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간 사자 -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 수록 도서, 개정판 동화는 내 친구 7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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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감정에 솔직하다. 표정이나 행동으로 거침없이 드러낸다. 아이들은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홀로 있을 때면 자신의 감정을 상상을 통해 발현하기도 한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모를 때도 있지만, 화남, 외로움, 무서움, 호기심, 두려움 등의 감정을 특유의 비밀 병기인 상상을 통해 표현한다.

<학교에 간 사자>는 실제로든, 꿈에서든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고 상상해 본 익숙한 상황을 신비롭게 풀어낸 참신한 이야기다. 서로 전혀 상관 없는 듯한 9가지 단편이지만 ‘상상’과 ‘교감’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낼 수 있을 듯하다.

‘무지무지 잘 드는 커다란 가위’와 ‘안녕, 폴리!’에 등장하는 어른은 꼭 나처럼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기보다는 시원하게 무시하고 내 말대로 하라고 강요한다. 무시무시한 가위로 싹둑싹둑, 팀의 분노를 표현한 것이 충격적이니만큼 신선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맥스가 생각났다. 가위로 화를 풀어내다 덜컥 겁이 나 울음을 터뜨리는 팀. 이때 괜찮다며 너희들 마음껏 상상하라고 멍석 깔아주듯이 감쪽같이 붙여 주는 접착제가 등장한다. 나 역시 어릴 적 참으로 끔찍한 상상을 하곤 했다. 작가는 고맘때 그 감정, 그 상상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학교에 간 사자’는 <지각대장 존>과 <도서관에 간 사자>가 떠올랐다. 학교 가기 싫은 베티 스몰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 주는 ‘자사’.(사자를 거꾸로 말한 이름이라니… 작가는 아이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도 사자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아니 그보다 친구들에게 사자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유쾌한 상상도 해 봤다.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읽은 ‘구부러진 새끼손가락’. 어릴 적 한 번쯤은 경험하는 몰래 가져가기가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하던 새끼손가락을 살짝 구부렸을 뿐인데 갖고 싶은 것이 휙휙 날아온 거란다. 주디가 뉘우칠 때까지 기다려 주던 아빠와 덤덤한 선생님, ‘도망’에서도 할 말이 많았지만 팬케이크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던 엄마, 아이들은 그 품에서 위로 받았다.

‘깜깜한 밤에’는 낯선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잠들면 덜 두려울 것 같은 바람에서 시작된 해우와의 상상 속 하룻밤이다. 역시 어릴 적 꿈이든 생시든(잠자리 독립 시기쯤이었을까?) 상상해 봤음직한 이야기다.

‘여름휴가 때 생긴 일’에서는 별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생쥐와, ‘안녕, 폴리!’에서는 동물원 캠핑카 속 앵무새와 교감하고, ‘비밀’에서는 찻집에서 만난 손가락 빨기 대장과 비밀을 공유한다. 비록 어른들에게는 없애버려야 할 것이나 갈 길을 방해하는 존재일지라도 아이들은 교감이 가능하다. 또 그걸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도 하고 말이다.

다른 이야기들과는 여러모로 결이 달라 도드라져 보였던 ‘똘똘이’. 친구를 찾아(혹은 아기가 엄마를 찾아) 묻고, 묻고, 또 묻고 다니다 결국은 만나게 되면서 자아를 찾는 비슷한 포맷의 이야기는 세상에 너무 많다. 하지만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아니면 멀지 않은 미래 내 아이 모습으로 다가와서인지 마지막에 똘똘이가 목장 문을 훌쩍 뛰어넘는 부분에서는 가슴 벅차게 감동적이었다.

<학교에 간 사자>는 익숙한 상황이지만 신선하게 풀어낸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고, 단편이라 진행도 빠르고 함축적일 수밖에 없지만 감정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풀어내어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본문 그림도 상황을 부연 설명하기 보다는 주인공의 표정과 행동을 중심으로 보여줌으로써 감정을 보다 명확히 해 주는 역할이라 생기 넘쳤다.

힘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상상’과 ‘교감’이 아닐까 싶다. <학교에 간 사자>같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아이들은 그들만의 비밀 병기를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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