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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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나 바비큐 파티를 가진 날 음료에 섞인 비소를 마시고 7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일명 '도요스 바비큐 사건'의 범인은 주최자인 34세의 '마루에다 이쓰오'로 사건현장에서 감정없이 차분하게 모든 것을 바라봤던 그는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다.


신문사 기자로 정년퇴직 후 계열사 출판사에서 일하는 '가쓰키'는 이 사건의 기사를 써보지 않겠냐는 편집장의 제안을 받는다. '비소'라는 범행 수법을 듣자마자 14년 전 '하이토 마을 일가족 살인사건'을 떠올린 가쓰키는 유일한 생존자였던 고등학교 1학년 장녀 미쓰바를 생각한다. 용의자로 몰렸으나 증거가 없어 풀려났던 그녀는 몇 달 뒤 집안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을 뒤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당시 취재에 나섰던 가쓰기는 가족들이 살해당한 빈 집의 식탁에서 혼자 라면을 먹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게 자리 잡혀 있다. 두 사건에서 사용된 비소가 같은 성분으로 밝혀지면서 바비큐 사건과 일가족 살인사건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가쓰키는 이쓰오를 만나러 간다.


14년 전, 하이토 마을에는 엄마 구니코가 재혼하면서 할머니 댁에 맡겨진 지히로, 지히로와 친하게 지내는 가족에게 구박받는 미쓰바, 동창 구니코를 질투하며 시어머니, 남편, 딸마저 탐탁게 여기지 않는 하루카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들려진다. 그렇게 14년 전 과거에서부터 취재를 이어가는 가쓰카의 현재가 만나는 가운데 '비소'로 얽혀있는 두 사건의 진실도 서서히 드러난다.


'하이토 마을 일가족 살해 사건'의 내막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았다. 당시 그 마을에 살고 있던 사람들 각자의 입장과 비뚤어진 심리가 모여 만들어진 결과이자 서로가 존중되지 못한 가족애가 낳은 비극이었다. '살해당하기 전에 살해하는 것 뿐'이라니... 씁쓸하고 안쓰러운 느낌이 가득하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결말의 여운을 기억하며 만났던 마사키 도시카의 <레드 클로버> 역시 뭔가 묵직한 메시지가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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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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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출판사 오너인 '고로'가 사망하고 고문 변호사에 의해 그의 유언이 공개된다.

유언장의 세부적인 내용은 비탈섬 별장에서 개봉할 것, 그 자리에는 여동생 마사에와 자신의 3남매 에이코, 게이스케, 유코 그리고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가 참석할 것. 그중 사망이 아닌 다른 이유로 모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절대 개봉하지 말 것.


