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학, 페미니즘! -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
이임주 지음 / 봄알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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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학, 페미니즘!: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이임주 지음)

아마 나에게는 올해의 책이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15여년전에 교육공동체 벗에서 나온 오늘의 교육을 매달 읽고 독서모임을 2년정도 한 적이 있다. 우리들은 흔히 교육이 문제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다들 교육과는 연루되지 않아서 함부로 말을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괜찮은 교사가 교육철학을 실천하려고 해도 학교장이나 선배교사들이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학부모들의 민원들을 두려워하며 사고만 안일어나게 하는 소극적인 교육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다.

<국어, 수학, 페미니즘!>은 제주의 대안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정규과목으로 넣어 주 2시간씩 수업하고 있는 학교의 이야기이다. 비건을 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꼭 비건을 실천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의문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자인 이임주 선생님은 대안학교 선생님으로써 과거에 페미니즘을 수업과정안에 녹여내려고 하지만, 대안학교조차에서도 그 시도가 너무 어려웠다고 고백을 하신다. 대학원에 다니며 페미니즘도 공부를 하며 뜻이 많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학교를 열고 지금은 동백작은학교를 운영하고 계신다. 책은 학생, 교사, 학부모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변화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여대가 왜 필요한 것일까? 여대에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할까? 여대에서는 여성으로써 대상화되는 경험을 하지 않고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 받지 않는다. 4년간 주체적인 여성으로써 살아가는 경험이 그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왜 여대가 필요할까? 여대 바깥의 공간이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수시로 남성들로부터 여성혐오를 경험한다. 그 경험은 위축되게 하고 이말을 해도 될까 눈치보게 만든다. 그리고 무언가 불편함이 생겼을때 그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이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이다. 동덕여대에서 공학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학생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밀어부치는 정책이기게 학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했다고 한다.

골때리는 그녀들을 시작부터 4년째 보고 있다. 여성들이 몸으로 하는 즐거움을 알게되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4년동안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경이롭고 감동스럽다. 운전을 면허가 있음에도 할줄 모르는 사람과 차를 몰고다니는 여성은 활동범위부터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될 때 그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삶은 더 확장되고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여 청소년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충분히 몸으로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어떤 주체성을 삶속에서 가지게 될까.

18년동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성으로써 지역에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페미니스트라고 성격이나 결이 맞는건 아니지만, 그냥 만난다는 것 자체가 드문일이다 보니 만나게 되면 일단 반갑다. 경주에 페미니즘 책방을 컨셉으로 내건 너른벽을 알게되었을때도 얼마나 반가웠던가. 2년동안 나의 아지트가 되고 여기에서는 어떤 페미니즘적 주제도 안전하게 다양하고 깊게 이야기나눌 수 있다. 이 책 리뷰도 너른벽에서 쓰고 있다. 마침 오늘 사장님은 생리통이 심해 책방을 조금 늦게 여셨고, 나이가 들수록 두통까지 확장되 생리통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신다. 아플 때는 맛있는걸 먹어야 된다며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스윗문 에그타르트를 사갔다. 그런 이야기도 남성이 나와 편하게 할수 있는 편한 동료사이 이다.

얼마전에 읽은 <당신이 제게 그 질문을 한 2만번째 사람입니다>는 한예종에서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남학생들로부터 들었던 어이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어서 너무 반가웠다. 동백작은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학기내내 배우는 학생들은 동백작은학교를 어떤 이야기도 나눌수 있는 안전한공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밖을 나서면 무심하게 던지는 여성혐오들을 만난다. 그 혐오에 대해서 본인들은 혐오인지도 인지를 못하는 그들에게 어떻게 표현을 하고 설명을 할지는 본인 학생들의 주체성으로 찾아갈 부분이다.

동백작은학교가 페미니즘과 비건을 실천하는 학교를 내새워서 입학을 하게 되지만 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교사들은 그 학생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의견들을 듣고 질문을 하며서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가게 한다. 학생들이 페미니즘 교육을 받으며 개인으로써 주체성을 가지고 삶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내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는 경이롭다. 나는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추측할 뿐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변화와 양육자들의 변화를 보았을때 얼마나 경이로울까.

교사포함 학생이 20여명 내외의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실험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녹녹치는 않다. 교사뿐만아니라 학생과 양육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머리로만 하는 이해에 머물지 않고 삶의 실천으로 나아가기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미 그것을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간이다.

