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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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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이휘 지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조금더 수월하게 이혼들을 한다. 물론 그 과정이 녹녹치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이혼 당사자의 에세이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반갑게 읽은 책이다.

부제는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이다. 바이블이라는 말은 혹여나 그 과정에 있거나 이혼을 생각한 적이 있을때 참조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궁금해야 하는건, ‘왜 이혼하셨어요?’ 보다는 ‘어떻게 이혼하셨어요?’이다. 결혼을 할때 이 사람과 평생을 살겠다고 서약하는게 나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삶을 꾸리겠다는 결심을 바꾸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외도나, 경제적 무능, 도박 주식 중독 등만이 결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파트너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잃어버리게 되면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 보며 살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님은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만한 일을 몇 번 연달아 겪었다. 남편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는데, 남편은 작가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남편 입장에서는 뭔가 한 것이 있었을지 몰라도 작가님에게는 그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작가님의 고민에 공감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런 점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자신의 태도를 바꿔보려는 시도라도 있어야 섭섭하지 않다. 상대방이 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내 말은 한귀로 흘려버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행복하려고 결혼하는 것이고 같이 사는 것보다는 갈라서는 것이 행복할 것 같아서 이혼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이혼이 흠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결혼은 생활공동체가 되는 것이기에 조금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함께 사는 훈련을 결혼전에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솔로’ 같은 연프를 보면 사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나이가 많이 차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4계절은 겪어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상대에 대한 호감이 높은 연애 초반이면 상대와 내가 잘 맞춰갈 것이라는 판타지를 갖게 마련이다.

167- 결국 그의 그런 나태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떠나서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믿음조차 설익게 만들었다. 살면서 부부끼리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학습하고 극복하고 틀린점들을 반성하고 개선해 나갔으면 했다.

행복한 삶의 선택지로서 많은 이들이 용기 있게 이혼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이혼의 경험들을 많이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갈등이 누군가에게는 함께 살기 힘든 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행복하려고 하는 선택이 상대와 잘 협의가 되면 협의이혼이 되는 것이고, 그게 원할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송을 하고 소송기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막상 이혼을 하더라도 또 혼자서 자기 삶을 감당하고 그 시간에 익숙해지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32 - 맞지 않는 옷을 반품하듯 마음에 들지 않는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할 결단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굳이 이 넓고 아늑한 공간에서 나와 안 맞는 존재를 낑낑 이고 살 필요가 없는 거다.

두 사람에게는 자녀가 없어서 그나마 이혼 과정이 수월(?)한 편이었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이혼이 자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참고 살기도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로 사는 것보다 이혼을 하고 씩씩하게 자기 삶을 사는 것이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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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이하늬 지음 / 아몬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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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이하늬 지음)

이하늬님은 <나의 F코드 이야기>의 저자이다. F코드는 우울증의 분류코드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기자생활을 했다. 자신의 우울증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책으로 썼기에 삼촌의 조현병의 이야기를 쓸수 있었을 것 같다.

그의 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고, 책이 나올 당시 삼촌은 65세였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 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였다. 그동안 감춰온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멈추고 싶어서라고 밝힌다. 삼촌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기자의 특성을 살려 다른 조현병 당사자들과 정신과 전문의,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의 인터뷰까지 담고 있어 당사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담긴 책이다.

어릴 때는 왜 삼촌은 일을 하지 않는지 의아했다고 한다. 삼촌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서는 백수보다는 더 이상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건 알았다. 병명을 알게 된 이후에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울증이나 조울증까진 그래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만 하지만 조현병에 대한 편견은 아직까지 큰 편이라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다. 삼촌이 60세가 넘어 독립을 해서 혼자 생활을 할때 삼촌이 자주 가는 가게의 사장님이 저자에게 삼촌이 치매냐고 물어봤을때 저자는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좋을지 나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말을 얼버무렸다. 치매의 증상중에는 환청과 망상의 증상도 있다. 씨리얼 유튜브 영상중에 “어느날 엄마가 가짜로 보였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11살때 조현병이 온 조현병 17년차 당사자와 어머니의 영상이다.

