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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문장이었다 - 겹쳐서 비로소 완성된 이야기
문탁네트워크 외 지음 / 문학의숲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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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문장이었다(문탁 네트워크)

부너미가 결혼한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읽고 쓰는 공부 모임이라면, 문탁 네트워크는 친구와 함께 삶의 비전을 찾아가는 인문학 공동체이고 용인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문탁 네트워크에서 함께 공부하고 고민한 글들을 함께 모은 책이다.

긴호흡의 글이라 좋았다. 10년, 20년이 넘는 시간을 두고 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고 들여다보고 해석한 글이라 묵직했다. 열 분의 저자가 두 편씩 글을 썼고, 두 분의 저자가 한 편씩 글을 썼다. 1부는 나이듦을 공간과 몸의 변화로 살펴본 글이고, 2부는 일자리와 인간관계에 대한 변화를 다룬 글이었다.

봄즈음에 박조건형 연대기를 정리해본 적이 있다. 2023년, 2024년에는 매일매일 재미있고 신나게 지냈던 것 같은데, 2025년부터 올해 초까지 뭔가 맥이 빠진 느낌이 들어서 왜 그럴까 하던 차였다. 2025년 추석즈음에 <좋은 사람 자랑전>을 썼는데, 그 작업이후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지 않은 내가 뭔가를 하지 않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 생각만 했었다. 왜 그림을 계속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를 물었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은 내가 이제는 내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대체 왜 2023년, 2024년은 에너지틱하게 느꼈고, 그 이후는 그렇지 않게 느꼈는지 파악하고 싶었다. 내 블로그 시즌2에는 2007년(31세)부터의 기록이 세세히 남아 있다. 블로그 시즌1은 해킹당해서 날라가 버렸다. 블로그 시즌1은 아마 2005년부터 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온라인 상에는 현재부터 19년 전 과거의 일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내 기록의 습관은 20대 중후반부터 시작되었다. 그 블로그 자료들을 보며 한해한해를 정리해봤다.

나는 우울증의 시간을 29년간이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우울증으로 누워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연대기를 정리해보니 누워있었던 시간은 10대, 20중반까지였다. 그 이후의 시간은 그렇게 하루종일 누워만 보냈던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이다.(물론 우울증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고 죽고 싶은 생각을 습관적으로 했었다.) 연대기를 정리하면서 나름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참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경험해왔구나 싶었다. 애쓰며 살았다는 생각에 기특했다. 이라영 작가의 <쇳돌>도 몇십년에 걸친 여러 사람들의 직업 연대기를 쫓는 작업이라서 인상적이었다.

책에 이런 문구가 있다.
“별일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에서 따온 문장)
우리 모두 일을 하면서 산다. 자신이 일한 시간들을 종이에 적어 연대기로 정리해보면 모두가 자신을 대견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쉬운 직업은 없었다. 별일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서 우리는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고 여긴다. 별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렇지는 또 않은, 그 이야기들을 각자가 주목해주었으면 좋겠다. 3년째 하고 있는 그림일기 작업도 어쩌면 그런 일환에서 하고 있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일주일을 한달을 돌아보면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 같다. 그런데, 그림일기를 그릴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매일이 소재거리로 넘친다. 내 일상속에서 이야기를 발굴하는 시선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할까. 별일이 없다는 건 과연 누구의 시선일까? 대단하고 엄청난 일을 하고 많은 돈을 벌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삶만이 멋진 삶이라고 우리가 배워온 것은 아닐까. 세상은 나의 일상을 별일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거부하고 나의 시선으로 내 일상을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 삶은 내게는 특별하니깐.

<우리는 서로의 문장이었다> 또한 긴 호흡으로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추적하고, 그때의 선택은 과연 나의 선택이었는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질문해 본다. 그때 내가 몰랐던 것은 무엇이었고 이제서야 그때의 시간을 무엇이라고 말할수 있을지 해석해본다. 모두들 잘 살고 싶어 하지만, 어떤 삶의 방식과 형태가 잘 사는 것인지 탐구하지 않는다. 그 ‘잘’의 의미가 추상적이라 각자에게 ‘잘’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그 모호함을 뚫고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정답은 없고 어떤 선택이 더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계속해 나가는 과정이 나답게 살도록 도우리라는 믿음은 든다. 12명 저자의 삶의 이야기는 스펙트럼이 참 다양했다. 나랑 너무 달라서 별세계의 이야기처럼 읽은 글도 있고, 나의 고민과 맞닿은 글도 있었다.

