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주니어의 '네버랜드 전통문화 학교' 시리즈그 시작을 알리는 <우리가 사는 한옥>은 기존의 초등 대상 전통문화 관련 도서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한 스토리텔링 전통문화 그림책이다고증에 기반을 둔 많은 정보를 담은 책은 아이가 보기에 조금 어려웠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그림의 수준이 낮았더랬다
<우리가 사는 한옥>은 잘 지어진 집 한 채처럼 굉장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안채, 사당, 사랑채, 행랑채 등의 건물방, 대청, 부엌, 곳간, 측간, 마당 등의 공간지붕, 기둥, 굴뚝, 대문 등의 부분 한옥을 짓는 절차는 물론 제사, 고사, 혼례 등 문화까지한옥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그림과 사진을 중심으로 꼼꼼하고 튼튼하게 짓고는오늘날 한옥의 변화된 모습 등 역사까지 다루었으니 말이다
조선 후기 서해안 작은 마을에서 농장을 경영하던 최 진사가 딸의 혼인을 준비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 한옥의 구석구석을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었는데이야기 덕분인지 우리 조상과 삶의 터전이었던 한옥이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안채에서 가족 모두 모여 의논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안채'를 소개한다아파트 단지 배치도 같은 한옥의 평면도에 지금부터 소개할 건물이 어디인지를 짚어주고 그 옆에는 마치 동양화 한 작품을 보는 듯한 세밀하고 정교한 그림이 고급스럽다가로로 기다란 판형 덕분에 한옥을 시원시원하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차례는 없지만가족이 모이는 안채조상을 모시는 사당남자들의 공간 사랑채터 닦기부터 창호 달기까지 행랑채 짓기하인들의 보금자리 행랑채집을 보호하고 바깥과 이어 주는 대문과 담행사를 치르는 마당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각 꼭지 두 번째 장에서부터는 조금 더 세부적이고 자세하게 단색의 그림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그림과 함께한 개괄적인 설명 뒤에는 다양한 사진 자료를 담아 전국의 다양한 한옥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 준다특히 이 부분에서 예전 학교에서 배웠던 한옥과 관련된 단편적인 지식이 차곡차곡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한옥에 숨은 과학' - 온돌, 대청, 처마 - 에서는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 친절하게 보여줌으로써 성인인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글을 쓴 이상현 선생님은 한옥 전문가, 그림을 그림 김은희 선생님 역시 건축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전문가였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작가 조합이 가능할까 싶다
담아낸 정보가 꽤 많은데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편이지만, '찾아보기'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아이에게 이처럼 수준 높은 우리 전통문화 그림책을 보여 줄 수 있다니 다행이고 자랑스럽다아이의 호기심에서부터 성인의 교양까지 아우를 수 있는 오래오래 간직하고픈 책이다앞으로 출간될 '네버랜드 전통문화 학교' 시리즈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