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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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송정림, 여자의 삶에 리듬을 줘라

송정림 작가의 신간,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읽고 제일 첫 번째로 들었던 생각! ‘표지가 마음에 쏘~옥 든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내가 투표한 표지여서.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출판사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표지 시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안에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서 책을 출간하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선택했던 1번 시안이 바로 현재의 <내 인생의 화양연화> 표지다. 나 말고도 이 표지를 마음에 들어 한 수많은 독자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내 선택을 받은 표지와 함께 독서를 하니 기분은 배로 즐거운 것 같다.

송정림 작가의 책은 얼마 전 읽은 정여울 작가의 <잘 있지 말아요>와 비슷한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차이점을 하나 꼽는다면 그건 작가 자신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차용해온 소재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 더욱 다양했다는 점이다. 사실 비슷한 구성으로, 그러니깐 책이나 영화 등의 작품을 논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낸 책을 연달아 두 권 읽는다면 독자로써는 질릴 법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송정림 작가의 책에서는 책과 영화뿐만 아니라 작가 그녀가 좋아했던 노래도, 일상에서 듣고 접했던 이야기들도 모든 것이 책의 소재로 작용했다.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책을 만들었고, 송정림 작가는 교사출신 답게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를 버무려 에세이집을 냈다는 점에서 연달아 읽은 두 권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서로의 차이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예전에 <아플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의 소개글을 작성했던 적이 있다. 소개글을 쓰면서 그 책을 대충 훑어볼 기회가 닿았었는데, 인생의 ‘마흔’에 접어든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글이자, 힐링의 글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 역시 그러한 중년들에게 희망과 새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글을 썼다는 흔적도 자주 발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갓 인생의 맛을 알기 시작한 청춘들보단 인생의 달고 쓴 맛을 골고루 본 이들에게 더 와 닿을 그런 이야기들도 책에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잘게 나눠진 챕터 안에 들어있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마다 또 소제목을 붙이고 그 소제목을 통해서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환기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선사해준 책. 나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책을 이렇게 정리해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라는 파트를 통해 ‘존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라는 이야기를 통해서는 ‘결국 고난의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슬픔은 인생의 연금술’, ‘사막의 오아시스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들꽃은 작지만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등의 소제목을 통해서도 또 나만의 상황으로 걸러진 새로운 시각들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써야겠다!’하고 그 때부터 글을 쓴 게 아니라 하루하루 차근차근 써 내려간 글을 드디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한 책이기에 더욱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 어느 이야기 하나 허투루하단 느낌도 그닥 없었고.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었기에 더 가슴 따뜻했던 독서시간. 이 책은 내 나이 마흔에 꼭 다시 만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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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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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 강지영, 일상에서 시작해 일탈로 끝나는 이야기