나는 지방에 살고 있고, 집값이 높지 않은 곳에 운좋게 저렴하게 집을 구매를 해서 공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쓸게 없을 것 같지만, 내가 일했던 시간들에 대한 정리는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때의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고, 그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어려워 했고, 그 시간속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지. 나의 관심사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들도 달라졌을 것이다. 우울증은 내 삶을 관통하는 긴 시간의 이야기라 나의 부모, 또 그 부모의 부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할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우울증 에피소드들을 열 편 정도 적었던 적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 호흡으로 그 시간들을 정리해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문장이 되어주고, 경청하는 독자가 되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되어주는 지금의 부너미가 참 좋고 반갑다. 문탁네트워크에서 이런 밀도 높은 글들을 만들어낸 걸 보면 부너미에서 오래오래 느슨하게 공부 공동체로서 함께 공부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이었다>는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글이라 읽으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섯 분의 작가님과 만날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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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 조현병 엄마와 함께
나가노 하루 지음, 조지혜 옮김 / 낮은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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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조현병 엄마와 함께(나가노 하루)

누나의 조현병을 20년 넘게 기록한 다큐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보고 큰 인상을 받아서 집에 사두었던 책 <만 년동안 살았던 아이>를 꺼내 읽었다. 엄마에게 조현병이 있었고 저자는 그로 인해 제 2형 양극성장애를 얻어 평생 그 병과 사투를 벌이며 일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 1형 양극성 장애는 흔히 말하는 조울증에 해당하고 조증의 기간이 길다. 제 2형 양극성장애는 경조증과 우울증이 동반하는데, 우울증 기간이 길고, 나의 29년간의 우울증도 제 2형 양극성장애에 해당했던것 같다.

저자는 79년생으로 나(77년생)와 비슷한 나이인데다 결혼도 했고, 제 2형 양극성장애를 오래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책에 쉬이 몰입이 되었다. 친밀감이 들었다고 할까.

엄마에게 조현병이 온 것은 저자가 여덟살때이다. 충분히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여덟살 아이가 엄마를 돌보는 역할을 해야 했었다. 저자는 자신을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로 굳게 믿었다. 스스로를 ’황금의 몸과 만 년의 마음‘을 지닌 신과 같은 존재라고 믿지 않고서는 살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덟살 아이의 생존전략이었던 셈이다. 다만 어린 시절을 어린아이로 살지 못하고 누구보다도 어른으로 산다는 건, 바꿔 발하면 영원히 아이로 살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17살에(1996년 1월) 오하라 선생님에게 진찰 받았던 때를 저자는 처음으로 땅위에 내려온 것이라 표현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학교에 가기 힘들정도로 아침만 되면 과호흡증상에 피곤, 메슥거림, 설사, 몸이 축 늘어짐, 진땀, 복통, 두통, 불면증까지 온갖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서 이다. 남의 눈치를 너무 살피는 것도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 시절에 키워진 ’엄마의 기분을 살피는 능력‘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로 산다는 건, 원래는 어른이 되어서 써야 할 힘을 아이 시절에 몽땅 써버리는 것이다. 유년기 시절에 기본적으로 익히는 사회성을 전혀 학습하지 못하고 아이인채로 어른의 외형만 가지고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중고교, 대학교 시절에 익히고 경험하고 배워야하는 사회성과 관계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인채로 어른이 되었고 막상 대학에 들어갔지만,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해야하는 그 자유가 내게는 너무나 큰 두려움과 망막함이었음을 기억한다. 20대 후반에 개인상담을 시작하며 그때부터 유년기와 청소년기 청년기에 익히지 못한 것들을 30즈음부터 몸으로 부딪히며 하나하나 익히고 배워갔었다.

