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 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놓은지가 어언 1년이 넘는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 대부분의 나의 북리뷰는 구입하고 한참을 지나서야 올라가는 특징이 있는 듯하다. 경제학 관련 서적이니 한계효용이 한계비용보다 크니까 뭐 나쁠 건 없지만...^^
이 책은 숫자 울렁증이 있어 무관심했던 경제, 특히 실물경제에 대해서 뭔가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 쯤으로 여기고 구매를 했다. 사실 TV나 인터넷 뉴스 가운데 경제 관련 소식을 접하면 참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글을 읽은 적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가진 경제에 관한 기본 개념이란 것이 그 옛날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문화에서 접한 수요곡선, 공급곡선이 끝이 아니던가. 그게 누구의 이론인지도 모른 채 이렇게 당연한 소리를 왜 할까만 물었던 기억이 있다.

본서를 읽고 난 느낌은 경제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단순히 숫자 놀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재화의 흐름에 대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이 윤리학으로부터 분리된 역사가 겨우 200여년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국부론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로부터 시작해서 합리적 기대이론학파를 아우르는 200여년의 경제학사를 통해서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받고 있는 비난의 이유를 설명하는데 결국 경제학은 고정된 실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기에, 지금 이순간에도 유동적인 실체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그들의 예측이 과학적 예측만큼 정확할 수 없는데서 따르는 당연한 결과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이 사라질 수 없는 것은 유동적인 실체에 접근하며 경제의 발달을 도모할 수 할 수 있는 지표는 과거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근거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지적한다.

나름대로 이 책을 읽고 난 경제학사의 결론은 정부와 경제 간의 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경제 발전의 하나의 관건이라는 것이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이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난 왜 이리 씁쓸한지...

또한 경제 뿐 아니라 정치와의 관련성 속에서 접근한 공공선택학파의 이론은 정치가들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확인해 주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기업가들은 이윤창출이라는 목적이 있고 정치가들은 이윤창출이 뇌물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대체 목적으로서 권력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권력 지향은 결국 정치가들의 세불리기를 통해서 이루어 지며 세불리기의 과정에서 기업과 결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생리가 이러할 진대 정치가들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 도덕적 가치에 기반한 빅토리아시대의 이상을 펼치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거다. 이해가 된다. 개 중에는 정치의 본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대부분은 권력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결국 문제는 자기 소명에 대한 철학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시대가 복잡해 질 수록 경제 변수가 많아지고 그 변수를 모두 고려해서 경제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이 결국 시대착오적인 정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는 다음세대에게 '확실성을 추구할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일면 맞는 말인 것 같다.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가르친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결국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불변하는 확실한 것을 가르치라는 말로 새기면 안될까? 혹은 불확실성 자체가 세상의 본성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막 살라고 가르치라는 말인가?^^

예수 하버드에 오다, C S Louis vs Freud 모두 하버드대학 교양 과목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고 두 책 모두 내용이 알찰 뿐 아니라 재미가 있었다. 이 책 역시 하버드 경제학 입문 수업의 내용이라 하는데 이런 수업만 듣고 있는 그 녀석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렇게 책으로라도 접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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