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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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 다나베 세이코, 독립한 미혼 여성의 솔직한 돌직구!

다나베 세이코의 <침대의 목적>, 이 책은 ‘역시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이었다. ‘역시나’ 유쾌하게 연애의 심리, 여자의 심리를 풀어낸 다나베 세이코의 여전한 필력이 느껴졌으며, ‘역시나’ 여자 주인공의 근처에는 스펙 좋은 남성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는 점. 그래서 내가 대리만족을 했다는 점이 그 ‘역시나’의 범주 안에 속했다. 그리고 ‘역시나’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는 점도 포함.

와다 아카리, 31살이고 2남 2녀 중 둘째다. 오사카에 거주하며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이다. 단기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곧장 취직을 했기에 경력은 10년차의 베테랑. 그런 그녀는 얼마전 독립을 했고, 고급스러운 침대를 장만했다. 온돌방과 비슷한 구조의 일본 전통가옥이 아닌, 아파트에서 서양식의 침대를 직접 구매했음은 그녀가 얼마나 똑부러지고 다부진, 현대화에 익숙해진 여성인지를 잘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돈도 벌겠다, 가끔씩 비싼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겠다, 뭐 하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빠지는 데라곤 없는 와다 아카리에게 유일하게 부재한 것은 바로 ‘남자친구’.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부터 부쩍 ‘결혼’과 ‘남자’, ‘남녀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와다 아카리를 중심으로 그녀의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는 점이 <침대의 목적>의 장점이다. 1. 집착에 대하여 / 2. ‘그럴 마음’에 대하여 / 3. 취향에 대하여 / 4. 짝미움에 대하여 / 5. ‘갈까’에 대하여,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는 와다 아카리를 스쳐간 남자들이 다시금 서른을 넘긴 그녀 앞에 재등장하며 그녀에게 한번 더 남자와 여자는 명백히 다른 생각의 구조를 가진 동물임을 입증시켜준다. 와다 아카리의 직장 동료, 유부남, 옆 건물 수학선생 등 다양한 성격과 직업을 가진 남자들이 와다 아카리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31년째 인생에 중요한 의미들을 남겨준다.

“내가 뭐해줄까? 다리 주물러줄까? 허리 주물러줄까? 목이랑 어깨 같은 데 안마해줄까?”
“해도 돼. 까짓 것. 그래. 결혼 대바겐세일. 문제없어. 헐값이오, 헐값. 결혼이든 뭐든 합니다, 해. 싸요, 싸. 염가 판매, 가져가세요. 가져가. 도둑아.”
와다 아카리 앞에 다시 나타난, 그녀의 옛애인 후미오. 이 작품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자1호다. 그는 들끓는 욕구를 그녀 앞에서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어떤 대답으로 받아치든 그의 입에선 위의 대사처럼 자극적이고, 가벼운 농담조의 말만 흘러나온다. 그녀와의 육체적인 관계만을 탐하며 정신적인 부분의 결합을 논하는 그녀에게 결혼은 그저 가벼운 것일 뿐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후미오.

시간은 흐르고 있고, 결혼은 하고 싶고, 커다란 침대에 남자만 있으면 이젠 모든게 제자리일 것 같은데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자 와다 아카리는 조급한 마음까지 든다.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부터 자신 외에 남자들과 잘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등 서른을 넘긴 여성의 자전적인 생각과 속마음이 여과없이 표현된 <침대의 목적>을 통해 한국과 일본, 국가는 달라도 모든 결혼적령기의 여성 마음이 이러한 고민들로 둘러쌓여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뚜렷한 결말, 즉 와다 아카리가 원하는 ‘결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부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의 가장 마지막에 와다 아카리 옆에 있었던 학원 수학선생이 그녀의 마지막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또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선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확한 결말이 없기에, 돌고 돌아 결국은 가장 환상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는 식상한 결말이 아니기에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현실적이고, 공감을 사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남자를 재보고, 밀고 당기는 것도 시시때때로에 자기 잘난 맛에 눈도 높은 와다 아카리가 전혀 밉지 않게 느껴지는건 나 역시 여자이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실은 와다 아카리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일테다.