저자는 스물여섯에 남편을 만나 스물일곱 살에 본가를 나왔고 자조모임에는 주 2회 참여한다고 한다. 자조모임에서의 경험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건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자세히 서술하진 않지만, 저자가 자조모임에서 배워갔던 것들이 내가 개인상담, 집단상담을 통해서,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몸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넘어지며 체득한 지혜들과 내용이 비슷해서 울컥했다. 자조모임에서 경험과 배움을 나아중에 용기가 생겼을때 에세이 작업으로 따로 풀어주시면 이런 상황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저자는 자조모임에서 다양한 심리적 힘듦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알코올 의존중 부모가 있는 사람, 학대를 받았던 사람, 자녀를 가혹하게 대했던 부모와 만나기도 했다. 영화 <매그놀리아>를 보며 각자의 큰 힘듦이 있는 10여명의 주인공들을 보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혼자만 이렇게 억울하게 힘든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은 셈이다. 나의 힘듦 속에 빠져 있을땐, 넓은 시각으로 나를 보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억울하고 불쌍하고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조금더 멀리서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나와 똑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세상에는 무수히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게 된 상황들이다. 물론 행복한 사람들도 많지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살아간다는 건 고통이 기본값이 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도 취약했고, 저자의 엄마, 이모도 조현병이 있었다. 저자의 언니도 저자도 공부를 잘했지만, 두 자매는 우울증을 얻었다. 부모도 취약했고 그래서 그런 부로로부터 제대로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모를 돌보다 보니 어린 나를 스스로 돌보는 능력을 습득하지 못하고 평생 아이로 살아온 셈인 것이다. 그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되돌릴수 없다. 나의 이런 우울의 습성과 감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이 되어 뇌에 각인이 되어 있다. 부던히 노력해도 다시 무너지고 뒤로 돌아가고 실패하는 것은 오랜시간 내 뇌에 각인이 되어서이다. 그러니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나의 심리적인 불안과 우울증은 그것이 만들어진 시간보다 곱절로 애를 써야 괜찮아 질까 말까이다. 원래의 괜찮은 나로 돌아갈수는 없다.(원래라는게 과연 있는걸까?) 이런 심리적인 불안과 우울증을 안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존법을 오랜시간에 걸쳐 배우고 실험해보고 만들어가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당연히 힘든 과정이고 자주 좌절하고 절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우울증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까지 2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극복했다라는 말은 우울증에서 쓰진 않는다. 나의 우울증을 잘 관리하며 살아가는 것 뿐이다.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도움의 손길은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그 도움이 내 고통의 본질을 해결해주진 않고 결국 본인이 직면하고 수용하고 직시하고 받아들이는대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절망스러운 대답이겠지만 진실이다. 저자는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그냥 싸워 버렸다. 변변한 무기도 없이 고군분투 했다. 8살 아이에게 어떤 사회적인 대처술과 무기가 있었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뚤어진 자신을 받아드리고 살아가기란 노력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세월이 필요하다. 양극성장애는 파도처럼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하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가 반복된다. 삶에 농락당하는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싫어질 정도로 자포자기에 빠진다. 돌보지 않으면 계속 황폐해질 뿐인데도, 막을 기력조차 내지 못할때도 많다.

저자는 평생 낫지 않을 병 두가지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라는 병, 그리고 제 2형 양극성장애. 이 두가지 병은 제대로 잘 성장하지 못해 짊어지게 된 저자의 취약점이라고 말한다. 불공평하다고 원망한 적도 있다. 왜 나는 건강한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하고. 하지만, 지금은 원망하지 않는다. 저자의 마음은 비뚤어진 채 성장했다. 비뚤어진 마음 형태는 이제 되돌리지 못한다. 비뚤어진채로 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절망하고 지쳐버린 날도 많았다. 왜 나 같은 인간으로 살아야만 하는가 하고 자문한다. 가능하다면 과거로 돌아가, 여덟 살이었던 나를 구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나로 살아야만 하니깐.

책은 현재의 저자가 여덟살의 나에게 하는 말로 마무리 한다.

