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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 말없이 사람을 움직인다
아가와 사와코 지음, 정미애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듣는 힘 - 아가와 사와코, 우리는 모두 인터뷰어다.
‘인터뷰어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 이것은 또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아가와 사와코가 책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렇다. 인터뷰는 말 그대로 대화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 이 책에서는 누구나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이 대화에 대한 스킬을 알려준다. 모두에게 필요한 팁이지만, 저자의 직업처럼 인터뷰를 진행해야하는 직업군은 특별히 더 와닿을 책,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내가 활동하는 카페 등 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테다.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간혹 글의 주체가 되어주는 이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학 교수, 기업 대표, 연구원, 학생 등 유명하지는 않아도 저마다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정말 매번 감동이 밀려온다.
저자 아가와는 큰 잡지에서 인터뷰 대담코너를 맡은 사람이기에 그녀의 인터뷰 자리에는 편집작가, 카메라맨, 속기사 등이 함께 하지만 나는 실제 인터뷰 시에 사진작가 달랑 한 명만을 대동한 채 나선다. 그러니 사실 진짜 대화다운 대화는 내가 겪는 일대일 인터뷰라고 할 수도 있을 터.
<듣는 힘>이라는 제목, 그리고 저자가 오랜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며 터득한 스킬들이 녹아 있는 다소 정보성 짙은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시작부터 ‘인터뷰’를 ‘대화’로 가볍게 정의내려준 덕에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며칠 전 포스팅으로 밝혔지만, 이 책의 종이재질이 갱지여서 가볍다는 장점 덕분에 매일매일 들고 다니며 읽었었다. 그래서 빨리, 술술 읽혔던 것도 한 몫 한다.)
그녀의 인터뷰이가 되었던 가수, 작가, 감독 등 많은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가와 그녀는 어떤 인터뷰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인지, 어떤 맞장구가 상대의 깊은 마음을 끄집어내는 원동력이 되어주는지 등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중에 내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구는 ‘어쩜 이리도 내 상황을 똑같은지!’, 감탄하며 그 페이지 귀퉁이를 꾸욱 접어놓기도 했다.

45쪽
이렇게 온통 다음 질문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정작 들어야 할 상대 이야기가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전혀 듣고 있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지만 머릿속은 온통 딴 생각이다. 여하튼 상대가 내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그걸로 안심이다. 내용을 깊이 이해할 여유 따위는 없다. 이런 식으로 질문하다 보면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이 내 공감을 그토록 크게 산 이유는, 내가 올해 초 겨울에 가졌던 인터뷰의 상황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직을 가르치는 교수님과의 일대일 인터뷰였다. 준비해 간 질문들을 하나씩 물어보려고 타이밍을 찾고 있으면서, 나는 교수님의 대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녹취를 하고 있었기에 마음은 편했다. ‘이해 못하면 어때. 사무실에 들어가서 이어폰 꼽고 다시 들으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터뷰이들이 인터뷰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눈치가 빠르고, 상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보다 인터뷰 경험이 더 풍부하니, 아가와의 말을 믿어야 한다면, 분명 그날의 내 인터뷰이였던 서비스직 교수님은 나의 불성실한 경청 자세에 꽤 언짢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도 좋았던 케이스가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완벽한 인터뷰였다고 자부할만한 시간이었다. 책에서도 그런 행동을 권장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기전에 그런 인터뷰를 내가 진행했었다는 점이 꽤나 뿌듯했다.
바리스타학원을 운영하는 교수님이었는데, 사전에 준비해간 질문지가 있었지만 교수님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보니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몇 가지 더 물어봤던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교수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눈물도 잠시 글썽거렸다. 커피에 대한 그의 사랑, 노력, 비전 등이 너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었다. 내가 인터뷰이의 대화에 온전히 ‘풍덩’ 빠져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경청의 자세. 경청의 힘. 배려깊은 대화의 스킬이 이 책 한 권에 충분히 들어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직 인터뷰어의 주장이니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은 한번 믿어봐주시기를.
적절한 맞장구와 적절한 빈틈, 그러나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항상 준비해둔 채, 더 깊은 이야기를, 더 따뜻한 이야기를 바로 전하는 인터뷰어로 남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