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품은 맛있다 - 강지영, 일상에서 시작해 일탈로 끝나는 이야기

네이버 연재소설로 시작해 단행본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둔 강지영 작가의 <하품은 맛있다>, 이 책은 다른 시간에 속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다. 책을 펼치기 전 뒤표지에 적힌 문구를 먼저 읽었는데 '꿈의 공유‘가 어떻게 스릴러적인 요소로 변모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얼른 궁금증을 풀고자 후다닥 첫 장부터 펼쳤던 이 책에 대해 간단한 글을 남겨본다.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고 울퉁불퉁한 몸매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가정사를 지닌 ‘박이경’이라는 여자와, 학벌도, 외모도, 집안 재력까지도 완벽하게 갖춘 ‘단아름다운’이라는 여자는 깊이 잠든 꿈속에서 서로의 상황을 체험한다.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빠른 시간 내에 큰돈을 벌기 위해 살인 피해자의 집을 청소해주는 용역업체에서 일을 하던 ‘이경’, 그녀는 욕실에서 오랫동안 부패된 채 죽어있던 어느 여자가 머물렀던 집(그녀는 다운의 친구였고, 그 집은 다운이 함께 살던 집이었다.)을 청소한 다음날부터 ‘다운’의 과거를 꿈으로 만난다. 비슷한 시기 ‘다운’ 역시 이상한 꿈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녀는 앞으로의 ‘이경’이 청소하러 가는 집들을 꿈에서 가보게 된다. 철학자 들뢰즈가 말한 ‘훔쳐보기’처럼 두 여자는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상대의 꿈을 살짝 엿보고만 나왔으면 좋았을 법 했다. 딱 거기까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경’은 꿈에서 ‘다운’의 과거 속 몇몇 상황들이 끊기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 간극에서 꺼림칙함을 느끼게 되면서 점점 ‘다운’의 진짜 과거 속 비밀을 캐기 위해 나선다. 사실 전혀 상관없는 관계처럼 보였던 두 사람은 남 사장, 임 대리 등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에 제각기 연결된 사이였던 것.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경’과 ‘다운’을 둘러싼 인물들 때문에 여러번 앞 장을 돌려서 읽기를 반복했다. 누구의 꿈속인지, 누가 누구의 형상으로 말을 하는건지 때때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서 상그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접하는 ‘꿈’을 비틀어서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꾸민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몇 날을 불면증에 시달리던 강지영 작가는 어느 날 꿈에서 어떤 외국인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고 이런 생각을 했단다. ‘그 역시 혹시 꿈에서 자신의 모습을 꿈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게 생각의 꼬리들을 확장시켜 나가다가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꿈’을 즉 ‘거울’로 생각하고 서로가 ‘꿈’꾸는 시간, 그 거울같은 꿈 앞에 서서 서로의 꿈을 공유한다는 독특한 발상은 사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 가운데 한 두 번 이상은 다 느껴봤을 상황일 수도 있다. 처절한 과거를 벗어나고자 했던 ‘이경’과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삶이지만 그 속은 썩어 문드러졌던 비운의 ‘다운’이라는 이 두 여성의 상황을 통해 꿈을 단순한 꿈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현실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비록 내가 꿈을 꾸지 않는다해도, 누군가가 평범한 내 일상 속 모습을 내 얼굴을 하고선 꿈으로 체험할지도.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모든 것이 이뤄지고, 또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내 생각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기도 하는, 신비롭고 무서운 ‘꿈’이란 세계. 한숨 푹 자고 꿈에서 깨어나 기지개와 함께 시원한 하품 한 모금 뱉고 나면, 왜 개운한지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