많은 대안학교, 혁신학교, 일반학교에서 제주 동백작은학교로 페미니즘 교육 견학을 갔으면 싶다. 진심이다. 모든것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부분부분 적용해보고 실천해보고 현실의 벽을 만나더라도 실천하는 교사들이 양육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비난하는 많은 십대 이십대 삼십대 남성들이나 양육자들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렵지도 않고 이렇게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권이자 소수자철학인 페미니즘을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알려고 하지 않을까. 아마 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자신과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가해자가 될수도 있고, 성희롱 가해경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것이 그렇게도 두렵기 때문인도 모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수도 있다고 인정하게되면 얼마나 삶이 혼란스러워질까. 아마 그래서 그들은 페미니즘 알기를 두려워하고 불편해 할 것이다.

장모님댁이 제주라 5월 연휴때 제주에 가면 조천에 있는 동백작은학교를 방문해보려고 한다. 멋진 교사들과 멋진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 사람들이 교육속에서 페미니즘을 녹여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어렵다 말들을 하지만 그걸 이미 실천하고 있는 동백작은학교, 너무 멋진 실천이자 실험이다. 경주 너른벽 책방과 울산 자크르 책방에서 이 책으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져서 대표님들에게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국어수학페미니즘 #동백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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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
이하진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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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의 가족(이하진 지음)

뜨거운 만화를 순식간에 읽었다. 이하진 작가님에 대한 인터뷰 글이 <그리, 터지다> 라는 박희정님의 책에 실려 있어서 그 인터뷰부분을 따로 읽고 만화를 읽었다.

도박중독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박이 요즘은 주식과 코인으로 옮겨 갔고, 그것또한 도박중독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작가님의 세째 시동생이 주식,코인 중독에 빠지고 그 가족들은 공동 의존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동 의존이란 해당 중독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체, 그를 돕겠다는 마음이 그와 그 가족들을 더 힘든 구렁텅이로 내몰리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행포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는 경우보다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는경우가 훨씬 많은데,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남편은 떠나버리지만,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아내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한국사회가 가부장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작가님은 어른들의 싸움속에서 자랐고,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기대가 심한 환경속에서 자라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제대로 할수없어 일반 대학에 진학을 하시게 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팔자 좋네 라는 말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힘든 환경속에서도 그것을 버티기 위해 예술작업을 하는경우가 종종 있다. 작가님 또한 그런 경우다. 가족의 공동의존 상태때문에 일상이 망가지게 되면서 자신이 바로 서기 위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게 필요했고, 그것이 만화작업이었다.(만화 그리는 일은 장시간의 중노동이기에 만화 그리는 일이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카산드라> 라는 웹툰을 2부까지 열심히 연재를 하신다. 역사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존재는 없었다. 여성은 존재했지만, 역사가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속의 카산드라와 헬레네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며 그린 만화가 <카산드라>이다. 다시 제 연재를 시작하셨다고 하시긴 하는데, 아직 종이 출판으로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어쨓든 만화 작업에 매진하다가 연재를 잠정 중단하게 된 것은 자녀가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아이가 제대로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시게 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서 작가님은 도박중독 상담도 받으신다. 도박중독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정환경이나 어릴적 상처나 트라우마로 형성된 우울증은 학습된 무기력처럼 우울증으로 감정반응회로가 새로 형성되어버린 상태이다.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반응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새롭게 반응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우울증에 형성된 그 곱절의 시간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종종 우울증을 겪는 분들이 잘 지내다가 다시 심하게 우울해지고 죽고 싶고 그런생각이 든다는 말씀에 나는 종종, 자연스런 일입니다. 괜찮습니다. 일단은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라고 말한다. 나또한 안정적으로 지내기까지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을 거쳐서 알기 때문이다. 도박중독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자신이 의지가 약하고 도박중독에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때론 도움도 받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괜찮아지는 질병이 아니다. 때론 타인의 도움도 받고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지난한 시간을 여러사람들과 함께 버티고 생존해야 괜찮아지는 질병이다. 그래서, 우울증 자조모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는 누군가가 고립되지 않는 마음으로.