<침대의 목적>, 초반에는 오직 결혼, 연애, 사랑에 관한 자극적인 내용들만 이어져서 낯뜨겁게 느껴졌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와다 아카리라는 여성에 나를 비춰보고 대입하면 할수록, 세상 모든 여자의 속마음을 글로 표현해준 책이라는 생각에 친근감이 들기 시작한다. 아마 나와 같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책을 집는다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쯤엔 모두가 와다 아카리의 친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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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코스투라 1 - 그림자 여인 시라 샘터 외국소설선 9
마리아 두에냐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샘터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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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코스투라1 : 운명의 실을 끊어버린 여자 마리아 두에냐스

 

 

 샘터사 교정/교열 실수 부분

11여주인들,그리고 집사들까지 --- 여주인들, 그리고 집사들까지 (띄어쓰기)

 14콧노래와째깍거리는 --- 콧노래와 째깍거리는 (띄어쓰기)

 32밧줄에 그의 목에 --- 밧줄을 그의 목에 or 밧줄에 그의 목을 (문법오류)

 288그녀의 부인이 --- 그의 부인이 (그녀의 부인이라니? 레즈인가......)

 298이스라엘 동맹 과 전용 카지노 --- 이스라엘 동맹과 전용 카지노 (띄어쓰기)

 337현실인 양눈앞에 --- 현실인 양 눈 앞에 (띄어쓰기)

 405브랜디를 마시면서 애기를 브랜디를 마시면서 얘기를 (오타)

 

 

 

탄생과 동시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이라고 극찬하더니, 생각보다 사소한 실수가 너무 많은 책이었다. 사실, 좋은 책이라는 것이 앞 뒤 문맥에 맞는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만 있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책을 읽을 때마다 교정과 교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를 자세히 살펴보는 편인데, <라 코스투라1> 이 책은 정말 기본적인 띄어쓰기 문제부터 간단한 단어(예를 들면 얘기애기로 쓴 부분) 문제까지 잦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원작자의 실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번역가가 옮겨오는 가운데, 그리고 다시 그 옮겨온 번역본을 제대로 검열하지 않은 출판사의 태도에 빈정이 상할 뿐.

 

전체적인 내용은 스페인의 긴박한 상황과 한 여인의 자립하는 과정, 옷 짓는 이야기 등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특히 단행본으로 끝나지 않고, 2권으로 이어지는 구성 가운데 또 다음 권의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해서 그런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책이었다. 페이지가 많은 편이었고, 한 바닥에 들어있는 활자 수도 많은 편이어서 3일 정도의 시간을 이 책에 투자해야 했다. 오고가는 버스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의 흐름 덕분에 나는 한국, 그리고 부산에서 편하게 앉아 1930년대 스페인과 유럽 일대를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여주인공 시라는 옷 짓는 재주가 비상했던 여인. 남자에게 상처받고, 배신까지 당한 그녀지만 자신의 기술을 알아봐주고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칸델라리아를 만나 비로소 옷 만드는 일로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려간다. 1권만 읽은 상태이고 아직 2권을 읽지 않았기에 어떤 뒷이야기가 펼쳐질지 몹시 궁금하다.

