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아기자기한 판타지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실, 바늘, 가는 대나무 빨대, 빗 등 가느다란 마법 도구를 이용해서 가느다란 마법을 쓰는,
이 세상에 작고 힘없는 존재들과 소통이 가능한, 작은 소리와 몸짓에 주목하는
‘가느다란 마법사’
마법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마법사로서 자신의 몫을 해 나가는, 그의 시작을 담은 이야기이다
가느다란 마법사가 만나는 여러 가지 캐릭터들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스스로 말을 하는, 아니, 글자를 적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종이
한 번 쓰이거나 그려진 건 모두 기억하는데(깜박깜박 잘하는 내가 가장 부러운 부분이었다)
사실은 마법 학교 도서관에서 도망 나온 책이었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그에게 아주 착한 타파하’ 라는 제목을 붙여 장기 대출을 하기로 해서,
가느다란 마법을 쓰는 마법사와 한 장짜리 얇은 책은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된다
보통은 구석에서 굴러다니다가 마법사들이 부탁하면 일을 돕기 좋아하는 먼지뭉치
나중에 ‘쓸모’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흰털 참새와 파란얼룩 참새
갑자기 너무 커지는 바람에 베일 위기에 처한 향나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다는 소망을 가진 날씨 서리는
먼지뭉치와 나무를 이용하고, 할아버지도 다치게 한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차갑고 고집스러운 서리에게서 찾은 가느다란 틈새를 공략한다
봄에 싹틀 새싹을 위해 차마 서리가 얼리지 못한 화단의 작은 씨앗들
녹아서 땅속에 스며든 서리 덕에 씨앗들이 싹을 틔웠기에
서리가 정말 원한 것은 봄을 만나는 일이었다
마법사, 종이, 먼지뭉치 그리고 참새들은 여럿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한다
마법 학교에서 배운 것을 써먹고
힘을 모으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말이다
해리포터처럼 화려하고 엄청난 마법은 아니지만
묵직하거나 휘몰아치는 마법에 비하면 보잘것없을 것 같지만
아기자기한, 가느다란 마법은 강했다!
김혜진 작가는 세상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작은 것들
그럼에도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와 쓸모까지.
세상을 사는 지혜가 무겁지 않게, 가느다랗게 곳곳에 담겨 있는 아기자기한 판타지이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린이들은 아직은 마음에 와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른의 가슴을 울리고 뒤통수를 탁 치는 문장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길을 잃으면 길을 안 잃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지
진정한 힘은 종이(졸업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랍니다
여긴 학교가 아니야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해
소망이 욕심이 되면 스스로 옭아매는 올가미가 된다고 했어
하나처럼 보이는 마음도 사실을 여러 갈래가 섞여 있거든
제일 크고 눈에 띄는 것에만 집중하면 다른 걸 못 봐
큰 목소리 말고 작은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책의 뒷부분 <타파하의 가느다란 마법 수업>은 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는 활동으로 재미를 더 한다
책 속 마법 살펴보기(타파하의 글자 마법)
가나다 첫말 잇기
가나다 초성 잇기
사라진 글자를 찾아라!
가로세로 낱말 퍼즐까지
가느다란 마법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한다
하나에서 둘, 그리고 셋이 된, 마법사와 타파하와 쓸모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기대해 본다
***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