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씹어 먹는 아이 -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1
송미경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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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부부>

 

나는 꽤 자주 내 진짜 엄마 아빠가 어딘가에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얼굴 생김 빼곤 우린 어느 하나 닮은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릴 적 수없이 많이 했던 생각이다. 이 동화는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너무나 독특하고 유쾌하게 판타지로 풀어냈다.


내가 네 아빠다.”에서는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쿠키는 없니?”하더니 기껏 먹고 잠들어 버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가로운 여유. 곳곳의 유머가 재미를 더해 주고, 고양이라서 덜 심각했다.


네 엄마라서 많은 아이들 틈에서도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엄마 고양이의 말에 가슴이 저릿했다. 나도 그랬다. 유치원 단체 사진에서도 아이의 얼굴이 제일 먼저 분명히 보였고 어쩌다 찍힌 뒤통수도 금세 알아보는…… 엄마란 그런 거니까.


엄마와 고양이 부부는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된다. 아비가일(지은)을 데려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때가 되기를 기다리며, 심각한 와중에도 차를 홀짝이고 쿠키를 찾는, 언제나 느긋하고 여유롭고 편안한 고양이 부부. 하필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김장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엄마는 한결같이 노려보며 다그치고 불같이 화를 내고, 팔을 쭉 펴고 집게손가락을 세워서 해야 할 것이나 가야 할 곳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지금 당장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아이를 몰아붙인다.


엄마의 말과 몸짓 하나하나가 나를 아프게 콕콕 찔렀다. 어느덧 엄마 아빠를 의심하던 어릴 적 나는 온데간데없고, 지은이는 우리 아이 같았고 동화 속 지은이 눈에 비친 엄마는 지금의 나였기에 숨고만 싶었다. 그냥 우린 너무너무 다르다며, 이다음에 커서 내가 엄마가 되면 결코 엄마 아빠처럼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는데, 엄마가 된 나는 아이에게 혐오하던 그 방식 그대로 하고 있다니.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려고 애쓰지 않고 빠르고 손쉽게 해결하고자 재촉하고 협박하고 윽박지르고 닦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 편하게 앉아 있어, 괜찮아, 우리가 있으니 걱정 마라, 고생했겠구나…… 고양이 부부가 하는 말은 모두 우리 아이가 엄마인 나에게 듣고 싶어하는 말들이었다 


금지옥엽 같은 딸을 내어놓으라 한다고 엄마는 기가 막혀 했지만 지은이는 과연 엄마의 말을 공감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집안 일과 교육에 무심한 아빠까지. 엄마의 눈치만 보던 지은이는 소리를 질러대는 엄마가 급기야 창피하기까지 하고, 자신이 불안해한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인지하게 되었는지, 결국 고양이 부부를 따라나선다. 엄마 몰래 그려 놓았던 만화 스케치북을 챙기는 걸 보니 지은이에겐 엄마 아빠는 모르는 꿈이 있었던 듯싶다. 지은이는 고양이 부부에게 데리러 와 줘서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하는데, 왜 엄마에게 더 이상의 인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까?


엄마가 이모에게 하던 말처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때로는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아이에게 그렇게 하다간 어느 날 너희 집에도 고양이 부부가 아이를 데리러 오고, 아이가 네 곁을 떠날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말이다. 나도 엄마 고양이처럼 언제나 여유롭고 평온하게 우아해지고 싶다. 우리 아이와 느긋하게 산책하고 싶다. 길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급하지 않아. 그냥 살다 보면 알아지는 거야.”, “지금 뛰어오르지 못해도 상관없어. 때가 되면 할 수 있지.” 고양이 부부는 나와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늘 기억해야 하는 말을 해 주었다. 고마워요 고양이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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