20년간 소식이 끊긴 조카 가즈야를 참석시키라는 유언에 가족들 모두 어리둥절하지만 탐정 '고바야카와 다카오'를 통해 가즈야를 찾아내 조건을 완성시킨 그들은 유언장 PART 2를 듣기 위해 비탈섬으로 향한다. 유언장에 등장하는 인물과 고로의 49재를 위해 도라쿠 스님, 병석에 누운 고문 변호사를 대신해 유언장을 공개하기로 한 변호사 딸 사야카, 유명 탐정인 어머니의 명성을 이은 탐정 고바야카와까지 모두 14명이 비탈섬 고로의 별장에 모인다. 드디어 유언장의 내용이 모두에게 들려지고 각자의 방에서 밤을 보낸 다음 날 누군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태풍으로 섬을 빠져나갈 수도 경찰이 개입할 수도 없는 그곳에서 탐정 고바야카와와 변호사 사야카는 콤비가 되어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살해당하기 전날 목격된 빨간 귀신, 도깨비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사라진 수상한 사람, 이상한 구조의 숙소 등 종잡을 수 없는 정황 속에서 감춰 두었던 23년 전의 비밀이 들려지면서 고바야카는 추리의 맥락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대신 이 작품은 한 명의 희생자에 초점을 두고 현재의 사건과 23년 전 사건의 관계를 연결시킨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 부분 용돈벌이를 위해 부모님 몰래 밤낚시에 나선 선후배 관계의 중학생 세 명이 갑자기 물속에서 튕겨 올라온 흰옷 입은 남자를 만났던 순간이 어떤 운명에 이르게 했는지까지... 클로즈드 서클에 마침 함께 있던 탐정에 의해 사건이 해결된다는 설정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자주 보아 왔기에 익숙했지만 다소 코믹하고 엉뚱하면서도 빛나는 추리를 보여준 탐정 고바야카와는 독특하게 기억된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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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워닝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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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소비자 문제에 앞장 서 보도하는 언론사 <페어워닝>에서 일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잭에게 LA경찰 맷슨이 찾아온다. 1년 전쯤 한번 데이트했던 티나와의 관계와 지난 수요일의 행적을 묻는 맷슨으로부터 티나가 목이 부러져 살해당한 사실을 전달받고 DNA검사 채취까지 요구당한다.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한 잭은 티나의 기사와 티나 주변인에 접근해 정보를 모은 뒤 살해 방법인 '고리뒤통수 관절 탈구'에 대해 조사한다. 법의학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구하던 잭은 교통사고 혹은 사고로 비슷한 방식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정보를 발견하고 그들과 티나 모두 DNA유전자 분석을 통해 가족을 찾아주는 혈통분석회사 GT23에 DNA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DNA 중 알코올, 마약 등에 중독적 행동을 나타내는 특정 유전자가 연구되고 단체간에 DNA가 거래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되는데... <페어워닝>의 편집자 마이런은 잭에게 에밀리와 함께 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전직 FBI요원이자 전연인이었던 레이첼 윌링에게 도움을 요청한 잭은 대중에게 알릴 준비를 해나간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또 목이 꺾인 채 발견되고 또 누군가는 잭의 뒤를 쫓아다니는데..


DNA로 자신의 혈통을 찾는 방법이 대중화되면서 생길 수 있는 장단점 속에서 철저한 보안과 규율 없이 제공된 유전자가 허락도 없이 떠돌아다닌다면 소설 속 이야기는 극단적이지만 충분히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을 듯하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미키 할러 시리즈에 이어 <시인>,<허수아비> 그리고 <페어워닝>로 이어지는 잭 메커보이 시리즈까지...순서 없이 읽다 보니 캐릭터들의 역사가 섞이긴 했지만 형사, 변호사, 기자이던 사건에 진심으로 뒤쫓고 해결하는 이야기가 언제나 흥미롭다. 기자보다 형사 같은 잭은 또 다른 사건에 호기심을 보이며 최고의 파트너 레이첼에게 함께하자 제안했다. 잭과 레이첼과의 다음 활약과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지 4번째 사건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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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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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방지를 위한 '생명의 전화'에서 전화상담 자원봉사를 하는 누마타 야에는 자살을 고민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뒤 다음 상담자와 연결한다. 여보세요? 한참 말이 없던 수화기에서 '다~레마가 죽~였다~'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순간 야에는 오싹해진다. 혼선이었는지 이내 연결된 어린 아이가 아닌 한 남자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으면 바로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얘기한다.


그 남자는 월요일부터 매일 동창생 5명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바로 자살실행을 하기로, 연결되면 하루씩 미루는 것으로 금요일까지 이어왔다. 더 이상 걸 곳이 없어 생명의 전화에 야에와 연결된 남자는 다시 하루를 벌었지만 이런 식이라면 내일은 자살을 실행할지도 모른다. 위기의 그를 도와주기 위해 야에는 통화를 하면서 많은 정보를 물으며 장소를 알아내지만 다음 날 그 장소에는 그의 신분증과 누군가의 많은 혈흔만이 남겨져 있을 뿐 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미스터리 작가인 하야미 고이치에게 형사가 찾아와 동창생 다몬 에이스케에 대해 묻는다. 얼마 전 오랫만에 전화왔던 에이스케가 자살을 계획하며 죽음의 전화 게임을 한 끝에 실종되었다는데...새로운 책을 구상하던 고이치는 독자적으로 사건 조사에 나서고 어린 시절 동창생들과 함께 표주박산에서 했던 '다루마가 굴렀다(우리 나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떠올려보며 그날 6명이 아닌 일곱 명이었던 어떤 광경이 되새겨진다.