1권에서는 시라라는 여인의 태어난 배경과 자라온 환경, 갑작스러운 아버지와의 만남과 유산 상속, 사랑하던 첫사랑과의 이별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사랑 등 다양한 사건들이 숨가쁘게 묘사되고 있다. 어쩌면 너무 자세히 알려준다 싶을 정도로 구구절절 이야기의 깊숙한 부분까지 독백 혹은 대사로 처리해 다 알려주는 작가의 방식이 무모할 수도 있으나 워낙 다양한 국가, 많은 직위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세세한 설명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페인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는 프랑코라는 독재자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후에 읽었던 <순례자>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라 코스투라1>을 통해 계속해서 프랑코, 내전 등 공부할 때 익혔던 내용이 이야기의 배경으로 나와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해외소설을 읽을 때 그 배경이 되는 장소나 역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쌓아두면 수월하게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옷을 짓는다는 뜻의 라 코스투라, 2권에서는 시라에게 어떤 일들이 다가올까. 그녀의 절친한 벗이 되어버린 로잘린다 폭스의 남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머니와의 만남은 시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몹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라 코스투라1> 이었다.

 

 

ps. ‘읽어야 할 책, 읽고픈 책이 아직 많은데.... 2권도 얼른 읽고 싶다. 시간이... 이처럼 부족하다 느끼는 적은 또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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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하차 - 잘 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타무라 모리 지음, 이영빈 옮김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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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이 왜 ‘도중하차’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잘나가던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부제처럼, 이 책은 소위 성공적인 삶을 살던 중년의 가장이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고 백수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이 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이 실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인공은 일본의 닛케이트렌드 잡지의 편집장을 맡았던 기타무라 모리. 그는 갑작스럽게 발병한 공황장애 때문에 어떤 업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급기야 편집장 직을 내려놓게 된다.

 

최 근 들어 공황장애, 폐소공포증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서서히 익숙한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 가운데는 이런 폐소공포증, 공황장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잇단 공황장애 고백은 이 병이 얼마나 무섭고 고독한 병인지를 대중들이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100% 공감하기는 힘든 병, 공황장애. 이 병으로 인해 한순간에 백수의 삶을 살게 된 이가 바로 기타무라 모리 편집장이었다.

 

자 신이 편집장 직을 맡은 후부터 판매부수가 오르고, 아무리 밤샘근무를 해도 끄떡없었던 열혈 워커홀릭이던 그가 더 이상 비행기와 지하철, 신칸센을 제대로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 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못난 사람이 되었다는 충격에 빠졌을 때,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그가 회사에 솔직하게 자신의 병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병으로 직장까지 잃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사정을 말하고 회사의 배려나 도움을 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친한 지인, 아내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가족을 돌보려는 이유라고만 말한 채, 회사를 그만뒀다.

 

겪 어보지 않아서 나는 몰랐던 것 같다. 공황장애라는 병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큰 약점이 될 수 있는지를 나는 절절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가는 최후의 모습마저도 쿨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그렇게 사표를 내고 아내에게 천만 원을 받아 아들과의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신칸센을 타고 여행을 하는 내내 그의 숨통을 조이는 상황은 여럿 발생했다. 처음에는 아들 앞에서도 답답함을 참지 못해 기차에서 아들을 두고 내리려고까지 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런 병으로 아들을 소홀히 대했다는 충격, 거기에 아들이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는 눈치도 보고, 배려도 하는 등 애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미안함 등이 교차되면서 적극적으로 공황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다.

 

상 담을 통해 ‘공황장애 스위치’는 오직 자기 자신이 켜고 끌 수 있음을 알게 된 저자 기타무라 모리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기차, 비행기, 지하철 등 폐쇄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횟수를 서서히 늘려간다. 무엇보다 먼저, 장애를 잊을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했고, 여행지의 특산물 도시락을 먹으면서 공간에 대한 장애인식능력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사표를 내고 1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으며, 그저 관계뿐만이 아니라 아들에게 멋진 아버지의 면모까지 보일 수 있게 된 저자. 비행기에 오르며 마침내 공황장애라는 길고도 고독했던 싸움에서 그는 이길 수 있게 되었다.  

