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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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정독하는 정여울 작가의 책, <잘 있지 말아요>. 제목부터 왠지 아련하고 애틋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 같다. 소심한 사람의 사랑법에 꽤나 어울릴법한 그런 멘트라고나 할까. 헤어진 상대방보다 더 많이 그를 사랑했던 당사자의 고백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멘트. ‘잘 있지 말아요라는 말. ‘나를 떠나고 행복할 수 있나요? 부디 잘 있지 말아요. 나는 잘 지낼 자신이 없거든요’, 이런 내용을 함축한 딱 한 마디가 잘 있지 말아요인 것 같아서 그냥 마음이 갔다. 사랑에 있어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은 늘 더 많은 대상들로부터 위로받는 존재, 위안 받는 존재가 되곤 하니깐.

 

이 책의 저자 정여울 작가는 문학평론가다. 많은 책을 집필했지만 제목만 각양각색일 뿐, 그 속은 모두 문학혹은 영화로 시작해 동일한 것들로 끝난다. 이번 책 역시 그랬다.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그녀의 솔직한 생각을 더한 에세이 겸 인문학 서적이었다.

 

작가가 수십 가지의 작품들을 다루며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주입하는 동안 내가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은, ‘작가의 표현력이 정말 대체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나는 작가의 생각보다 그녀가 시종일관 선보이는 일종의 글 쓰는 기교’, 표현법을 강력하게 주입받은 듯 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작품에 대해 논할 때 그녀는 주인공 블랑쉬의 허영이라는 상태를 어쩌면 지독한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허영이라는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허영의 본질을 꿰뚫어가는 작가의 표현을 읽고 있으니 정말 어쩌면 허영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조금은 비뚤어진 감정표현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블랑쉬가 처한 상황의 전후과정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라면, 그건 분명 자기 위안이자 자기를 사랑하는 조금은 남들과 달랐던 하나의 표현일 터였다.

 

사랑이 내재한 불가피한 트라우마라는 책 속 파트 안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본능이기에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무릎을 하고 칠만큼 작가는 예리하면서도 평범하게 사랑의 정의를 하나씩 짚어 나갔다. 정말이지,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이어서 내가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랑의 대상을 알아가기 위해 참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했었던 모습이 이어지는데,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 또한 모르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읽은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고백했을 때의 후폭풍고백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마음속으로만 생로병사 하는 사랑의 슬픔. 그 끝나지 않는 드라마, 오직 자기 안에서만 태어나고 자라나고 죽어가는 이야기

이 부분도 인상깊어서 책 모퉁이를 접어뒀었는데, 마음속으로만 일어나는 생로병사로 묘사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여울 작가는 내가 읽은 작품도, 그리고 내가 미처 접하지 못한 작품까지도 모두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이 책으로 자처했다. <오셀로><레 미제라블>, <폭풍의 언덕>, <,>, <오페라의 유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과 같이 내가 이미 책이나 영화로 만났던 작품과, 제목과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었던 <디 아워스>, <티파니에서 아침을>, <시라노>, <트리스탄과 이졸데> , 그리고 전혀 접하지 못했던, 그러나 오랜 시간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들 <속죄>, <리시스트라타>, <베니스에서의 죽음>, <피그말리온>, <죄와 벌>, <전원 교향악> 등등을 어제보다 조금 더 알게됨에 감사하며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어서 유익 그 자체였던 책읽기 시간. 정여울 작가의 글발을 한번 더 몸소 느꼈다는 점과, 그녀 덕분에 훌륭한 작품을 마치 속성 과외받듯 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만고불변의 가치인 사랑에 대해 많은 케이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에 대한 편협하고 이기적이었던 나의 시선들이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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