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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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처음 발표된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통해 시작된 캐드펠 시리즈는 18년의 집필기간을 거쳐 21권의 시리즈로 완성되었다. 완간 30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개정판으로 처음 알게 된 캐드펠 시리즈. 이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꽤나 어렵게 완독했던 기억이 있어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어떨지 살짝 걱정했으나 인간적이면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캐드펠' 수사의 매력만 가득 남겨준다.


젊은 시절 십자군 전쟁에 출정했으며 모진 풍파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유랑 생활을 하다 베네딕토회의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정착한 캐드펠은 우유자적하고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며 15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이곳 저곳에서 수집한 이국적인 식물부터 각종 허브와 약재들로 가득한 허브 정원을 완성하고 훌륭한 약제사로 거듭난다.


1137년 수도원의 젊은 수사가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일을 계기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가져오자는 계획이 세워진다. 그리하여 로버트 부수도원장을 선두로 통역을 위해 캐드펠까지 성녀 위니프리드의 무덤이 있는 귀더린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귀더린의 주민들은 성녀를 데려가는 것을 반대하고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영주 '리샤르트'에게 돈으로 설득에 나섰다 더 화나게 만든다. 다시 한번 만든 화해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리샤르트는 누군가 등 뒤에서 꽂은 화살에 찔러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화살의 주인은 객지에서 온 일꾼이자 집안에서 정해준 '페레디르' 대신 리샤르트의 딸 '쇼네드'가 사랑에 빠진 '엥겔라드'의 것으로 밝혀진다. 무죄를 주장하는 엥겔라드가 범인인지, 성녀를 데려가는 것이 어려워진 수도원 무리에 범인이 있는 것인지... 캐드펠은 리샤르트의 시신에서 말해주는 것들과 주변 조사를 통해 사랑과 종교적 신념에 얽힌 사건의 정황을 밝혀낸다.


성녀 위니프리드, 헤리버트 수도원장, 로버트 페넌트 부수도원장 등등 역사적 인물과 픽션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이자 수도사이면서 자신의 신념과 중립을 지키며 현실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캐드펠을 소개해 준 1편이었다. 조용하게 움직이며 뛰어난 통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캐드펠 그의 다음 활약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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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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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8살의 나이에 고아가 된 소녀 '베스'는 그렇게 메듀엔 보육원에 가게 된다. 하루 2번 보육원에서 제공하는 신경안정제 덕분에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잊고 지내던 베스는 어느 날 청소하러 내려간 지하실에서 경비 아저씨 '샤이벌'이 두고 있는 체스라는 게임에 대해 알게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지하실에 내려가 지켜본 몇 번의 구경으로 규칙을 익힌 베스는 자신도 가르쳐 달라 부탁하지만 여자는 체스를 두지 않는다는 샤이벌 아저씨를 설득해 가르침을 받는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머릿속에서마저 체스를 두는 베스는 뛰어난 실력으로 어느새 샤이벌의 적수가 되지 않게 되고 이어진 기회로 고등학생들과 겨룬 대회에서 마저 모두를 이겨버린다. 그렇게 체스에 빠져살던 베스는 12살에 휘틀리 부부에게 입양되어 보육원을 떠난다.


입양되고 학교에 다니게 된 베스는 체스 게임에 나갈 계획을 세우고 다소 무모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참가비를 마련한다. 그렇게 첫 번째 대회에 출전한 중학생 베스는 초급자가 아닌 실력자들을 상대로 주 챔피언까지 모두 이기고는 100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그리고 남편이 떠나고 혼자 남은 휘틀러 부인과 서로를 의지하며 더 많은 체스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이어가고 그렇게 모두에게 천재 소녀의 탄생이 알려진다.


소설은 천재소녀의 성장기와 더불어 베스가 어떤 게임방식으로 어떤 승부와 명성을 얻어가는지 또 승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가는지 빠른 전개로 진행된다. 특별히 체스 규칙을 알지 못해도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고 여성은 체스를 두지 않는다는 당시 분위기를 눌러 버린 어린 소녀의 영웅 탄생 서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매번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가득하지만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되는 긴장감,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싸워가는 외로움, 세계적인 마스터 '보르고프'를 향한 두려움과 승부를 향한 집념 등 어린 베스가 짊어진 무게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다소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소설은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명승부와 함께 이제는 체스를 진정으로 즐기게 된 19살의 베스를 보여주는 듯 했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받은 <퀸스 갬빗> 원작소설의 재미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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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워터 레인 아르테 오리지널 30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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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패리스의 작품이라 읽게 된 <블랙워터 레인>. 초반 내용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브레이크 다운>을 리커버 한 작품이었다. 읽었던 작품이라도 오래전이라 스토리와 결말조차 기억나지 않아 여주인공을 몰아가고 있는 인물이 누구일지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의심해가며 읽게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지름길이어도 위험하다며 남편이 오지 말라던 블랙워터 레인으로 들어선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자동차 한 대를 발견한다. 흐린 시야 속에서 차 안의 여자를 발견하지만 잠시 멈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자 두려운 마음에 그대로 지나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들은 캐시는 죄책감에 빠지고 그녀가 얼마 전 새롭게 사귄 친구 '제인'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만다.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캐시는 매일 아무 말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더욱 신경이 곤두서고 빗속에 있던 자신을 본 살인자가 전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자신을 위로해 주는 남편 '매튜'와 자매 같은 절친 '레이첼'의 이해와 위로에도 집안 비밀번호를 잊거나, 친구를 초대한 것을 놓치거나, 물건을 산 기억이 없어지거나, 주차해 둔 자동차를 찾지 못하거나, 점점 죄책감과 두려움에 캐시는 기억력마저 희미해져 간다.


