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수학, 페미니즘! -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
이임주 지음 / 봄알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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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학, 페미니즘!: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쳐보았다(이임주 지음)

아마 나에게는 올해의 책이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15여년전에 교육공동체 벗에서 나온 오늘의 교육을 매달 읽고 독서모임을 2년정도 한 적이 있다. 우리들은 흔히 교육이 문제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다들 교육과는 연루되지 않아서 함부로 말을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괜찮은 교사가 교육철학을 실천하려고 해도 학교장이나 선배교사들이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학부모들의 민원들을 두려워하며 사고만 안일어나게 하는 소극적인 교육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이 교육의 현실이다.

<국어, 수학, 페미니즘!>은 제주의 대안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정규과목으로 넣어 주 2시간씩 수업하고 있는 학교의 이야기이다. 비건을 하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꼭 비건을 실천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의문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저자인 이임주 선생님은 대안학교 선생님으로써 과거에 페미니즘을 수업과정안에 녹여내려고 하지만, 대안학교조차에서도 그 시도가 너무 어려웠다고 고백을 하신다. 대학원에 다니며 페미니즘도 공부를 하며 뜻이 많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학교를 열고 지금은 동백작은학교를 운영하고 계신다. 책은 학생, 교사, 학부모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변화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여대가 왜 필요한 것일까? 여대에서 여성들은 어떤 경험을 할까? 여대에서는 여성으로써 대상화되는 경험을 하지 않고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 받지 않는다. 4년간 주체적인 여성으로써 살아가는 경험이 그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왜 여대가 필요할까? 여대 바깥의 공간이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수시로 남성들로부터 여성혐오를 경험한다. 그 경험은 위축되게 하고 이말을 해도 될까 눈치보게 만든다. 그리고 무언가 불편함이 생겼을때 그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이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이다. 동덕여대에서 공학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학생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밀어부치는 정책이기게 학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했다고 한다.

골때리는 그녀들을 시작부터 4년째 보고 있다. 여성들이 몸으로 하는 즐거움을 알게되면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4년동안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경이롭고 감동스럽다. 운전을 면허가 있음에도 할줄 모르는 사람과 차를 몰고다니는 여성은 활동범위부터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몸을 쓰는 즐거움을 알게될 때 그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삶은 더 확장되고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여 청소년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충분히 몸으로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어떤 주체성을 삶속에서 가지게 될까.

18년동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성으로써 지역에서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페미니스트라고 성격이나 결이 맞는건 아니지만, 그냥 만난다는 것 자체가 드문일이다 보니 만나게 되면 일단 반갑다. 경주에 페미니즘 책방을 컨셉으로 내건 너른벽을 알게되었을때도 얼마나 반가웠던가. 2년동안 나의 아지트가 되고 여기에서는 어떤 페미니즘적 주제도 안전하게 다양하고 깊게 이야기나눌 수 있다. 이 책 리뷰도 너른벽에서 쓰고 있다. 마침 오늘 사장님은 생리통이 심해 책방을 조금 늦게 여셨고, 나이가 들수록 두통까지 확장되 생리통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신다. 아플 때는 맛있는걸 먹어야 된다며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스윗문 에그타르트를 사갔다. 그런 이야기도 남성이 나와 편하게 할수 있는 편한 동료사이 이다.

얼마전에 읽은 <당신이 제게 그 질문을 한 2만번째 사람입니다>는 한예종에서 페미니즘을 가르치며 남학생들로부터 들었던 어이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담은 책이어서 너무 반가웠다. 동백작은학교에서 페미니즘을 학기내내 배우는 학생들은 동백작은학교를 어떤 이야기도 나눌수 있는 안전한공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밖을 나서면 무심하게 던지는 여성혐오들을 만난다. 그 혐오에 대해서 본인들은 혐오인지도 인지를 못하는 그들에게 어떻게 표현을 하고 설명을 할지는 본인 학생들의 주체성으로 찾아갈 부분이다.

동백작은학교가 페미니즘과 비건을 실천하는 학교를 내새워서 입학을 하게 되지만 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교사들은 그 학생들을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의견들을 듣고 질문을 하며서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가게 한다. 학생들이 페미니즘 교육을 받으며 개인으로써 주체성을 가지고 삶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내가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는 경이롭다. 나는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추측할 뿐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변화와 양육자들의 변화를 보았을때 얼마나 경이로울까.

교사포함 학생이 20여명 내외의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실험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녹녹치는 않다. 교사뿐만아니라 학생과 양육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머리로만 하는 이해에 머물지 않고 삶의 실천으로 나아가기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미 그것을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간이다.

많은 대안학교, 혁신학교, 일반학교에서 제주 동백작은학교로 페미니즘 교육 견학을 갔으면 싶다. 진심이다. 모든것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부분부분 적용해보고 실천해보고 현실의 벽을 만나더라도 실천하는 교사들이 양육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비난하는 많은 십대 이십대 삼십대 남성들이나 양육자들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렵지도 않고 이렇게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권이자 소수자철학인 페미니즘을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거부감을 가지고 알려고 하지 않을까. 아마 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자신과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가해자가 될수도 있고, 성희롱 가해경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것이 그렇게도 두렵기 때문인도 모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수도 있다고 인정하게되면 얼마나 삶이 혼란스러워질까. 아마 그래서 그들은 페미니즘 알기를 두려워하고 불편해 할 것이다.

장모님댁이 제주라 5월 연휴때 제주에 가면 조천에 있는 동백작은학교를 방문해보려고 한다. 멋진 교사들과 멋진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 사람들이 교육속에서 페미니즘을 녹여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어렵다 말들을 하지만 그걸 이미 실천하고 있는 동백작은학교, 너무 멋진 실천이자 실험이다. 경주 너른벽 책방과 울산 자크르 책방에서 이 책으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져서 대표님들에게 독서모임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국어수학페미니즘 #동백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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