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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평점 :

<천년의 질문>의 첫 장을 열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라는 작가님의 말부터 읽게된다. 시작부터 묵직하게 와 닿았던 이 말은 지식인으로, 인생의 선배로, 작가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알게해주었고 그 마음은 책을 읽는 동안에도 충분히 전해졌다.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에서 뜻을 함께 하던 선후배관계인 기자 '장우진'과 사회학 시간강사 '고석민'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막막한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 어려워진 출판사에서 퇴직한 아내로 인해 가장의 무게가 더해진 고석민은 시간강사 월급으로는 두 딸과 아내를 지킬 수 없기에 거절했던 국회의원 '윤현기'의 칼럼을 대필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차기 대권을 노리며 그 탄탄대로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국회의원 '윤현기'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걸림돌이 될 부분은 처리하고 힘이 되어줄 사람들은 미리미리 포석해가며 자신의 앞날을 다져간다.
서울대 수재라는 타이틀로 성화그룹 사위가 되어 오랜 시간 수모와 고초를 견뎌낸 '김태범'은 차기 사장자리에서 배제되자 기업의 비자금 내역이 적힌 서류를 훔쳐 달아난다. 그가 움켜 준 폭탄이 터지기 전 그의 행방을 쫒는 기업의 사람들은 김태범 주변의 사람들에게 접근해 돈으로 마음을 유혹한다. 그렇게 김태범을 찾아낸 기업의 사람들은 또 한 번의 그의 뒤통수를 치며 분노를 선사한다.
강한 소신을 가지고 기자의 임무를 다하는 <시사포인트>의 '장우진'은 위험한 취재도 서슴치않고 진행하기에 미행과 위협이 자주 뒤따른다. 힘겹지만 자신을 참아주고 묵묵히 뜻을 따라주는 가족에게는 항상 고맙고 미안하지만 이럴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자신이다.
'민주사회 변호사 모임'을 을 통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와 소외받는 최약층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최민혜'는 자신의 행동이 조금은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자금을 준 내역이 드러나면 안되는 기업인, 비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안되는 정치인, 진실을 제대로 알리려는 언론인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며 각자의 이해관계와 소신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마천의 사기에서 인용한 위의 글처럼 돈과 권력이 우선인 사람들은 그 말처럼 행동하고 돈보다 가치와 소신을 앞세운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대항한다. 처음 맛본 돈의 맛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 거머 쥔 거액의 돈이 지키려고 애쓰며 더 큰 돈을 향해 양심없이 걸어가기도 한다.
뻔한 패턴으로 들려지는 부정부패와 비리소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는 소설의 모습들을 보면서 정치, 경제, 언론이 손을 잡고 각자의 이해관계대로만 움직인다면 이 나라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켜본 거장의 예리한 시선이 쉴 새 없이 보여지는 가운데 염려와 걱정의 마음도 가득해진다. 코끼리에 맞서 생쥐는 어떤 반격을 할지, 정의와 진실이 가려지지 않고 제대로 드러날지 진행된 이야기도 이어질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