 

책 을 읽으며 초반에 내가 느꼈던 생각처럼, 억지로 버티려고 했거나 제3자의 배려와 동정을 구했더라면 공황장애를 스스로 뛰어넘기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그 누구의 힘도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노력으로, 의지로. 공황장애의 벽을 뛰어넘고 아들에 대한 사랑까지 확인한 기타무라 모리. 그는 셀프 공황장애 극복법으로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을테다. 그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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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왕 가족의 나쁜 식탁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2
김민화 글, 소복이 그림, 김종덕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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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왕 가족의 나쁜 식탁 - 김민화, 비건(채식주의자)이 되어야 하는 이유



아동용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든 건 순전히 내 식성 때문이었다.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몹쓸 고기식탐 때문에 나는 하루하루 뱃살이 늘어가고, 콜레스테롤 역시 쌓이고 있다.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먹는 지방의 양에 비해 운동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사 선생님께 핀잔을 듣기도 했으니 말 다했지 뭐.


아무튼 이런 내 식성을 조금이라도 고치려면 뭔가 자극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기왕 가족의 나쁜 식탁>을 읽으려 했던 것 같다. 고기가 잔뜩 올라간 내 식탁이 ‘나쁜 식탁’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 같았기에.


이쯤 말하면 내가 진짜 육식킬러같이 느껴진다. 근데 부인할 수는 없다. 토요일 아침처럼 출근이 없는 여유로운 날에는 눈 뜨자마자 삼겹살로 아침을 여니 말이다. 일주일에 한번이라지만 평일 저녁에 먹는 고기까지 더하면 나의 일주일 중 8할은 고기로 채워지니 확실히 조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런 나를 위해, 내가 선택한 책 <고기왕 가족의 나쁜 식탁>을 읽고 생각한 부분을 몇 자 끄적거려 본다.


만화로 구성된 얇은 이 책 한 권은 철저하게 ‘고기’ 섭취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건강을 해치는 ‘나쁜 식습관’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고기, 패스트푸드, 과대포장 음식 등의 섭취가 지구를 오염시키는 행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냥 ‘고기 먹지마!’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부분이 아동용도서로서 이 도서가 꽤 적합하다는 걸 느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명이 그 가운데서도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꼬마의 이름은 ‘고기왕’, 아버지의 이름이 ‘고기남’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주인공 고기왕이 아토피가 생기면서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전체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자는 환경을 해치는 과대포장 음식, 패스트푸드보다는 슬로푸드를 먹어야 하는 이유, 비건이라는 단어의 정의 등 채식주의와 관련된 단어들을 많이 등장시킴으로써 육식을 대체할 다른 방안을 동시에 제시해주고 있었다. 고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영양가 높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이는 물론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언급하는 부분 역시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며 작년 이맘 때 회사 근처에 있는 채식주의자 전용 식당을 갔던 게 생각났다. ‘러빙헛’이라는 음식점이었는데 전국체인점이 분포할 만큼 꽤 규모를 갖춘 곳이었다. ‘비건채식 체인점’이라고 분류된 이곳에서는 동물성분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완전한 비건 채식재료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냥 몇 번 가보기만 할 뿐 채식을 해야겠다는 결심은 하지 못한 채 그동안 계속 고기를 잔뜩 먹어왔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이 식당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의 건강이 곧 환경의 건강이라는 점을 환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다. 내 건강을 위한답시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라는 점, 그리고 또한 내 몸에 나쁜 것은 환경에도 나쁘다는 것을 늘 기억하면서 광범위적인 환경운동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해본다.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편이었지만 이제 한 달에 한 번으로 횟수를 줄이고, 그 이후에는 아예 안 먹는 방향으로. 그리고 고기가 들어간 식사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이었던 것을 1번으로 줄이고, 그 후에는 한 달에 1번으로 더 줄이도록. 고기왕 제제의 나쁜 식탁이 고기왕 제제의 건강 식탁이 되는 날까지. 식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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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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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 아가와 사와코, 우리는 모두 인터뷰어다.

