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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아로새겨진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7
다와다 요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9월
평점 :
📚 다와다 요코 - 지구에 아로새겨진
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다와다 요코에 대한 책이 궁금했다. 은행나무 에세 시리즈에서 다와다 요코의 삼부작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그 시작인 <지구에 아로새겨진>부터 읽어보았다.
다와다 요코 3부작의 첫 소설이며, 나의 다와다 요코 입문작인 <지구에 아로새겨진>은 나의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깊게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라니.
어서 남은 두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아한 문장과 압도적인 분위기,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세계임에도 지금까지 등장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어딘가 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생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짜여진 기대 이상의 소설이었다.
나는 일본어를 전공했고 현재 중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다양한 나라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언어로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느낀다. 우리는 언어가 다르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다르다고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깐.
🔖멀다고 여겼던 곳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리 멀지 않구나. 게다가 나는 고향이라고 하면 곧장 작은 어촌을 상상하지만, 그린란드와 스칸디나비아 전체를 고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구나.
🔖'많은 사람들이 쓰는 표현에 충실하자'는 것일 뿐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또 네이티브는 어휘가 풍부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정해진 말만 쓰게 된 네이티브와,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수고로움을 반복하는 가운데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찾는 비네이티브 중, 누가 더 풍부한 언어를 가지고 있을까.
언어를 연구하는 크누트, 역시 언어를 연구하며 자신과 모어를 공유하는 사람을 찾아보려는 히루코, 자신이 정한 성별로 살아가는 인도인 아카슈와 평범한 독일인 노라, 텐조이기도 하고 나누크이도 한 남성까지 합세하여 함께 꾸려나간 이 이상한 모임이 어쩐지 브레맨 음악대처럼 정겹다.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 책만큼 용기와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지금 배우는 언어들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깐. 그러니깐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운다는 것, 함께 말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다와다 요코의 세계에 첫 입문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들어가 볼 것을 그랬다.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서로를 다정하게 감싸안는 사람들의 따뜻함과 서로 다른 언어로 이어진 사람들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배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