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이 너무 많아! 비룡소의 그림동화 39
루이스 슬로보드킨.플로렌스 슬로보드킨 지음, 허미경 옮김 / 비룡소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미열 때문인지 새벽에 깼길래
물 한 모금 마시게 하고 다시 재우면서 <장갑이 너무 많아!>를 읽어 주었다
아이는 누워서 듣기만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들고 오더니 읽어달란다
잠결에도 좋았나 보다
그림도 궁금했을 테지? 

 

 

주인공인 쌍둥이 네드와 도니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들에겐 역시 벙어리장갑이다
엄마는 작고 가는 손가락 일일이 끼우기 번거롭지 않아 좋고
아이는 눈 뭉치기 좋으니 말이다
사실 손가락장갑보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손가락들이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인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벙어리장갑
게다가 눈 내린 하얀 겨울에는 패션 포인트가 되기도 하는 빨간 벙어리장갑

<장갑이 너무 많아!>는 추운 겨울,
손부터 시작해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이야기다


 

 

 

루이스 슬로보드킨과 플로렌스 슬로보드킨 부부가 작업해서인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다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칼데콧 상을 받은 <아주아주 많은 달>과
뉴베리 상을 받은 <내겐 드레스 백 벌이 있어>라는 작품이 있다
(이렇게 더 읽어 볼 책을 발견하는 것 역시 책 읽기의 즐거움이다)

 

 

 

여행을 간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네드와 도니를 정성껏 돌봐주시는 할머니
이 책의 헌사를 보니, 작가의 실제 어머니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빨간 벙어리장갑을 읽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선다
이웃은 물론이고 선생님, 집배원, 청소부, 우유 배달부, 식품 가게 주인, 택배 트럭 기사까지
누구든 빨간 벙어리장갑만 보면 쌍둥이네로 보내주는데......

 

 

벙어리장갑을 받을 때마다 할머니는 머뭇머뭇하는 듯하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요'라고 한다 
'우리 아이 장갑은 이미 찾은걸요'라든가
'이 장갑은 우리 아이 것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하지 않고
할머니는 왜 계속 고맙다고만 했을까?
(쌍둥이가 얼마나 많은 장갑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라서?)
이웃의 관심과 사랑 앞에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너무나 사소한 일이지만
이웃 간의 관심과 소통,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
게다가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어떻게든 찾아 주려 애쓰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담아낸 그림책이다

아이는 읽어 줄 때마다
엄마 아빠가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쌍둥이에게 사온 선물 부분에서
"빨간 벙어리장갑!"
큰 소리로 먼저 외치며 매번 즐거워한다

 

색을 절제해서 표현한 그림 속에서 빨간 벙어리장갑이
마치 이웃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 무늬처럼 더 빨갛게 강조되고,
곳곳에 글자 높낮이의 변화를 주어 텍스트에서도 역동적인 재미가 느껴진다

<장갑이 너무 많아!>를 읽고
집에 있는 '비룡소의 그림동화' 시리즈 다시 한 번 쭉 살펴봤는데
역시 아이가 좋아해서 읽어 달라고 자주 뽑아 오는 책들이다
물론 시작은 엄마인 내가 좋아해서 한 권 한 권 모아온 보물이지만^^

아이가 어릴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존 버닝햄, 앤서니 브라운, 에즈라 잭 키츠, 윌리엄 스타이그 등
유명 작가의 작품 위주로 읽어 주었는데,
벌써 7살이 된 아이는 요즘 '마녀 위니'에 푹 빠져 있다


<장갑이 너무 많아!>처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재미있는, 숨은 보석 같은 책을 더 찾아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