‘인터뷰어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이것은 또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아가와 사와코가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렇다. 인터뷰는 말 그대로 대화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 이 책에서는 누구나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이 대화에 대한 스킬을 알려준다. 모두에게 필요한 팁이지만, 저자의 직업처럼 인터뷰를 진행해야하는 직업군은 특별히 더 와닿을 책,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내가 활동하는 카페 등 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테다.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간혹 글의 주체가 되어주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학 교수, 기업 대표, 연구원, 학생 등 유명하지는 않아도 저마다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정말 매번 감동이 밀려온다.
저자 아가와는 큰 잡지에서 인터뷰 대담코너를 맡은 사람이기에 그녀의 인터뷰 자리에는 편집작가, 카메라맨, 속기사 등이 함께 하지만 나는 실제 인터뷰 시에 사진작가 달랑 한 명만을 대동한 채 나선다. 그러니 사실 진짜 대화다운 대화는 내가 겪는 일대일 인터뷰라고 할 수도 있을 터.

<듣는 힘>이라는 제목, 그리고 저자가 오랜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며 터득한 스킬들이 녹아 있는 다소 정보성 짙은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시작부터 ‘인터뷰’를 ‘대화’로 가볍게 정의내려준 덕에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며칠 전 포스팅으로 밝혔지만, 이 책의 종이재질이 갱지여서 가볍다는 장점 덕분에 매일매일 들고 다니며 읽었었다. 그래서 빨리, 술술 읽혔던 것도 한 몫 한다.)

그녀의 인터뷰이가 되었던 가수, 작가, 감독 등 많은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가와 그녀는 어떤 인터뷰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인지, 어떤 맞장구가 상대의 깊은 마음을 끄집어내는 원동력이 되어주는지 등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중에 내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구는 ‘어쩜 이리도 내 상황을 똑같은지!’, 감탄하며 그 페이지 귀퉁이를 꾸욱 접어놓기도 했다.





45쪽
이렇게 온통 다음 질문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정작 들어야 할 상대 이야기가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전혀 듣고 있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지만 머릿속은 온통 딴 생각이다. 여하튼 상대가 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그걸로 안심이다. 내용을 깊이 이해할 여유 따위는 없다. 이런 식으로 질문하다 보면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이 내 공감을 그토록 크게 산 이유는, 내가 올해 초 겨울에 가졌던 인터뷰의 상황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직을 가르치는 교수님과의 일대일 인터뷰였다. 준비해 간 질문들을 하나씩 물어보려고 타이밍을 찾고 있으면서, 나는 교수님의 대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녹취를 하고 있었기에 마음은 편했다. ‘이해 못하면 어때.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어폰 꼽고 다시 들으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이 인터뷰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눈치가 빠르고, 상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보다 인터뷰 경험이 더 풍부하니, 아가와의 말을 믿어야 한다면, 분명 그날의 내 인터뷰이였던 서비스직 교수님은 나의 불성실한 경청 자세에 꽤 언짢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도 좋았던 케이스가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완벽한 인터뷰였다고 자부할만한 시간이었다. 책에서도 그런 행동을 권장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기전에 그런 인터뷰를 내가 진행했었다는 점이 꽤나 뿌듯했다.

바리스타학원을 운영하는 교수님이었는데, 사전에 준비해간 질문지가 있었지만 교수님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보니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몇 가지 더 물어봤던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교수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눈물도 잠시 글썽거렸다. 커피에 대한 그의 사랑, 노력, 비전 등이 너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었다. 내가 인터뷰이의 대화에 온전히 ‘풍덩’ 빠져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경청의 자세. 경청의 힘. 배려깊은 대화의 스킬이 이 책 한 권에 충분히 들어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직 인터뷰어의 주장이니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은 한번 믿어봐주시기를.
적절한 맞장구와 적절한 빈틈, 그러나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항상 준비해둔 채, 더 깊은 이야기를, 더 따뜻한 이야기를 바로 전하는 인터뷰어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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