만화의 결말은 그래도 각자가 괜찮아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짧은 몇장의 후기만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을지 나는 가늠이 된다. 세째 시동생도 어디에선가 일용직 노동을 하며 재활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 또한 다시 주식이나 코인을 하게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물론 잘 버티고 회복의 방향으로 잘 살아가시길 응원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님또한 자신의 만화체가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고 만화시장또한 대량물량으로 공세하는걸 알기에 호다라는 팀을 꾸려 만화작업을 하신다. 이게 호다의 첫번째 작품이다. 호다의 다음 작품도 나는 크게 기대가 된다. 작가님은 말한다. 이렇게 호다를 만들어 단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이 잘될지는 모른다고. 다만, 워낙 인생의 바닥을 수없이 찍어본 경험을 하신 분이기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생각에 안되더라도 아쉬울게 없다고 생각하신다. 나는 그 태도가 좋다. 안되면 말고 정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계속 해보시면 되고, 호다를 운영하는게 또 어려워져서 호다 활동을 못하실수도 있지만, 여성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님의 만화 세계관에 관심이 많고 응원을 하고 싶어졌다. <카산드라> 또한 연재가 이어지고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그 지난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상기하며 정리하는 작업이 어디 녹녹했겠는가. 2023년에는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작품으로 만화상도 받으셨다는데,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우울증 자조모임 시즌2에서도 선정책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픈 책이기도 하다. 너무 멋진 책이고 감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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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맛 2 - 청록, 얼얼하고 질긴
스튜디오 어중간 편집부 지음 / 스튜디오어중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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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2호

병맛 잡지를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고 20,30대의 투병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컨셉이라는 걸 알고 반갑게 이벤트 신청을 했다. 2호가 오기전에 온라인으로 창간호를 중고로 사서 미리 읽었다.

29년동안 우울증 경험을 투병경험이라 해야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쨓든 일반적인 주류나 보통의 삶에서 멀어져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수 있었다. 2호 처음부터 여러다양한 투병경험을 하신분들의 대담 코너는 처음부터 묵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반갑게 읽었다.(개인 취향이 이야기를 깊게 밀어부쳐 쓰는 글들을 좋아한다.) 그분들의 말씀처럼 이런 몸의 힘듬과 한계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삶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가고 경쟁력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사회가 원하는 직장인이 되어 잔업을 하고 자신을 갈아넣어가며 성취감을 얻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게 자기 성취라고 착각하며. 그런데,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것은 그런 일상생활이 자신의 의도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려면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아픈것의 장점은 이런것이지 않을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몸이고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알게 되는 것(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그리고 내가 심하게 아프다 보니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고 타인의 상처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고 배려하고 존중하게 된다는 것. 혼자만 잘나서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픈 내 몸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도 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 도움울 주고 받으며 서로 위로와 위안을 주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아프지 않는 삶과 아픈 삶의 장단점의 대차대조표가 어떤게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우울증 29년의 시간이 그때는 많은 시간을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낭비했고 주류에서 상당히 뒤쳐져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했지만, 그 시간을 잘 버티며 생존해내고 나니 내 삶의 어머어마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틱장애를 가진 분의 인터뷰도 좋았고, 남편이 암투병을 하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가시고 사별자가 된 분의 이야기도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나는 한달에 한번씩 우울증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시즌제로 운영되며 아홉달 모임하고 세달 쉬는 방식으로 다음시즌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책을 한권 정해서 읽어와서 이야기 나누는 방식을 취한다. 나아중에 시즌2쯤에 자살사별자나 사별자분들의 에세이 책을 도서로 선정해 이야기 나눠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읽어내고 해석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으로 배울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텍스트 위주로 내용을 담는 작업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창간호도 그렇고 2호도 그렇고 퍼포먼스를 다룬다던가 사진을 많이 담고 있는 잡지 형식은 별로 흥미롭진 않았다. 그래서, 20대 30대 투병이야기라고 했지만, 많은 20, 30대 분들의 이야기와 만나지는 못해 기대보다는 많이 아쉬웠다. 20, 30대 투병경험이 있는 분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좀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기에 그런부분이 아쉬웠다. 잡지 편집장님께서 예술적 감각이 있는 잡지가 되길 바랬다면 성공하신것 같지만, 나는 사진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사진에세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텍스트만 집중하는 사람이라 그런 부분만 아쉬웠다.

그래도 아프다고 하면 보통 40대이상의 환자들을 상상하는 한국사회에서 젊어도 아플수 있다는 담론을 만들어 내는 잡지라는 부분에서의 기획은 너무 응원드리고 싶다. 20대 30대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기대가 그들을 오히려 침묵하게 만들기에 이런 담론 잡지와 에세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터뷰이로 참여하시기도 하고 대담자로 참여하셨던 희우님의 책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아래는 잡지중에 제일 마음이 갔던 부분이다.

p78 - 겪을 것은 겪어야 한다는 거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고통과 슬픔을 견딜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런데 겪어야 할 일은 그냥 겪는 수밖에 없어요. 아픔과 고통, 후회, 배신, 기억에 대한 미화,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과 상실감, 살아야 한다는 공포와 두려움, 모든 걸 겪어야만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구나 예비 사별자에요. 지금이 아니더라도 분명 한번은 겪을 일을 저는 조금 더 빨리 겪은 선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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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애는 누가 봐요? - 오늘도 이 질문을 들었다
잼마 지음 / 보랏빛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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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추!!! <그럼 애는 누가 봐요?> 잼마 지음

제목부터 맘에 들지 않는가? 아마 저녁 시간에 밖에서 활동하는 기혼여성은 다들 한번 이상 이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럼 애는 누가 봐요?” 가사와 육아는 맞살림을 해야하는 건데, 늘 여성의 몫으로 부담지어 진다.