도파민은 조현병과 관련된 호르몬 중 하나인데 조현병 증상 중 일부가 도파민이 과할 경우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삼촌이 복용하는 약의 일부는 도파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도파민 분비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파킨슨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삼촌은 나이가 들어 파킨슨 병도 진단 받는다. 파킨슨병 증상이 심할때는 재활위주의 요양병원에, 조변병 증상이 더 두드러질때는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을 하는 식으로 두 곳을 오고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인용하며 의료 윤리학자인 김준혁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을 여러 방향에서 지지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우영우는 그저 약간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썼다. 나의 삶도 평범한 남성들의 삶과는 많이 달랐고 루저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사람들의 말(소수자 당사자들의 에세이를 읽었고 나를 존재자체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났다)들을 들으며 내가 그렇게까지 이상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내 나름의 고유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랑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열심히 찾고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내가받은 지지처럼, 그들에게도 같은 지지를 보내곤 한다. 삶은 원래 힘든 것이고 당신의 특수함이 당신의 못남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려고 한다. 느리게 살아도 되고, 방황해도 되고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고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면 지금주터 천천히 찾아보면 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특수함으로 인한 고통과 고민을 인내와 근성을 가지고 잘 버티고 살아가면 삶을 살아가는데 단단한 힘과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225~226 - 삼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 삼촌의 생각이 ‘미쳤다’는 단어 하나로 납작하게 표현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면, 입원 외의 선택지가 더 있다면, 가족이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조현병을 오픈하고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면…..삼촌의 손상은 지금처럼 심각한 장애는 아니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사회학자 조한진희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그 너머를 질문해야 한다. 어떤 조건이 특정 존재를 약자로 만드는가? 약자를 약자로 만들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233 - 삼촌은 65세다. 삼촌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삼촌의 삶은 어떻게 기억될까? 나는 삼촌의 삶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은 조금씩 옅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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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 경계의 시간, 이름 없는 시절의 이야기
허태준 지음 / 호밀밭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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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허태준)

수능이 끝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때면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흔하게 보게 된다. 그런데 수능을 보지 않은 학생들이 그 문구들을 볼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공고, 상고, 마이스스터고를 간 학생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들도 나름대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각종 자격증을 따고 밤늦게 공부를 하거나 일찍직장에 들어가 그 직장에 녹아들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을 했는데, 그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받는 기분이지 않았을까.

저자는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실습생을 거쳐 산업기능요원(군대 대신 직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지역 중소기업에서 3년 7개월간 근무했다. 일하는 청소년, 대학생이 아닌 이십대, 군인이 아닌 군 복무자였다.

작가님은 문학을 전공하고 싶어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작은 형이 대학을 가야 해서 두 사람 다 학비를 대줄 수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술고등학교는 학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냥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기는 싫어서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생각보다 학교생활은 괜찮았고, 제법 기계 다루는 솜씨가 있었고, 자동화 연구 동아리에 들었고,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고, 시험 기간엔 독서실에 친구들과 새벽까지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보낸 청소년과 청년의 이야기를 우리는 미디어나 소설, 에세이에서 만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작가님의 이 책이 무척 반가웠다.

작업장에서 처음 마주했던 기계들. 범용 선반, 복합 밀링, 탁상 드릴링 머신, 고속 절단기, 탁상 그라인더, 공구 연삭기, 용접기 등등. 30대 초에 일했던 몇몇 직장에서 보고 경험했던 기계들 명칭이다. 작가님은 ’공무팀‘에서 일했다. 정해진 업무가 있는게 아니라 공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부서. 그래서 공부할게 너무나도 많았다. 유일한 직장 상사였던 차장님은 사실상 공무팀을 혼자 도맡은 상황이라 세세한 업무를 가르쳐줄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수첩을 들고 다니며 사소한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따로 시간을 내어 수첩에 적어두었던 것들을 노트에 정리해 적었다. 작가님이 그 공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성실함이었다. 그 성실함을 기특하게 본 차장님은 공책들을 보관할 수 있는 서랍장을 마련해주셨다.

누구는 어릴때부터 돈을 벌어서 좋겠다라고 말했다. 좋았을까. 현장실습생일때는 잔업을 하지 않은 기본수당과 정부보조금 합쳐 130만원정도의 급여가 들어왔지만 엄마가 관리했기에 실제로 확인한 적이 없고 한달에 20만원의 생활비를 받았다. 시간이 지나 돈 관리를 스스로 해보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다만 지금까지 번돈은 중요한 일에 썼으니 이유는 묻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적금 통장을 만들어 만기까지 붓고 돈을 찾고 새 적금을 부을때쯤 집에서 돈을 보내줄 수 있냐고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한 번 더 돈을 보냈다. 집주인이 파산하는 바람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것도, 지금 집으로 옮기며 꽤 많은 빚이 생겼다는 것도, 급하게 돈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높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는 것도, 부모님께 직접 듣지 않아도 적당히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집에 돈을 보낸 사람은 작가님 뿐만이 아니었다. 서로의 사정을 나누는 일은 힘이 되었다.