270- 이제야 여덟 살의 내게 말을 겁니다. 고마워, 용케 버텨냈구나. 애썼어. 네가 ’만 년 동안 살았던 아이‘이길 선택함으로써 나는 지금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어. 후회는 없어. 정말로 고마워. 내가 그때의 너와 만날 수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꼭 안아 주고 싶어. 그렇게 고독하고 불안하고 부끄럽고 괴로워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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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 - 사회적 기업가에서 버스기사로 다시 삶을 운전하기까지
강희정 지음 / 브로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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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법 버스기사 같나요?> 리뷰

(출판사 지원으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강희정 기사님의 사연은 1년전에 유튜브 ”실패는 나의 힘“ 채널에 출현하셔서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버스기사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읽고 싶어서 서평단 신청을 했다. 나도 화물차 운전납품 일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종종 SNS에 글을 쓰곤 한다(직장 일에 대한 이야기도 쓰지만 대부분 동료들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들의 노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육체 노동을 하면서 직장에서의 경험을 글로 쓰는 노동자는 그리 흔하지는 않다.(글쓰는 사람들 자체가 많지 않다) 노동자들의 글을 주로 싣는 월간 <작은책>을 즐겨보던 때도 있었다. 몇년간 꾸준히 읽다가 에세이들의 분량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서 긴 호흡의 글이 없는 아쉬움에 관심이 멀어졌던 기억도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버스 운전하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들이 담겨 있고, 2부에서는 사회적 기업가로 살았지만 너무 이상만 쫓다가 실패함 경험을, 3부에서는 그 실패로 인해 무너져서 무기력해졌던 자신의 경험을, 4부에서는 다시 육체노동일을 하며 땀의 의미를 깨닫고 버스 운전기사가 된 사연을 담았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이 너무 이상을 쫓았던 현실을 모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세상을 구원할꺼라고? 창업을 한다면서 무엇을 팔것인지? 월세와 인건비는 어떻게 마련할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고민은 진지하게 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보였다.(작가님의 어떤 삶의 요소들이 이상만 쫓고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인가는 궁금했다. 책속에는 그 부분에 대한 사유는 없었다.) 같이 창업했던 동료들과의 신뢰는 깨졌고, 나이 40이 가까워지는데 무언가 이룬게 없다는 절망감으로 무기력해졌다. 생애주기에 맞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혔다. 근데, 나는 뭐 달랐나 싶다.

나또한 평범한 생애주기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대학을 중퇴했고, 우울증을 오래 겪었고, 나를 루저라고 생각했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사람이 너무나 무기력해지면 사소한 것 하나도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다. 작가님은 다마스 붕붕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잠도 불규칙적으로 자면서 잠이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보내던 어느 날 화장실 거울 앞에서 많이 상한 얼굴을 보고 자신의 마음이 많이 지쳤구나가 눈에 들어왔다.

일용직 생산직, 대규모 물류센터, 입주 청소 일을 하며 땀을 흘리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나이 40에 가까워져서야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다는 것도 알았고 자신이 이상주의적이고 가치지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돈을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돈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고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선한 사업을 하면 돈이 따를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생각인지 깨달았다.

생애주기에 맞지는 않지만, 사회적기업 창업을 실패하고 몸으로 일하고 돈을 벌어가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자신만의 속도로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버스기사 이야기가 너무 훈훈한 에피소드들로만 담긴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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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계절 -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
김진리 외 지음 / 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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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계절(김진리, 안예슬, 엄태인, 허무해)

부제는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기 이다. <도시의 계절>이 나온 ‘허스토리’는 여성과 소수자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펴내는 곳이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래서 고른 책이다.

이들 네명은 20대 때 한 직장에서 만났다. 지금은 같은 직장에 있지 않지만 삼십대가 되어 1년동안 24절기를 마감삼아 서로에게 마감날이 되어주자고 했다. 서로에게 기대고 돌보는 것에 대해서 썼다. 돌아가면서 2주마다 규칙적으로 쓴 것은 아니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자기 차례이지만 무기력이 너무 심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차례를 미루는 방식으로 유동적으로 썼다. 각자 여섯일곱편씩 글을 썼다.

