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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평점 :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배윤민정 작가의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를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솔직히 읽는 내내 작가에게 항의하기에 바빴다.
'나쁜 말'은 무엇일까?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
여자가 시가 구성원들에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 '나쁜 말이 되는 걸까?(p96)
일단 내가 생각하는 점은 작가가 말하는 의견과시가 구성원들이 지금껏 살아온 방식, 즉 의견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 화가 났던 부분은 카톡창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부분이었다.
글이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런데 이 책속에는 끊임없이 전화로 카톡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고 있었다.
왜 '아주머님'과 '형님' 그리고 남편, 본인 4명이서 만나서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각자 의견을 천천히 토론하는 형식이어야 하는데
만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카톡으로 올리는 모습은
솔직히 철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작가가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했던 모습,
나 또한 아니 그 시절에 아버지들은 거의 다 그런 모습이었다.
아버지와 오빠가 우리를 때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 가족 사이에서
나의 할머니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물건을 부수거나 가족을 때리는 행동을
'쿠세'라는 일본어로 표현했다. '쿠세'의 뜻은 '버릇'이었다(p244)
나의 아버지도 엄마를 동물처럼 학대하셨다.그 당시만 생각하더라도 피가 거꾸로 올라온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 나이와 그 자리로 되다 보니,
아버지라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낀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19살때 돌아가셨다.엄마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볼때마다 빨리 죽기를 희망했다.
지금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그냥 안아주고 싶다.
한국에서 배운것 없고 능력없는 남자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한다고, 그냥 지금까지 살아온 것만도 대단하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내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일상을 가꾸어가길 원한다.동반자와의 관계를 법과 제도를 통해 보호받고 지원받길 원한다.
동시에 여자의 삶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가부장제가 사라지길 원한다.
나는 사랑을 원하고, 내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제도적 보호를 원하며,
여성 인권의 향상을 원한다.
이 모든 것이 내 욕망이고, 동시에 내가 시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삶의 권리다.
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포기하지 싶지 않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 싶다.
갈등을 최소화하며 현명하게 변화를 끌어내라는 목소리를 단호하게 거부한다.그런 말들은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의 시간 동안 여자에게 차별을 감내하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평화 밑에는 여자, 특히 며느리의 인내가 깔려 있다(p268)
작가의 의도에 공감한다.2019년 여성가족부에서 새로운 호칭을 공지할 계획이라니 나또한 기쁘다.
사람으로서 존경받고 싶고,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을 존경한다.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담아놓은 시댁 식구에게 했던 과정에는솔직히 존경하고 싶지 않다.
감내하라는 주문이라고 표현했는데,
감내보다는 조금더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었다면
일어서서 퇴장할 때까지 응원의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만약 내 아내, 동반자가 작가였다면
나 또한 그 배우자처럼 많이 울고,
이혼하자고 말했을 것 같다.
자신이 존경받고자 펼치는 투쟁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투쟁기에 짜증만 났던 책 읽기였다.
나의 가족은 아내와 딸이다.
그리고 나의 형제는 여자 5명, 막내인 남자 1명이다.
나 또한 누나들이, 아내가 딸이 당당히 살아가는
여성이 더 활약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