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초승달문고 15
김리리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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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루룩꾸루룩!” 변기에 앉아서 살며시 읊조려본다. 지금은 40년 넘게 이 꼴 저 꼴 겪으며 제법 단단해졌지만, 어릴 적 난 무척이나 여린(?) 편이어서 행운을 바라는 비밀 주문이나 나만의 징크스가 꽤나 많았다. 그래서인지 주문을 걸다가 특히나 공감되면서 재미있었다.

 

화장실에서 똥과 사투를 벌이던 중 갑자기 만난 두꺼비라니…… 아이들이 무조건 좋아하는 똥 이야기로 무장해제 시킨 후에 조금은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였다.

 

아들 학원비 벌려고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회사에서 일하며 원형탈모증에, 술에 취한 날이 많은 아빠. 학교에선 교실에 떠다니는 먼지같이 별 볼일 없는 외톨이에, 영어 학원에서는 벙어리고,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변비까지 생긴 준영이. 요즘 우리네 모습이다. 게다가 학교에서의 불공평함은 내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고.

 

상상력이 뛰어나고 생각이 깊은 준영이는 역시나 책을 많이 보는 아이였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게 아무래도 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며 당분간 동화책 읽지 마라는 엄마의 말에 난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있네, 이 아줌마.”라고 소리치며 책 속으로 뛰어들어가 멱살 잡을 뻔했다.

 

청소와 설거지에 자신 있고 한 번 들은 소리를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준영이. 그러나 준영이의 휘파람을 더 이상은 재미있어 하지 않는 엄마. 지금은 아니라고 열심히 부정하고 있지만, 나 역시 머지 않아 우리 아이 모습 그대로를 봐 주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

 

엄마 아빠를 끔찍이 생각하는 준영이는 엄마한테도 행운을 주고 싶어서 엄마에게 제일 먼저 두꺼비 비밀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저 똥으로만 보였던 두꺼비. 그 마음을 알기에, 엄마가 변기 물을 내리고 말았을 땐 정말 웃프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김리리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 준다. 특히 학생도 휴가가 필요해는 읽는 내내 모든 문장이 공감되었다. 어두운 색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신기하게 무겁지 않은 오정택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는 글의 분위기를 잘 살려 주고 있다.

 

행운을 가져다 주는 두꺼비. 준영이는 두꺼비를 다시 만났겠지? 두꺼비야 준영이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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