에이스케의 전화를 받은 동창생들이 하나씩 살해되는 가운데 어린 시절 표주박산에서 실종되었던 아이들 사건까지...고이치의 기억과 추리를 통해 과거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아주 오랫동안 숨어 있던 술래잡기가 마무리된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린 시절 추억 속 즐거운 놀이인데 감춰진 일곱 번째 술래의 정체는 무엇인지, 숨겨진 미스터리는 무엇일지 조금씩 등장해 던져주는 어떤 광경을 상상해가는 동안 그 게임이 내내 오싹하게 전해졌다.


괴담,기담하면 떠올려지는 미쓰다 신조이기에 <일곱 명의 술래잡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예상하며 펼쳤는데 이번 작품은 그만의 미스터리함 속에 좀 더 추가된 추리가 기존과는 조금 다른 색채로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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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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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며 재밌게 읽은 <붉은 박물관>의 후속작 <기억 속의 유괴>가 오랜 기다림 없이 출간되어 반가웠다. 붉은 박물관이라 불리는 범죄 자료관의 관장 '히이로 사에코'의 궁금 가득한 고백으로 끝난 전작이었기에 그녀의 사연이 들려지지 않을까 예상했던 후속작은 수사기관 내에서 '데라다'의 수사만을 전해 듣고 추리했던 사에코가 본격적으로 밖으로 나와 함께 활약하는 모습이 눈에 띄인다. 그렇게 사에코는 수사 1과에서 징계먹고 파견된 '데라다 사토시'와 5건의 사건을 해결한다.


형사사건의 증거품이나 유류품이 들어간 비닐 팩에 QR코드 라벨을 붙이며 정리 작업을 하던 중 사에코는1991년에 일어난 여고생 살해사건에 주목한다. 화단에서 뇌타박상으로 사망한 여고생. 당시 선배에게 고백하던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은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함께 활동했던 미술 동아리 선배들이 용의자로 떠올랐으나 밝혀진 것 없이 사건이 종료되고 15년이 지났다. 자료를 검색하던 사에코는 한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학생을 찾아보라고 지시한다.


1990년 여러 지역에서 연쇄 방화사건이 발생하지만 정작 불이 붙은 뒤 집안에 전화해 피하라는 범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렇게 8건의 사건이 일어나고서 멈춘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에코는 자료를 통해 범인의 의도를 밝혀낸다.


1999년 가방 안에서 토막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고 비슷한 시간에 그의 아내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로인해 아내가 범인으로 의심받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제외된다. 범인은 왜 사체를 토막내야 했을까 그 이유에 집중하던 사에코는 의심되는 용의자 중 한 명을 골라낸다.


1990년 여러 직원들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회사원이 충동적인 범행으로 살해된 정황이 발견된다. 차용증에 써 있던 사람들을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증거 없이 수사는 종료되었다. 당시 손을 다쳤던 피해자와 집에 남아 있던 발판 의자. 그 상황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사에코는 가면을 쓰고 있는 범인을 지목한다.


1988년 일어난 아동 유괴사건의 주인공은 데라다의 친구였다. 당시 유괴범은 양부모에게 키워진 친구의 친어머니로 그 사실은 그의 가슴 속 응어리로 남아 있다. 유괴 당시의 기억을 전해 들은 사에코는 이 유괴사건에 담겨있는 깊은 의미를 파악해내고 진실을 들려준다.


두 편의 시리즈까지 읽고나니 붉은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정감있게 다가온다.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흥미로웠고 사건의 개요와 추리 해결까지 빠르게 전개되기에 가독성도 좋고 드라마를 보는 듯 활약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사에코의 추리가 들려지기 전 나름 누가 범인일지 예상해보지만 매번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붉은 박물관에 쌓여 있는 수 많은 사연 중 앞으로 만나고 해결될 사건은 무엇일지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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