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력 초하루 즈음 누군가가 담아낸 마음을 보름 무렵 혈연관계인 사람이 그 마음을 받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녹나무가 소개된 <녹나무의 파수꾼>은 여러 사정으로 범죄자가 될 위험에 처했던 '레이토'가 왕래조차 없던 이모님 '치후네'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고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던 녹나무 파수꾼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년 만에 돌아온 <녹나무의 여신>로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법 월향신사의 녹나무 파수꾼의 역할에 익숙해져 가는 레이토는 신사 안에 자신들이 만든 시집을 놓고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소녀 유키나의 부탁을 받고 허락한다. 그 시집을 계기로 만난 '고사쿠'가 강도 사건에 휘말리며 레이토도 참고인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고 녹나무의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건의 정황을 파악한 레이토는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다.


경도 인지장애를 겪는 이모 치후네와 함께 살며 '인지증 카페'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레이토는 자고 나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는 기억장애를 가진 소년 '모토야'를 만난다. 오늘의 기억을 일기에 남기며 기억을 이어가는 소년과 인연을 만들어 가던 레이토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모토야와 스토리를 쓰는 유키나를 만나게 해주고 두 사람은 녹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들 결심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토야에게 행복한 하루의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부모님은 녹나무를 통해 그 소원을 완성시켜 준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실, 잃어가고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은 녹나무의 신비한 능력을 이용해 그 진심과 간절함을 전달받게 한다. 가난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소녀 유키나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모토야 그리고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치후네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현재이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의 행복을 기억하라고 전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소중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기억하고 싶은 그 간절함이 전해준 여운은 전편보다 더 깊게 남겨지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