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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ㅣ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보통 어떤 소설을 읽고 강렬한 인상을 느낀다면 그 소설이 현실일지 모른다는, 주인공이 작가일지 모른다는, 어디선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는 환상 혹은 바람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노예12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게 소설(픽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악스럽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쉽게 영위하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피를 흘려 이룩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사람은 본디 자유로운, 더 정확히는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불쾌한 행동, 생각을 꺼리는 선천적 본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예라는 것은 최악의 제도다. 노예 12년을 보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솔로몬보다도 대대로 노예라 아예 자신의 운명에 대해 의심조차 안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 체념,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먼저 봤고, 책을 본 다음 다시 영화를 봤는데 영상의 한계상 표현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역시 원작을 뛰어넘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가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의 흐름(12년이라는 세월)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심리 표현이 굉장히 생략됐다는(어쩔 수 없지만..) 것인데 책은,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흑인 바이올린 연주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척 온갖 수사와 묘사를 해도 글에서 풍겨나오는 내공을 다르게 할 순 없다. 글이 이리 훌륭한 것은 그가(노섭이) 겪은 이 12년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구출에 대한 희망만이 마음에 평안을 주는 한줄기 빛이었는데, 이제 그 빛은 펄럭거리며 점점 작아져 희미해져 갈 뿐이었다. 한 번만 더 낙담의 한숨이 불면 그 빛도 완전히 꺼져서, 나란 인간은 평생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살아야 했다.’ 원작도 번역도 기가 막히게 잘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상당히 늦게 알려졌지만 당당히 세계문학전집의 한 자리를 꿰찰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