야근까지 12시간 일하고 그렇게 돈을 모았는데, 그 돈을 부모님께 이유도 듣지 못하고 돈을 보내야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쉽게 번 돈이 아닌데. 부모님도 아들한테 돈을 달라고 하는게 쉽지 않을것 같다. 다만, 그래도, 말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뭐 때문에 필요했다. 어디다 썼다. 고마웠다. 미안하다.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작가님은 12시간 일을 하고 기숙사에 돌아온 후 샤워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소설이나 에세이 글을 썼다. 늘 피곤하고 졸음이 몰려왔다. 잘못하면 위험할수 있는 현장인데 시간을 쪼개썼던 작가님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잔업이 없는 수요일에는 도시로 나가 독서모임을 하고 밤늦게 돌아왔다. 피곤했겠지만, 그 시간이 참 좋았을 것 같다. 서울로 간 친구덕에 한달에 두어번 서울에가서 문화적인 행사나 모임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등등 한번씩 청년들의 사고 소식을 듣지만,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우리들은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을 가지만, 고3때 취직을 하고 일찍부터 돈을 벌고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해야하는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과 일상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N은 아빠가 공장에서 2교대로 근무를 해서 어릴때부터 그 모습을 보니깐 조금이라도 아빠한테 도움이 되려고 공고에 갔다. 자신이 일찍 돈을 벌면 아빠가 조금이라도 편해지겠지 싶어서. 근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작업 프레스에 깔렸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깐 도저히 기계를 만질수가 없었다. 한동안 자신이 뭐하나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님과 한방을 쓴 N은 온종일 기타만 쳤다. 기타 연주에만 몰입했다.

62- 이제 공연은 하지 않는 거야? 응, 열정이 없어. 다른 이유는 없는거야? 그는 잠시 고민했다. 용기가 없어.(수련회에서 박효신의 ’야생화‘를 부르던 키가 190이 되던 친구 P의 대화이다.)

작가님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여름까지 프로 선수를 꿈꾸며 야구를 했다. 그 당시 경험했던 폭력의 경험. 결론부터 말하면, 그 시설의 기억이 작가님을 더 단단하거나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에 훨씬 예민한 사람이 됐다. 야구부를 그만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기처럼 떠도는 폭력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227 - 설명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차별받고 있다는 거라 생각해. 아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거지.

인문계를 가지 않고 고3때 취직을 하고 19살 부터 돈을 벌고 군대 대신 산업기능요원으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어른이나 또래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설명을 요구 받았을까. 공고를 간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삶이 궁금하고 그들의 고민과 불안, 방황, 공허, 미래가 궁금해졌다. 작가님이 그 물꼬를 터 주신것 같아 감사하고 반갑다. 작가님의 다음 책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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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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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이랑 에세이)

이 책은 예술가의 일상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해서 좋았다. 예술가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계비가 필요하다. 이랑 작가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그때부터 부지런히도 여러 작업을 하며 살아왔다. 만화가, 에세이스트, 교사, 음악가, 영상작업하는 사람,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그녀는 언제나 가난했다.

예술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예술일이 생계를 책임질정도로 벌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생계를 위한 일을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드로잉 작가로 전업 작가로 4년을 살아봤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지금은 화물차 운전일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그 외의 시간에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랑작가는 2017년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의 놀이’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는다. 통장 장고를 확인해 봤다. 1월총수입 42만원, 2월 수입 96만원. 한달에 이틀 이상 쉬는 날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스스로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숫자다. 사람들은 이랑 작가가 뭘 많이 하고 결과물도 많이 내서 돈을 잘 버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한달의 반 이상을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런저런 일들을 논의하는 ‘미팅’으로 보내고(미팅비는 지급되지 않는다) 주1회 강연하고, 원고 몇개 송고하면 한달이 끝난다. 미팅이 중요하긴 하지만 미팅 자체가 당장의 수입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솔직히 월급을 받는 그들이 미팅하면서 밥이라도 사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스스로 인터뷰 페이를 책정한 것은 한국대중음악상 트로피를 판 2017년부터이다. 그날이후로 작가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늦은 감이 있지만 그때부터 인터뷰 페이를 요청해야겠다 생각한다. 사람들이 작가 혹은 예술가에게 무언가를 배울때 그들에게 적절한 페이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좀 했으면 싶다. 그 사람의 노하우와 테크닉을 압축적으로 배우는 것인데 그만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해야하는게 당연한 것 아닐까. 방송국에서 이랑을 취재해 왔는데 이랑이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걸 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그림과 맞지 않아 그냥 돌아갔다고 하는 에피소드를 읽으니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해서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예술가가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벌기 위해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 가격을 매겨 정당하게 요청하는 것이 어떻게 속물적인 일일까. 나도 드로잉 수업이나 강연이 제의가 들어오면 페이가 얼마인지 묻는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말하고 그에 맞지 않으면 거절하기도 한다. 내 재능에 적당한 가격이 매겨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물론 수업이나 강연을 요청하는 측의 사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것밖에 줄수 없다고 미안해하면 생각을 해보고 수락하기도 한다.

