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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로 큰 이슈를 몰고왔던 <가시고기>.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소설이었고 드라마, 영화, 연극으로도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작품이라는 건 잘 알고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읽지않고 망설였던 이유는 울게 뻔해서, 마음이 아플게 뻔해서, 일부러 슬프고 싶지 않아서 펼칠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 얼마전 읽은 <도쿄타워>를 통해 먹먹했지만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이 다시 새겨져 좋았던 기억이 있기에 개정되어 다시 찾아 온 <가시고기>를 통해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새겨보고 싶어졌다.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그 알들을 다른 물고기로부터 지키며 돌본다고 한다. 그렇게 깨어난 새끼들은 아빠 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자란다고 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아빠 가시고기의 희생의 삶과 닮아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다움이가 항암치료를 위해 또 다시 병동에 입원한다. 벌써 2번째 재발이다. 견디기 힘든 치료의 과정을 10살의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의젓하게 참아내는 다움이는 슬플 아빠가 더 걱정이다. 새로운 남자와 프랑스로 떠난 아내로 인해 힘든 마음을 제대로 추스릴 시간도 없이 다움이를 위해 살아온 호연은 희망적이지 않은 치료예후와 눈덩이처럼 늘어난 병원비 때문에 막막해진다.
이미 오래 전 집은 처분되었고 다움이를 돌보며 틈틈이 번역과 자서전 작업에 나섰지만 턱도없이 부족한 돈은 그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병원 원무과의 독촉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마지막 방법이었지만 다움이와 맞는 골수이식자를 찾지 못했다는 답을 들은 호연은 퇴원이라는 슬픈 결정을 하게 된다.
탄광사고로 생업과 다리 그리고 아내를 잃은 호연의 아버지는 경찰서 앞에 호연을 남겨두고 떠났다. 배고파하는 자신에게 짜장면을 사주고 건넨 소화제가 쥐약인 것을 알아본 아들이 먹지 않겠다는 답을 들은 뒤의 일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따라가지 못했던 호연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움이에게 든든한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 때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기에...
소설은 3인칭 시점과 다움이의 1인칭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그 이야기 속에는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아빠 호연과 죽을만큼 고통스럽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 힘을 내는 아들 다움이의 이야기가 안타까우면서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려서부터 짊어진 짐이 참으로 무거워보였던 호연이 빨리 가벼워지기를 빌었고 서로를 위하는 두 부자의 삶이 계속 이어지길 바랬다.
일부러 이 책의 결말을 피해왔기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조마조마해하며 책장을 넘겨가다보면 어느 순간 예상대로 큰 눈물과 감동이 찾아온다. 남편과 다움이를 떠난 엄마이기에 이 작품은 고스란히 호연의 부성애가 돋보이고 그 사랑의 깊이가 한없어 더 울컥해진다. 드디어 읽게 된 <가시고기>좋은 작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되돌아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