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침대의 목적 - 다나베 세이코, 독립한 미혼 여성의 솔직한 돌직구!

다나베 세이코의 <침대의 목적>, 이 책은 ‘역시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책이었다. ‘역시나’ 유쾌하게 연애의 심리, 여자의 심리를 풀어낸 다나베 세이코의 여전한 필력이 느껴졌으며, ‘역시나’ 여자 주인공의 근처에는 스펙 좋은 남성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는 점. 그래서 내가 대리만족을 했다는 점이 그 ‘역시나’의 범주 안에 속했다. 그리고 ‘역시나’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는 점도 포함.

와다 아카리, 31살이고 2남 2녀 중 둘째다. 오사카에 거주하며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이다. 단기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곧장 취직을 했기에 경력은 10년차의 베테랑. 그런 그녀는 얼마전 독립을 했고, 고급스러운 침대를 장만했다. 온돌방과 비슷한 구조의 일본 전통가옥이 아닌, 아파트에서 서양식의 침대를 직접 구매했음은 그녀가 얼마나 똑부러지고 다부진, 현대화에 익숙해진 여성인지를 잘 알려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돈도 벌겠다, 가끔씩 비싼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겠다, 뭐 하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빠지는 데라곤 없는 와다 아카리에게 유일하게 부재한 것은 바로 ‘남자친구’.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부터 부쩍 ‘결혼’과 ‘남자’, ‘남녀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와다 아카리를 중심으로 그녀의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는 점이 <침대의 목적>의 장점이다. 1. 집착에 대하여 / 2. ‘그럴 마음’에 대하여 / 3. 취향에 대하여 / 4. 짝미움에 대하여 / 5. ‘갈까’에 대하여, 이렇게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는 와다 아카리를 스쳐간 남자들이 다시금 서른을 넘긴 그녀 앞에 재등장하며 그녀에게 한번 더 남자와 여자는 명백히 다른 생각의 구조를 가진 동물임을 입증시켜준다. 와다 아카리의 직장 동료, 유부남, 옆 건물 수학선생 등 다양한 성격과 직업을 가진 남자들이 와다 아카리에게 다가오며 그녀의 31년째 인생에 중요한 의미들을 남겨준다.

“내가 뭐해줄까? 다리 주물러줄까? 허리 주물러줄까? 목이랑 어깨 같은 데 안마해줄까?”
“해도 돼. 까짓 것. 그래. 결혼 대바겐세일. 문제없어. 헐값이오, 헐값. 결혼이든 뭐든 합니다, 해. 싸요, 싸. 염가 판매, 가져가세요. 가져가. 도둑아.”
와다 아카리 앞에 다시 나타난, 그녀의 옛애인 후미오. 이 작품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자1호다. 그는 들끓는 욕구를 그녀 앞에서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어떤 대답으로 받아치든 그의 입에선 위의 대사처럼 자극적이고, 가벼운 농담조의 말만 흘러나온다. 그녀와의 육체적인 관계만을 탐하며 정신적인 부분의 결합을 논하는 그녀에게 결혼은 그저 가벼운 것일 뿐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후미오.

시간은 흐르고 있고, 결혼은 하고 싶고, 커다란 침대에 남자만 있으면 이젠 모든게 제자리일 것 같은데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자 와다 아카리는 조급한 마음까지 든다. 남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부터 자신 외에 남자들과 잘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등 서른을 넘긴 여성의 자전적인 생각과 속마음이 여과없이 표현된 <침대의 목적>을 통해 한국과 일본, 국가는 달라도 모든 결혼적령기의 여성 마음이 이러한 고민들로 둘러쌓여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뚜렷한 결말, 즉 와다 아카리가 원하는 ‘결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부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의 가장 마지막에 와다 아카리 옆에 있었던 학원 수학선생이 그녀의 마지막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또 다른 남자를 찾아 나선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확한 결말이 없기에, 돌고 돌아 결국은 가장 환상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는 식상한 결말이 아니기에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은 현실적이고, 공감을 사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남자를 재보고, 밀고 당기는 것도 시시때때로에 자기 잘난 맛에 눈도 높은 와다 아카리가 전혀 밉지 않게 느껴지는건 나 역시 여자이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실은 와다 아카리와 같은 마음이기 때문일테다.

<침대의 목적>, 초반에는 오직 결혼, 연애, 사랑에 관한 자극적인 내용들만 이어져서 낯뜨겁게 느껴졌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와다 아카리라는 여성에 나를 비춰보고 대입하면 할수록, 세상 모든 여자의 속마음을 글로 표현해준 책이라는 생각에 친근감이 들기 시작한다. 아마 나와 같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책을 집는다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쯤엔 모두가 와다 아카리의 친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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