네이버 연재소설로 시작해 단행본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둔 강지영 작가의 <하품은 맛있다>, 이 책은 다른 시간에 속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다. 책을 펼치기 전 뒤표지에 적힌 문구를 먼저 읽었는데 '꿈의 공유‘가 어떻게 스릴러적인 요소로 변모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얼른 궁금증을 풀고자 후다닥 첫 장부터 펼쳤던 이 책에 대해 간단한 글을 남겨본다.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고 울퉁불퉁한 몸매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가정사를 지닌 ‘박이경’이라는 여자와, 학벌도, 외모도, 집안 재력까지도 완벽하게 갖춘 ‘단아름다운’이라는 여자는 깊이 잠든 꿈속에서 서로의 상황을 체험한다.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빠른 시간 내에 큰돈을 벌기 위해 살인 피해자의 집을 청소해주는 용역업체에서 일을 하던 ‘이경’, 그녀는 욕실에서 오랫동안 부패된 채 죽어있던 어느 여자가 머물렀던 집(그녀는 다운의 친구였고, 그 집은 다운이 함께 살던 집이었다.)을 청소한 다음날부터 ‘다운’의 과거를 꿈으로 만난다. 비슷한 시기 ‘다운’ 역시 이상한 꿈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녀는 앞으로의 ‘이경’이 청소하러 가는 집들을 꿈에서 가보게 된다. 철학자 들뢰즈가 말한 ‘훔쳐보기’처럼 두 여자는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상대의 꿈을 살짝 엿보고만 나왔으면 좋았을 법 했다. 딱 거기까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경’은 꿈에서 ‘다운’의 과거 속 몇몇 상황들이 끊기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 간극에서 꺼림칙함을 느끼게 되면서 점점 ‘다운’의 진짜 과거 속 비밀을 캐기 위해 나선다. 사실 전혀 상관없는 관계처럼 보였던 두 사람은 남 사장, 임 대리 등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에 제각기 연결된 사이였던 것.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경’과 ‘다운’을 둘러싼 인물들 때문에 여러번 앞 장을 돌려서 읽기를 반복했다. 누구의 꿈속인지, 누가 누구의 형상으로 말을 하는건지 때때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상그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접하는 ‘꿈’을 비틀어서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꾸민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몇 날을 불면증에 시달리던 강지영 작가는 어느 날 꿈에서 어떤 외국인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고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 역시 혹시 꿈에서 자신의 모습을 꿈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게 생각의 꼬리들을 확장시켜 나가다가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꿈’을 즉 ‘거울’로 생각하고 서로가 ‘꿈’꾸는 시간, 그 거울같은 꿈 앞에 서서 서로의 꿈을 공유한다는 독특한 발상은 사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 가운데 한 두 번 이상은 다 느껴봤을 상황일 수도 있다. 처절한 과거를 벗어나고자 했던 ‘이경’과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삶이지만 그 속은 썩어 문드러졌던 비운의 ‘다운’이라는 이 두 여성의 상황을 통해 꿈을 단순한 꿈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현실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비록 내가 꿈을 꾸지 않는다해도, 누군가가 평범한 내 일상 속 모습을 내 얼굴을 하고선 꿈으로 체험할지도.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모든 것이 이뤄지고, 또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내 생각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기도 하는, 신비롭고 무서운 ‘꿈’이란 세계. 한숨 푹 자고 꿈에서 깨어나 기지개와 함께 시원한 하품 한 모금 뱉고 나면, 왜 개운한지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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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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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정독하는 정여울 작가의 책, <잘 있지 말아요>. 제목부터 왠지 아련하고 애틋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 같다. 소심한 사람의 사랑법에 꽤나 어울릴법한 그런 멘트라고나 할까. 헤어진 상대방보다 더 많이 그를 사랑했던 당사자의 고백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멘트. ‘잘 있지 말아요라는 말. ‘나를 떠나고 행복할 수 있나요? 부디 잘 있지 말아요. 나는 잘 지낼 자신이 없거든요’, 이런 내용을 함축한 딱 한 마디가 잘 있지 말아요인 것 같아서 그냥 마음이 갔다. 사랑에 있어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은 늘 더 많은 대상들로부터 위로받는 존재, 위안 받는 존재가 되곤 하니깐.

 

이 책의 저자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다. 많은 책을 집필했지만 제목만 각양각색일 뿐, 그 속은 모두 문학혹은 영화로 시작해 동일한 것들로 끝난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그녀의 솔직한 생각을 더한 에세이 겸 인문학 서적이었다.

 

작가가 수십 가지의 작품들을 다루며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주입하는 동안 내가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은, ‘작가의 표현력이 정말 대체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나는 작가의 생각보다 그녀가 시종일관 선보이는 일종의 글 쓰는 기교’, 표현법을 강력하게 주입받은 듯 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작품에 대해 논할 때 그녀는 주인공 블랑쉬의 허영이라는 상태를 어쩌면 지독한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허영이라는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허영의 본질을 꿰뚫어가는 작가의 표현을 읽고 있으니 정말 어쩌면 허영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조금은 비뚤어진 감정표현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블랑쉬가 처한 상황의 전후과정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라면, 그건 분명 자기 위안이자 자기를 사랑하는 조금은 남들과 달랐던 하나의 표현일 터였다.