부산의 북그러움 책방에서 구입한 독립출판물인데, 너무나 리얼한 경험담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를 통해 다시 출판되어 많은 독자들과 만났으면 하는 책이다. 시중에 나오는 페미니즘 책 중에 시류에 편승해서 나온 어설픈 페미니즘 책도 많은데, 그 책들보다는 훨씬 좋다. 독립책방에 갈일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사보길 강추하고 싶다. 저자는 교사인데, 교직사회의 보수성과 가부장성도 잘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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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 Thirs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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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욕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욕망의 금기, 욕망의 절제, 타락한 욕망, 욕망의 발현........등등. 사람들안에는 누구나 악한 본성도 있고, 성적욕망, 폭력적인 욕망이 살아숨쉬고 있다. 상현은 신앙심에서 참가한 실험으로 뱀파이어가 된다. 몸안에서는 피의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러나 함부로 사람을 죽일수 없다. 그래서, 코마 상태에 빠진 환자의 몸에서 피를 빨아 마신다. 이제 친구 강우의 아내 태주에게 성적욕망까지 느낀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벌한다. 다리를 피리로 때리고 성기를 피리로 때린다. 나는 예전부터 가져온 궁금증이지만, 스님과 신부님들의 성적 욕구는 어떻게 다스리는걸까 궁금증이 인다. 상현처럼 금욕적인 태도로 자신의 욕망을 벌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고, 자신안의 욕망을 수용함으로써 그 욕구가 점점 약해지는 경우도 있을것 같다. 여전히 그들의 성적 욕망을 다스리는법이 궁금해진다.

 

 

 

 

   상현은 태주와 육체적 욕망을 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김옥빈은 <박쥐>에서 엉뚱하면서도 귀여우면서 섹시하며 피해자이기도 한 태주를 리얼하게 연기한다. 김옥빈의 재발견이다. 마치 상현과 대치되는 욕망덩어리 같았다. 태주에게 속아서 남편이 태주를 학대하는줄 알고 상현은 강우를 태주와 함께 죽여버린다. 그를 죽인 죄책감은 영화속에 강우가 등장하는 환상으로 등장하며 괴롭힌다. 웃기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한 기이한 장면들을 박찬욱감독은 좋아하는것 같다. 강우 엄마인 라여사가 사지마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려둔것은 그들에게 남아있는 양심을 상징한게 아닐까? 그러던 중에 강우가 태주를 육체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없다는걸 알고 그는 죄책감으로 그녀를 죽여버린다. 그러나 상현은 태주를 사랑해서였을까? 그녀를 살리기위해 자신의 피를 그녀에게 먹인다. 드디어 두마리의 뱀파이어가 탄생한것이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되어서도 최소한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서 피를 구해 먹으려는 반면, 그녀는 배가 고프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생피를 마셨다. 어마어마한 힘에 불사의 힘, 상현은 태주가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태주는 상현안에 있는 이성으로 억지로 누르고 있는 튀어나가고 싶은 욕망같았다. 강우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강우의 엄마에 의해 들통이 나자 상현또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동참한다. 이제 그는 더이상 이런식으로 살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지마비인 강우의 어머니를 차뒤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난다. 여기서 말도 많은 성기노출이 잠깐 등장한다.

 

 

 

 

 

