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
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이 왜 ‘도중하차’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잘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부제처럼, 이 책은 소위 성공적인 삶을 살던 중년의 가장이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고 백수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이
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이 실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인공은 일본의 닛케이트렌드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던 기타무라 모리. 그는
갑작스럽게 발병한 공황장애 때문에 어떤 업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급기야 편집장 직을 내려놓게 된다.
최
근 들어 공황장애, 폐소공포증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서서히 익숙한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 가운데는
이런 폐소공포증, 공황장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잇단 공황장애 고백은 이 병이 얼마나 무섭고
고독한 병인지를 대중들이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100% 공감하기는 힘든 병, 공황장애. 이
병으로 인해 한순간에 백수의 삶을 살게 된 이가 바로 기타무라 모리 편집장이었다.
자
신이 편집장 직을 맡은 후부터 판매부수가 오르고, 아무리 밤샘근무를 해도 끄떡없었던 열혈 워커홀릭이던 그가 더 이상 비행기와
지하철, 신칸센을 제대로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 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못난 사람이 되었다는 충격에 빠졌을 때,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그가 회사에 솔직하게 자신의 병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병으로 직장까지 잃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사정을 말하고 회사의 배려나 도움을 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친한 지인, 아내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을 돌보려는 이유라고만 말한 채, 회사를 그만뒀다.
겪
어보지 않아서 나는 몰랐던 것 같다. 공황장애라는 병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큰 약점이 될 수 있는지를 나는 절절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가는 최후의 모습마저도 쿨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그렇게 사표를 내고 아내에게 천만 원을 받아 아들과의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신칸센을 타고 여행을
하는 내내 그의 숨통을 조이는 상황은 여럿 발생했다. 처음에는 아들 앞에서도 답답함을 참지 못해 기차에서 아들을 두고 내리려고까지
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런 병으로 아들을 소홀히 대했다는 충격, 거기에 아들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는 눈치도 보고, 배려도 하는
등 애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미안함 등이 교차되면서 적극적으로 공황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다.
상
담을 통해 ‘공황장애 스위치’는 오직 자기 자신이 켜고 끌 수 있음을 알게 된 저자 기타무라 모리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기차, 비행기, 지하철 등 폐쇄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횟수를 서서히 늘려간다. 무엇보다 먼저, 장애를 잊을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했고, 여행지의 특산물 도시락을 먹으면서 공간에 대한 장애인식능력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사표를 내고
1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으며, 그저 관계뿐만이 아니라 아들에게 멋진 아버지의 면모까지 보일
수 있게 된 저자. 비행기에 오르며 마침내 공황장애라는 길고도 고독했던 싸움에서 그는 이길 수 있게 되었다.
책
을 읽으며 초반에 내가 느꼈던 생각처럼, 억지로 버티려고 했거나 제3자의 배려와 동정을 구했더라면 공황장애를 스스로 뛰어넘기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그 누구의 힘도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노력으로, 의지로. 공황장애의 벽을 뛰어넘고
아들에 대한 사랑까지 확인한 기타무라 모리. 그는 셀프 공황장애 극복법으로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테다. 그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