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동생을 찾으러>와 <칠칠단의 비밀>은, 어릴 적 내 기억 속 최고의 ‘탐정소설’이었던 <셜록 홈스>처럼 치밀하게 논리적이거나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진 않았지만, 읽을수록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모험 이야기였다.

여동생은 어디로 끌려 갔는지 알 수 없고 언제 팔려갈지 모르는데다, 말은 안 통하지, 어른들은 연로하시고 경찰마저 도움이 안 되는, 암담하기만 한 상황이 나라를 빼앗긴 우리 처지 같았다.

어리디 어린 주인공이 겁은 나지만 기지를 발휘해 용감하게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어 마침내 동생을 구해 내는 과정은 들킬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오뚝이 같은 창호와 상호, 어린이가 주축이 되어 펼쳐지는 이 소설을 빌어 작가는 어린 독자들에게 ‘너도 용기를 내 봐, 할 수 있어’ 라고 말한다.

잡지에 연재된 소설이라 자연스레 짧은 호흡의 문장과 부담 없는 분량의 챕터로, 요즈음 아이들도 읽기 편안하고 오래된 소설 같지 않은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챕터 끝부분에 새로운 위기 상황이 벌어지게 구성하여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구성상의 한계도 보인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못했고 깊이 있는 묘사도 불가능했다. 또한 반복되는 우연에 의한 전개로 개연성도 부족해서 어설픈 느낌마저 준다.

<칠칠단의 비밀>에서 갑작스레 외삼촌이 등장하더니 다른 정확한 근거도 없이 고작 나이만 확인하고 상호와 순자라 확신한다. 어릴 적 잃어버렸다더니 누구에게 원수를 갚는다는 것인지 동기도 자세한 설명이 없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주인공이 칠칠단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칠칠단’으로 명명하더니 그 정체를 단 3줄로 정리했다. <동생을 찾으러>와 마찬가지로 동생을 구해 내는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힘을 잃은 전개는 무척이나 안타깝다. 앞부분에서 복선이 있긴 했지만 급작스럽게 아버지가 등장하며 한 순간에 사건을 해결해 버리다니, 그간 상호와 기호의 갖은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른들의 역할은 미약했지만, 주인공 또래의 주변 인물, <동생을 찾으러>에서 학교 친구들과 소년회, <칠칠단의 비밀>에서 통역을 하던 학생 한기호가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한기호는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저금까지 깨가며 상호를 도운 것일까?

순희와 순자는 오빠가 구해 줄 때까지 잡혀서 맞고 울기만 하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모습(<동생을 찾으러>의 순희는 구해달라는 편지라도 보내긴 했다)을 보여 답답했다. 여학생들이 읽었을 때 공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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