심리 스릴러를 읽다 보면 항상 누구일까를 떠올리며 여러 상황을 의심하게 만든다. 가장 주변에서 맴돌 수 있는 남편 매튜일까, 캐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 레이첼일까, 결혼 전 캐시를 좋아했던 동료 교사 존일까, 죽은 제인의 남편 알렉스일까, 아니면 캐시 혼자가 만들어 낸 자작극일까. 반복적으로 캐시의 심리를 몰아가고 독자에게 설득시키며 의심을 키워가는 가운데 뜻밖의 상황에서 시작된 진실의 이야기는 한번은 의심했으나 결코 맞추지 못한 결말과 누구에게는 시원한 또 누군가는 안타까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언제든, 다시든 반갑기만 한 심리 스릴러의 대가 B.A.패리스의 <블랙워터 레인> 올 여름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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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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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초하루 즈음 누군가가 담아낸 마음을 보름 무렵 혈연관계인 사람이 그 마음을 받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녹나무가 소개된 <녹나무의 파수꾼>은 여러 사정으로 범죄자가 될 위험에 처했던 '레이토'가 왕래조차 없던 이모님 '치후네'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던 녹나무 파수꾼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온 <녹나무의 여신>로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법 월향신사의 녹나무 파수꾼의 역할에 익숙해져 가는 레이토는 신사 안에 자신들이 만든 시집을 놓고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소녀 유키나의 부탁을 받고 허락한다. 그 시집을 계기로 만난 '고사쿠'가 강도 사건에 휘말리며 레이토도 참고인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고 녹나무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레이토는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다.


경도 인지장애를 겪는 이모 치후네와 함께 살며 '인지증 카페'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레이토는 자고 나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는 기억장애를 가진 소년 '모토야'를 만난다. 오늘의 기억을 일기에 남기며 기억을 이어가는 소년과 인연을 만들어 가던 레이토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모토야와 스토리를 쓰는 유키나를 만나게 해주고 두 사람은 녹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들 결심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토야에게 행복한 하루의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부모님은 녹나무를 통해 그 소원을 완성시켜 준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실, 잃어가고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은 녹나무의 신비한 능력을 이용해 그 진심과 간절함을 전달받게 한다. 가난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소녀 유키나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모토야 그리고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치후네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현재이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의 행복을 기억하라고 전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소중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기억하고 싶은 그 간절함이 전해준 여운은 전편보다 더 깊게 남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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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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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있던 누군가가 내민 칼날이 목덜미에 닿았고 나는 틀림없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 채 바닷가에서 깨어난 나는 길을 따라 도달한 서양식 저택에서 자신처럼 목이 잘려 죽은 것만을 명확하게 기억하는 여섯 남녀를 만난다.


매일 아침 현세 소식이 담긴 신문이 배달되고 자동으로 음식이 채워진다는 냉장고.

먼저 도착한 그들이 파악한 정보로는 서양식 저택에서 파티가 열린 날 6명이 죽었고 이곳은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내 성불하기 전까지 머무르는 천국 저택이며 이곳에서의 하루는 현세의 1시간으로 유일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신문이다. 천국 저택에 모인 6명은 각자의 특징에 따라 메이드, 요리사, 파우치, 조폭, 아가씨 그리고 마지막 도착자인 수염남으로 불린다.


상상하면 자신의 죽음의 순간이 재연되고 범위에 한해서 필요한 물건을 조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그들은 나름의 규칙을 정해 살아가고 신문 정보로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추리한다. 그 추리 속에서 뜻밖의 인물의 방문을 받은 그들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는데 누가 왜 어떤 이유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앞선 서술의 이유를 설득시키며 생각지 못했던 반전의 이야기가 들려진다.


전원 사망 완료. 모두가 죽어버린 후 추리가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살해당한 채 기억을 잃고 천국 저택에 모여 추리한다는 설정일 줄이야. 정체를 숨긴 범인을 찾아내기 보다 제대로 성불하기 위해 범인을 찾는 그들은 어쩌면 내가 범인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숨겨진 미스터리에 적극적이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죽음 이후의 삶, 그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상상력이 기발했고 소설에서 만들어 낸 세계가 독특했으며 모든 미스터리가 풀린 후 그들의 마지막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제철이 아닐 땐 핀 천사들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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