 

사랑이 내재한 불가피한 트라우마라는 책 속 파트 안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본능이기에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무릎을 하고 칠만큼 작가는 예리하면서도 평범하게 사랑의 정의를 하나씩 짚어 나갔다. 정말이지,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이어서 내가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랑의 대상을 알아가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했었던 모습이 이어지는데,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 또한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은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고백했을 때의 후폭풍고백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음속으로만 생로병사 하는 사랑의 슬픔. 그 끝나지 않는 드라마, 오직 자기 안에서만 태어나고 자라나고 죽어가는 이야기

이 부분도 인상깊어서 책 모퉁이를 접어뒀었는데, 마음속으로만 일어나는 생로병사로 묘사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여울 작가는 내가 읽은 작품도, 그리고 내가 미처 접하지 못한 작품까지도 모두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이 책으로 자처했다. <오셀로><레 미제라블>, <폭풍의 언덕>, <,>, <오페라의 유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과 같이 내가 이미 책이나 영화로 만났던 작품과,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던 <디 아워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시라노>, <트리스탄과 이졸데> , 그리고 전혀 접하지 못했던, 그러나 오랜 시간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들 <속죄>, <리시스트라타>, <베니스에서의 죽음>, <피그말리온>, <죄와 벌>, <전원 교향악> 등등을 어제보다 조금 더 알게됨에 감사하며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어서 유익 그 자체였던 책읽기 시간. 정여울 작가의 글발을 한번 더 몸소 느꼈다는 점과, 그녀 덕분에 훌륭한 작품을 마치 속성 과외받듯 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만고불변의 가치인 사랑에 대해 많은 케이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에 대한 편협하고 이기적이었던 나의 시선들이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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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거룩한 순례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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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를 앞두고 구매한 책입니다.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 가는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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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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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의 등장과 설월화 살인사건

우리에겐 잘 알려진 탐정들이 많다. 어른이 되어도 늘 재밌게 봐지는 ‘명탐정 코난’을 비롯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셜록 홈즈’, 그리고 마니아층이 두터운 ‘소년탐정 김전일’ 등이 그 예.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좀 알고 있는 독자들은 ‘가가’라는 이름의 형사 역시 빼놓지 않을거다. 그만큼 사건을 추리하는 능력이나 인간적인 면에서 느껴지는 매력들이 여러모로 많은 인물이 바로 ‘가가’ 형사이기에.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믿고 보는 작가’로 인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 전자책으로 만났던 그의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라는 작품에서였다. 호텔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었는데 범인을 쫓는 생각의 흐름도 섬세하고 독특했지만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하는 특정 인물들의 직업의식이 유난히도 잘 표현되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추리소설 속에서 인물의 직업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직업을 통해 인물의 특징이 묻어나고, 그 유난스러운 특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렇게 하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직업을 철저하게 나누어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였다. 심지어 작품 속 직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까지 겸해서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하나의 직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해주니, 정말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작품은 한번 읽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어느새 나에게 ‘믿고 보는 작품’이 되어 버렸던 것.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는 ‘닛타’라는 새로운 형사가 등장했지만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애착을 가지고 만든 ‘형사 캐릭터’의 대표는 ‘가가’라는 인물이다.

<졸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남자뮤즈(?)로 통하는 ‘가가 형사의 등장’을 알리는 첫 이야기로 생각하면 쉽다. 원래는 교사의 길을 걷고자 했던 가가의 과거와 그가 사랑하는 동창생, 그리고 그 주변 친구들의 잇따른 죽음을 통해 가가의 추리력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조금씩 밝혀지는 내용이다. 가가의 아버지가 형사라는 점, 그래서 가정을 챙기기보단 늘 범인을 쫓기 바빴고 그래서 엄마가 불행했었다는 점 등을 살짝 끄집어내며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절대 형사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친한 동창생들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전말을 밝혀내는 과정 가운데 아마 그는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필연성을 느껴가지 않을까.

<졸업>의 마지막 장면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실제로 <졸업> 이후에 가가형사의 활약을 그려낼 다른 작품들을 다 계획하고 있다는 듯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가 사랑한 사토코와의 관계적인 면이나, 살아있는 친구들이 졸업을 맞이하고 제 갈 길로 가는 과정 등이 다음 작품에서도 비중 있게 그려질런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가가가 결국은 형사라는 길을 포기할 수 없게끔 만들, 그런 여러 상황이(난관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 또 찾아올 테고, 가가의 가정환경이 더 자세히 드러날 것이란 예감은 팍팍 온다.

총 7권으로 구성된 가가형사의 활약 시리즈. 이제 시작이라서 더 두근거린다. 아직도 가가형사의 활약을 읽을 수 있는 책이 6권이나 더 남아있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흡입력있는 문체와 탄탄한 인물배경,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현실과 가까운 살인사건을 통해 추리소설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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