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 오디세이
최영순 지음 / 부키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경제학 개론 수준도 안되는 입문서를 읽고서 매료된 나머지, 대충 반복 학습에 기댄 경제학 이론들을 섭렵하고자 선택한 책이다. 국내 학자에 의해 쓰여졌으니까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예상대로 읽기는 쉽다. 그러나 참 오랜 만에 글읽기의 지루함을 느꼈다.
뭔가 새로운 것도 없고,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라면 나의 느낌을 어느 정도 전할 수 있을까?

거창하게 부제가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의 IMF체제까지의 5000년 경제 활동에 대한 지적탐사라고 하고 있지만 지적탐사라는 말을 붙히기에는 너무 가볍다. 그저 역사책에서 나오는 단편적 경제활동을 나열한 것 이상이 아닌 듯 하다.

최영순 교수는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경제학에 대한 선입견(무진장 어려운 학문)을 깨기위해서 입문서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쉽게 써야된다'는 강박이 책이 지향해야 할 지적탐사마저 무색하게 할 만큼의 난이도없는 책을 내놓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접하는 경제사보다는 역사적 단편이나 야사와 같은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게 하는 묘한 책이다.^^
예를 들면 유럽 고성을 거니노라면 성벽 밖으로 툭 튀어나온 2층집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기괴한 형태의 가옥형태가 출현한 것이 너무도 당연스럽게 성벽의 두께를 더하다가 더 이상 쉽게 성벽을 철거하고 재건축 할 수 없다는 물리적인 이유로 2층의 형태가 성벽 밖으로 돌출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나 같은 이유로 늘어나는 인구수를 부양하기 위해 지금의 아파트처럼 2층, 3층의 수직적 가옥 형태가 생겨났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사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땅덩어리도 넓은 데 뭐하러 2층 3층의 가옥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는데 성벽이 문제였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아울러 유대인들의 경제활동의 궤적을 긴 역사 속에서 단편적으로나마 더듬을 수 있었던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한 민족으로 이렇게 긴 시간동안 전세계적으로 소외를 당한 민족이 있을까 하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고리업으로 떼부자가 된 유대인들을 풍자하는 유럽인들의 그림들이나 문구들을 본 적이 있는데 고리업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유럽인이 천시하여 그들에게 맡긴 것이었고 맡긴 것을 그들이 가진 수완과 지혜로 하다보니 성공가도를 달린 것인데 유럽애들 참 너무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지만 경제는 돈 혹은 소위 상식 수준에서의 경제와 관련한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가르쳐준다.

이렇게 리뷰를 할 수 밖에 없음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느낌을 가졌는가를 보여준다면 너무 가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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