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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평점 :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이 작품의 주인공 레스는 50번째 생일을 코 앞에 둔 게이작가이다.
오랜친구이자 숙적이라 생각하는 카를로스의 아들(사실은 조카) 프레디와 연인인 듯 아닌 듯 9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낸 레스!! 40대의 자신과 달리 20대의 젊은 프레디를 엮매일 수 없다며 언제나 자신의 곁을 떠나도 좋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프레디의 청접장에 큰 충격을 받는다. 카를로스의 친구로 초대받았지만 결혼식에 참석할 수도 불참하여 비웃음을 당할수도 없던 그는 고민 끝에 거절했던 출판사의 모든 초대에 응하며 세계문학기행을 떠난다.
그렇게 그는 맥시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일본을 돌며 낭독회, 대담, 강의, 파티에 참석하는데...자신이 빼앗아 버린 옛 연인의 전부인을 만날 뻔 하기도 하고 만나서 영광이라는 엄청난 팬을, 문학적 오류를 지적하는 팬을 만나기도 한다. 새로운 연인을, 옛 친구를 만나기도, 영원히 함께할거라 믿었던 게이커플이 20년의 사랑을 뒤로하고 헤어진 충격적인 사실을 알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장소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삶과 추억, 인생의 또 다른 면을 깨닫게 된다.
천재적인 재능의 시인 로버트가 40대이던 시절 20대의 젊은 레스는 그의 연인이었다. 그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영광의 순간들이 함께했었던 기억으로 돌아가보니 그때의 로버트는 지금의 레스였고 그 때의 레스는 지금의 프레디였다. 여행지마다 로버트와 함께 했던 순간, 프레디와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보는 가운데 그는 드디어 모로코에서 5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젊은 연인이었던 레스는 젊은 연인을 둔 중년의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듯 보였다. 이제 겨우 젊게 사는 방법을 알았는데 50살이라는 레스의 한탄과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로버트가 레스에게 그 순간에 만난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영원히 그를 본다는 의미를 전해주며 인생의 50살을 즐기라는 조언은 인상깊게 남는다.
짧고 빠르게 진행되며 분위기는 유쾌하지만 진지했다. 처음엔 어느 새 나이 들고, 성소수자로 살다 연인과 이별한, 사회적으로도 흔들리는 이름마저 '레스(less)'인 캐릭터가 불쌍하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행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평생 사랑받고 사랑하고 있는 레스는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어릴 땐 평생 이 나이일 줄 알았는데 인생은 매 년 한 살씩 나이를 더해주며 그 나이에 적합한 역할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매 순간의 역할이 주어진 내 인생이 참 소중하다는 되새김을 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