진리는 작은 존재들에 관한 글을 쓰며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예슬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매일 누워 있는 무기력한 대학원생이다. 밤바는 자기를 돌보고 살피는 연결, 타인과 건강하게 소통하는 연결을 돕고자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만든지 1년이 된 대표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해는 과업중심, 조직물입형 직장인으로 10여 년간 살다가 현재는 소속 없이 가르치고 쓰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작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닌데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을 만나기는 참 어렵다. 나의 일상과 고민을 글로 기록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도 자기 삶을 기록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각자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알수록 자기답게 살기에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각자가 자기 답게 사는 세상이길 바란다. 한 직장에서 일을 했지만 퇴사후에도 그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나는 지금 직장에서의 동료들과는 퇴사후 만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성향이나 취향, 관심사가 너무나도 다른 이들이니깐. 20대에 같이 일하던 여성 네명이 직장을 나간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고 네명 모두 글을 쓰는 인연이란 아주 특별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 절기에 맞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각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나는 그들 네명을 모르지만,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쓸모없음을 견디지 못한다. 주말 하루를 늦잠 자고 낮잠 자고 일어났는데, 기분도 찝집하고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늘어져 있다보면 나는 주말을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 뒷편을 좌우로 왔다갔다 걸으며 산책을 한다. 러닝복을 입고 오가는 사람도 있고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30분 혹은 45분정도 걸으면서(타이머를 15분씩 맞추며 산책시간을 그때그때에 맞게 조절한다.) 내 마음을 돌보고 살핀다. 어떻게 하루 24시간, 평일 주말 상관없이 효율있게 쓸 수 있을까. 그런 강박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시간을 흘려 버리거나 무기력하게 보내더라도 날 힐난하지 않으려 이렇게 산책을 나선다.

깊은 대화를 나누고, 글로써 서로를 깊만나고 책을 읽으며 타인을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들이 참 충만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만남들을 더 가지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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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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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이휘 지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더 수월하게 이혼들을 한다. 물론 그 과정이 녹녹치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이혼 당사자의 에세이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반갑게 읽은 책이다.

부제는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이다. 바이블이라는 말은 혹여나 그 과정에 있거나 이혼을 생각한 적이 있을때 참조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건, ‘왜 이혼하셨어요?’ 보다는 ‘어떻게 이혼하셨어요?’이다. 결혼을 할때 이 사람과 평생을 살겠다고 서약하는게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삶을 꾸리겠다는 결심을 바꾸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외도나, 경제적 무능, 도박 주식 중독 등만이 결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 보며 살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님은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만한 일을 몇 번 연달아 겪었다. 남편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는데, 남편은 작가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남편 입장에서는 뭔가 한 것이 있었을지 몰라도 작가님에게는 그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작가님의 고민에 공감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런 점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자신의 태도를 바꿔보려는 시도라도 있어야 섭섭하지 않다. 상대방이 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내 말은 한귀로 흘려버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행복하려고 결혼하는 것이고 같이 사는 것보다는 갈라서는 것이 행복할 것 같아서 이혼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이혼이 흠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결혼은 생활공동체가 되는 것이기에 조금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함께 사는 훈련을 결혼전에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솔로’ 같은 연프를 보면 사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나이가 많이 차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4계절은 겪어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상대에 대한 호감이 높은 연애 초반이면 상대와 내가 잘 맞춰갈 것이라는 판타지를 갖게 마련이다.

167- 결국 그의 그런 나태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떠나서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믿음조차 설익게 만들었다. 살면서 부부끼리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학습하고 극복하고 틀린점들을 반성하고 개선해 나갔으면 했다.

행복한 삶의 선택지로서 많은 이들이 용기 있게 이혼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이혼의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갈등이 누군가에게는 함께 살기 힘든 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행복하려고 하는 선택이 상대와 잘 협의가 되면 협의이혼이 되는 것이고, 그게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송을 하고 소송기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막상 이혼을 하더라도 또 혼자서 자기 삶을 감당하고 그 시간에 익숙해지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32 - 맞지 않는 옷을 반품하듯 마음에 들지 않는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할 결단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굳이 이 넓고 아늑한 공간에서 나와 안 맞는 존재를 낑낑 이고 살 필요가 없는 거다.

두 사람에게는 자녀가 없어서 그나마 이혼 과정이 수월(?)한 편이었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혼이 자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참고 살기도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로 사는 것보다 이혼을 하고 씩씩하게 자기 삶을 사는 것이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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