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병:맛 2 - 청록, 얼얼하고 질긴
스튜디오 어중간 편집부 지음 / 스튜디오어중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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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2호

병맛 잡지를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고 20,30대의 투병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컨셉이라는 걸 알고 반갑게 이벤트 신청을 했다. 2호가 오기전에 온라인으로 창간호를 중고로 사서 미리 읽었다.

29년동안 우울증 경험을 투병경험이라 해야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쨓든 일반적인 주류나 보통의 삶에서 멀어져버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서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수 있었다. 2호 처음부터 여러다양한 투병경험을 하신분들의 대담 코너는 처음부터 묵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반갑게 읽었다.(개인 취향이 이야기를 깊게 밀어부쳐 쓰는 글들을 좋아한다.) 그분들의 말씀처럼 이런 몸의 힘듬과 한계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삶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가고 경쟁력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사회가 원하는 직장인이 되어 잔업을 하고 자신을 갈아넣어가며 성취감을 얻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게 자기 성취라고 착각하며. 그런데,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것은 그런 일상생활이 자신의 의도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려면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아픈것의 장점은 이런것이지 않을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몸이고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알게 되는 것(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그리고 내가 심하게 아프다 보니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늘어나고 타인의 상처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고 배려하고 존중하게 된다는 것. 혼자만 잘나서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픈 내 몸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의지도 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 도움울 주고 받으며 서로 위로와 위안을 주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아프지 않는 삶과 아픈 삶의 장단점의 대차대조표가 어떤게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우울증 29년의 시간이 그때는 많은 시간을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낭비했고 주류에서 상당히 뒤쳐져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했지만, 그 시간을 잘 버티며 생존해내고 나니 내 삶의 어머어마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틱장애를 가진 분의 인터뷰도 좋았고, 남편이 암투병을 하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가시고 사별자가 된 분의 이야기도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나는 한달에 한번씩 우울증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시즌제로 운영되며 아홉달 모임하고 세달 쉬는 방식으로 다음시즌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책을 한권 정해서 읽어와서 이야기 나누는 방식을 취한다. 나아중에 시즌2쯤에 자살사별자나 사별자분들의 에세이 책을 도서로 선정해 이야기 나눠볼 생각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읽어내고 해석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우울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으로 배울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텍스트 위주로 내용을 담는 작업에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창간호도 그렇고 2호도 그렇고 퍼포먼스를 다룬다던가 사진을 많이 담고 있는 잡지 형식은 별로 흥미롭진 않았다. 그래서, 20대 30대 투병이야기라고 했지만, 많은 20, 30대 분들의 이야기와 만나지는 못해 기대보다는 많이 아쉬웠다. 20, 30대 투병경험이 있는 분들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걸까요? 좀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기에 그런부분이 아쉬웠다. 잡지 편집장님께서 예술적 감각이 있는 잡지가 되길 바랬다면 성공하신것 같지만, 나는 사진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사진에세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텍스트만 집중하는 사람이라 그런 부분만 아쉬웠다.

그래도 아프다고 하면 보통 40대이상의 환자들을 상상하는 한국사회에서 젊어도 아플수 있다는 담론을 만들어 내는 잡지라는 부분에서의 기획은 너무 응원드리고 싶다. 20대 30대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기대가 그들을 오히려 침묵하게 만들기에 이런 담론 잡지와 에세이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터뷰이로 참여하시기도 하고 대담자로 참여하셨던 희우님의 책도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아래는 잡지중에 제일 마음이 갔던 부분이다.

p78 - 겪을 것은 겪어야 한다는 거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고통과 슬픔을 견딜 수 있냐고 물어보세요. 그런데 겪어야 할 일은 그냥 겪는 수밖에 없어요. 아픔과 고통, 후회, 배신, 기억에 대한 미화,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과 상실감, 살아야 한다는 공포와 두려움, 모든 걸 겪어야만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누구나 예비 사별자에요. 지금이 아니더라도 분명 한번은 겪을 일을 저는 조금 더 빨리 겪은 선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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