   그는 영화초반에 실험에서 기적으로 살아온 자신을 구원의 존재로 믿는 텐트촌에 가서 한 여성을 강간한다. 마을사람들에게 들통이 나서 뒤돌아 서며 바지를 추스리는데 성기가 잠깐 보인다. 같이 본 여성관객은 그런다. 왜 궂이 그걸 보여줘야 하냐? 그냥 강간을 한것을 들킨 상황으로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 고 이야기 한다. 물론 그래도 된다. 그의 강간은 자신을 신격화해서 믿는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행한일이다. 자신은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라는것을 알고 더이상 자신을 신격화하지말라는 의사전달이었다. 그러나 왜 송강호의 성기를 노출시켰을까?  나는 관객들에게까지 충격적으로 그의 타락과 위선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주 잠깐 노출시켰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그장면이 통쾌했다. 일단 한국영화에서 성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그의 위선과 밑바닥을 충격적으로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서 완행버스를 타면서 걸어오면서 관객이 여자라면 내가 여자였다면 그 장면이 어땠을까 생각했다. 불편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바리코트맨의 성기노출도 아니고 영화상에서 성기노출이 여성에게 폭력일까? 박찬욱감독은 여성관객에게 성적 충격(폭력)을 가한것일까? 그런데, 얼마전에 특별전에서 봤던 장률의 영화에는 섹스장면이 아닌데도 성기 음모 노출장면이 많았다. 총을 잃어버린 경찰관(총기분실은 엄청난 실책)은 그 충격으로 넋을 놓고 길거리를 발가벗고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영화속에서도 섹스장면중에 자연스럽게 성기나 음모가 노출되기도 한다. 영화와 뮤지컬 헤드윅으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의 <숏버스>는 얼마전에 상영되었는데, 영화 초반부터 남자의 자위하는 장면이 그대로 등장한다. 게이 감독의 이 작품은 남자친구를 위해 거짓오르가즘을 느낀척 했던 주인공이 다양한 섹스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결국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게 되는 자기성장의 이야기였다. 그게 물론 우리가 터부시하는 몸들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외국은 문화가 달라서 그렇다고? 나는 우리나라영화에서도 성의 자유로운 표현이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여성에게 천사와 창녀를 기대하는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성윤리가 밖으로 나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그런면에서도 나는 <박쥐>에서의 성기노출이 아주 반가웠다. 그러나 내가 여자관객이 아닌 이상, 내가 더 이상 접근할 부분은 아닌것 같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최악을 보여주고나서 그는 차로 돌아와 바다로 향한다. 주위가 아무것도 없어서 햇빛을 숨을 공간이 없는 바닷가 절벽으로 차를 몰았다. 멋모르고 자고 일어난 태주는 어둠이 사라져가는 상황에 당황해 차트렁크에 숨기도 하고 그들의 괴력에 멀리 날아가버린 트렁크를 다시 가져와서 덮기도 하고 차밑에도 숨는다. 그러나 상현은 태주의 시도를 계속 무마시킨다. 그런데 그장면이 좀 귀엽게 묘사가 된다. 태주에겐 양심이나 도덕이나 죄책감이 없다. 그냥 살고 싶다. 사람들 죽여서 먹고 싶을때 마시고 뱀파이어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죄책감많은 상현은 자기가 뿌린 씨앗을 거두려고 함께 데려가려한다. 자신이 화가 나서 죽였다가 다시 살려놓고는 그녀의 존재까지 데려가려한다. 자신이 다시 살렸으니 그녀를 데려갈 권리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B급 뱀파이어 무비에서 자주 봤던 엔딩처럼 해가뜨고 그들은 타서 재로 변한다. 나는 솔직히 상현은 죽더라도 태주는 살았으면 생각했다. 왜냐면 그는 끝까지 도덕과 죄책감과 양심을 내려놓지 못했고 욕망을 긍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태주가 살아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것을 떠나서 그녀의 존재가 욕망의 긍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내안의 어떤 욕망이든지 다 긍정하고 싶으니까. 그게 밖으로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다면 그 욕망은 긍정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신을 존중하는것이니까. 상현처럼 끊임없이 부정하고 억누르면 자신이 병이 든다.

 

 

 

 

 

   영화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13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것 같다. 영화의 평가는 아마 극과 극이리라. 대중적인 송강호씨가 나와서 서민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엉뚱한 웃음이나 가끔 주고 나중에가선 성기노출이나 하니 비호감으로 느낄분도 많을 것같다. 영화의 느낌은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일단 <올드보이>와 <친절한>에서의 비장미 넘치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음악. 그리고 B급요소적이고 키치적인 요소(강우 엄마역을 맡은 김해숙씨의 진한 화장과 그녀가 듣는 음악들)가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송강호도 <복수는 나의 것>과는 달리 중간중간 그 특유의 애드립 같은 대사로 웃음을 안겨준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로 단순히 액션영화가 아니라 욕망과 도덕의 딜레마를 재미있게 잘 보여준 영화같다. 나는 박찬욱감독은 JSA를 만들긴 했지만, 대중적인 감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네임밸류를 쌓은 이상 자기가 만들고 싶은 취향의 영화들만 만든다. 그래서, 스타일이 독특하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후반의 구원에 대한 메세지는 나스스로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지만 <친절한>과 <JSA>가 재미있었다. 그다음이 <올드보이>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영화가 너무 메마르고 삭막해서 보고 나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영화다.(지금 다시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젤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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