이랑의 워크숍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글쓰기나 그림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은 평범하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들을 깨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는 글쓰기도 그렇고 그림도 놀이나 재미로 접근하는 편이다. 재미있게 접근해야 자주 한다. 자주 하다보면 실력(실력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이 늘어나고 깊이감이 생긴다. 글을 거의 써보지 않았으면서 그림도 거의 그린적이 없으면서 처음해본 결과물에 실망들을 한다. 당연한거 아닌가. 많이 안해봤으니 서툴고 이상해 보일수 밖에. 그러니 많이 해보는 방향으로 길게 봐야 한다. 글의 경우, 내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쓰고 싶어하는지를 자신에게 여러차례 오래 깊이있게 물어봐야 한다. 그 이유나 원동력이 강렬하면 스스로 알아서 글쓰는 길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우린 그런 마음이 적으니깐 돈을 내고 전문가들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다. 운동 혼자 하는 능력이 안되니깐 비싼 돈 주고 PT를 받는 것이다.

내가 2년 넘게 그림일기 작업을 430일 이상 해온 것도 결국 우리(나)의 일상속에 무수한 이야기가 있고 그걸 발견하고 알아채고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다. 이랑도 아주 어린시절부터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만들고 불렀지만, 그것은 그냥 놀이로 접근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재능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야 하고 그 욕구가 있다면 그 욕구를 즐거움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우리가 작가나 예술가가 될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뭐 대단한 것을 내어놓을수 있겠는가. 즐거움으로 5년 10년 정도 오래하다보면 어느 경지에 가닿게 마련이다. 다만 그 경지에 다았다고 해서 그 예술가의 생계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좀 슬픈 일이긴 하다. 그래서 예술가의 생계와 돈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여성 페미니스트 작가로 살아가는 일상의 고민과 불편함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참 와닿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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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서바이버
나가타 도요타카 지음, 서라미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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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서바이버(나가타 도요타카 지음)

저자의 아내는 섭식장애가 있고, 알코올 의존도 있어서 정신병원에서 입퇴원을 30번 넘게 했다. 저자는 그 곁에서 20년을 함께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동료가 아내의 상태에 대해서 글로 기록을 해보라 권했고 아내도 혼쾌히 동의해서 2018년에 총 6회에 걸쳐 아사히 신문 디지털판에 “아내는 서바이버”로 연재를 했고 그 후 4년에 걸쳐 글을 더하고 수정해서 나온 책이다.

아내는 가정폭력피해자였고, 어머니도 딸의 상처를 외면했고 딸을 장애물처럼 여겼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섭식장애가 있었다. 아내에게 위 속의 남은 음식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순간, 폭력도 폭언도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29년동안의 우울증 시절, 잠과 무기력으로 도피했듯이 아내에게도 섭식장애는 생존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이었다. 아내는 저자를 만나기전에 한번 결혼을 했는데 상대는 지배욕이 강한 사람이고 충동적인 사람이라 결혼 한달만에 이혼했다. 2년후, 아내는 저자와 결혼하고 부모와 연을 끊었다. 아내에게 다시 섭식장애가 생겨난건 결혼한지 4년째인 2002년, 아내는 29세 남편은 34세 때였다. 남편은 요미우리 신문사에서 아사히 신문으로 이직을 했는데 남편의 불규칙한 근무와 낯선 곳에서 집에 홀로 남겨진 아내는 꽤 불안했을 것이고 그렇게 다시 섭식장애가 시작되었다.

아내의 한밤까지 이어지는 과식과 구토, 무턱대고 폭발하는 감정, 파탄 직전의 살림, 공황장애 때문에 도시중산층이던 저자는 아내의 병 이후 ‘사회적 소수자’가 되었다. 세상의 약자들이 기자인 그의 눈에 들어왔고 빈곤, 다중 채무, 자살예방들을 취재해 2007년, 2009년 빈곤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아내는 2008년 들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저영양으로 인해 아내의 몸무게는 24~28kg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2013년에는 남편이 동석한 가운데 4년간 상담이 계속되었고 남편도 아내의 간병에 지쳐 정신과 클리닉에서 상담도 받고 일을 잠시 쉬길 권유받아 3개월간 휴직하며 무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내는 건망증도 심해지고 2019~2020년에는 양발 대퇴골두괴사증이 악화되어 휠체어 생활을 했다.

20년동안 저자는 아내의 죽음을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의 살려는 몸부림도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은 얇은 편이고 글도 기사처럼 건조하다. 20년 동안 아내의 마음과 생각들이 궁금했다. 아내의 옆에서 20년을 지킨 남편의 마음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랑? 연민? 이혼을 하면 아내는 더 낭떠러지로 떨어질것이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책임감? 20년동안 있었던 일을 관찰하듯이 쓰기보다 에세이처럼 어떤 마음과 생각들이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주었다면 비슷한 경험을 겪는 사람에게 좀더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책이었다. 이들부부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서 관련글을 찾아보았지만 일본분들이라 그런지 작가의 인터뷰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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