 활용된다. 흔하고 잡기도 쉬워서 ‘피라냐 스튜’는 남아메리카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p71)이라고! 피라냐에 대한 공포가 희석되는 순간이다…….
4. 주황흰동가리
자꾸 ‘초미니 물고기’를 언급하는데, 어쩌겠는가. 귀여운 것이 좋은 것을. 흰동가리는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의 모티브가 되었다. 흰동가리는 언제나 산호초가 있는 곳에 서식하며 거의 항상 말미잘 촉수에 숨어 있다(p72). 흰동가리와 말미잘 둘은 공생 관계라는데, 이 관계에서 가장 명백하게 이득을 보는 쪽은 흰동가리일 것(p73)이라고. 그리고 흰동가리가 말미잘에게 해주는 역할 중의 하나로 마사지가 있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의 안팎을 드나들면서 촉수를 꼬집는데, 이게 말미잘에게는 마사지의 효과로 나타난다고 한다. 마사지를 해주는 공생관계라니 그런 공생관계라면 얼마든지 ㅇㅋ하겠다.
흰동가리 중에서 서열이 가장 센 것은 암컷이다. 한데 특이한 점이 있다. 흰동가리의 세계에서는 암컷이 사라지거나 죽는 일로 ‘대장’의 자리가 비게 되는 일이 간혹 생긴다. 그러면 다음 가는 위치에 있는 수컷이 성전환을 하여 암컷이 된 다음,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고. 힘든 수술 없이 간단하게 성전환을 할 수 있다니, 트랜스젠더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듯하다.

5. 울프피시 아이마라
‘거대한 물고기’에 속하는 물고기다. 이 물고기에 주목한 부분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한다는 부분이었다. ‘앙후마라’라고도 불리는 이 물고기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데, 동종 서식지에 있는 모든 물고기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심지어 피라냐도 서둘러 숨는다고.
피라냐가 무서워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피라냐》에서 주인공이 피라냐가 아니라 아이마라여야 했던 것 아닐까? 자칫했으면 영화 《아이마라》가 개봉했을 수도?
6. 고래상어
고래상어는 ‘거대한 물고기’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물고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종으로, 하도 큰데다가 끝임 없이 이동하는 습성 탓에 그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압도적인 크기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고래상어. 딱히 천적이 없는 고래상어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는 우리 인간이다. 고래상어는 무차별적인 포획과 남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멸종 위기 목록에 포함되었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공룡의 멸종을 슬퍼하면서, 우리가 고래상어의 멸종을 자초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7. 부채지느러미아귀
이 책에서 등장하는 물고기 중 가장 ‘못생긴 물고기’라 생각한다. 저자도 인정한다. 보는 것은 물론 그림으로 그려 보려는 시도조차도 악몽인 이 기괴하게 생긴 물고기는 우스꽝스럽다고 할 정도로 ‘못생겼다’(p120)고. 실제 사진을 볼 때 그림은 적당히 순화해서 그린 듯.
부채지느러미아귀의 짝짓기 방식이 흥미로웠다. 수컷은 암컷보다 현저하게 작다.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한편 수컷은 꼭 암컷을 찾아야 하는데, 한 달 내 찾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수컷은 암컷을 찾는 데 사력을 다하며, 찾았을 시 죽을힘을 다하여 암컷에게 매달린다. 턱과 이빨을 이용하여 암컷에 파고든 뒤 일심동체가 된다고. 부속물처럼 옆구리에 끌려 다니면서 암컷에 의해 운반된다(p123). 암컷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수컷이라. 대단히 흥미롭다.
8. 악마구멍송사리
악마구멍송사리는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 중에서도 가장 극한의 환경을 자랑한다. 물고기의 이름에 붙은 ‘악마구멍’에서 이미 유추할 수 있다. 악마구멍송사리가 사는 이 악마구멍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를 가진 곳이다. 평균 수온 92℃로 거의 끓는 수준에 가깝다. 이 곳은 미국 네바다주의 데스벨리에 있는데, 여기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이다. 물고기가 전혀 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이다.
악마구멍송사리는 고온, 낮은 용존 산소량, 얼마 안 되는 먹이 자원이라는 악조건의 장소(p148)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개체수도 적다. 과학자들은 이 물고기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해마다 개체수를 조사하는데, 가장 많았을 때조차 500마리에 지나지 않았고, 불과 35마리만 남아있었던 해도 있었다.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악마구멍송사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상당해서, 이 물고기를 죽인 남자가 12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을 정도다. 외양도 푸른빛의 신비로운 색깔을 띤 물고기다. 이 물고기가 지닌 상징성 및 희소성을 감안하면, 악마구멍송사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얻을 만한 자격이 있다.
9. 서인도양실러캔스
‘오래된 전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물고기들 중에서도, 서인도양실러캔스가 간직한 전설은 드라마틱하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물고기는 3억 6천만 년 전부터 살아왔다. 전문가들은 이 물고기가 6,600만 년 전 멸종했다고 추정했는데, 놀랍게도 멸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러캔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우연에 의해서였다. 193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한 어부가 죽은 실러캔스 한 마리를 파는 것을, 한 생물 교사가 우연히 목격한 것이다. 생물 교사 코트니-라티머가 어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생물학계는 실러캔스가 실존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살아 있는 화석’의 역사적인 등장이었다.
10. 금붕어
이 책에 소개되는 50종의 물고기들 중 가장 친숙한 물고기라면 금붕어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애완용으로 선호하며 키우고 있는 금붕어! 이 친숙한 금붕어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동안 금붕어는 심각한 오해를 받고 있었다. 금붕어는 나쁜 기억력의 대명사다. 돌아서는 순간 잊는다는 금붕어. 기억력이 5초도 안 된다는 금붕어. 기억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금붕어만도 못하다며 구박한다. 한데 금붕어는 억울하다. 오히려 금붕어는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훈련을 받으면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속임수도 기억할 수 있다. 금붕어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영리하고, 활동적이며, 뛰어난 적응력과 대담한 행동력을 갖췄다. 금붕어야,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