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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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죽은 자는 더 이상 말이 없고 남겨진 자는 그 마음을 알지 못한 체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과 그리움과 상처가 남는다. 이 책은 시인이자 심리학자인 작가는 21살의 나이로 스스로 삶을 버린 동생의 죽음으로 그 죽음을 막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과 얼마나 사랑했는가에 대한 그리움, 자살에 관한 여러가지에 대한 심리에세이이다. 동생의 자살의 이유가 표면적으로 남자친구가 원인이었지만 죽은 동생이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이상 정확한 이유는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동생을 잃은 죄책감과 그리움에 그 동안 동생과의 생활을 되돌아 보고 동생의 일상에 일어난 일을 되집어 보면서 자살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문이나 서적, 문학 등을 연구하게 된다.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과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자살로 가족을 잃고 살아가는 자살 생존자들의 심리와 그 자살로 인해 변해버린 자살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한다.

 

나 역시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현재도 주변에서 그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이 정말 실행에 옮긴다면 원인은 알지 못할 것 같다. 자살의 원인이라 말할 만한 것이 없음에도 자살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연구에 의해 밝혀져 있고 겉으로 나는 피부의 상처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서 더더욱 남겨진 자의 상처는 커지는 것 같다. 평소 아무리 죽고 싶은 원인을 이야기 해도 죽는 순간 자살자의 심리는 어떨지 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니까. 가족중 자살자가 있다면 뒤 따라 자살을 하는 가족이 생겨나는 확률이 높다고 나오는데 그 만큼 작가의 '자살 생존자'라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변해버린 모든 생활을 보면서 그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동생보다도 더 힘든 일을 많이 겪은 작가 역시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전염병 보다 무섭게 번지는 자살의 파급효과를 알기에 더욱 삶의 의지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동안 자살을 생각하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 대한 심리서적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자살 생존자'의 심리와 자살에 관해 좀 더 깊이 알게 해주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에세이였다. 충동적이든 아니든 입 밖으로 내뱉기도 너무나 벅찬 자살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사람이 읽어봄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삶의 의지를 나 아닌 가족이나 주변인에게서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작가가 시인의 감성이 있어서 문학적 느낌이 많이 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심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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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바람 -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우울 극복 프로젝트
정보연 지음 / 푸른숲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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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르름이 가득한 책의 띠지부터가 기분을 좋게한다. 단순히 심리전문가의 우울증에 관한 자기계발서일 줄 알았는데 작가가 실제 우울증을 겪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기록한 수기록이다. 무려 13년간이나 우울증을 겪었고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전문적인 도움은 물론 개인적인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얼마나 우울증 극복 의지가 강한지를 보여준다.

 

 

우울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은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우울증이라 진단을 할 정도이면 아주 심각한 병증이 있다는 것이고 이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인데 정확하게는 잘 알지 못했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상태가 어떤지 잘 몰랐다. 간단하게나마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안되는 정도에 따라 우울증에 걸렸다를 알 수 있다는 것 정도였는데 나는 그런 정도는 아니라는 안도감과 함께 내가 느끼고 있는 우울감과 어쩌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태일지도 모를 내 마음의 상태를 외면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정하는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우울증을 진단받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여러가지 일들을 읽으면서 어느새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분명 눈물도 많이 흘렸을텐데 치료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개인적으로 노력을 한 것들을 하기위해 억지로 참아가며 했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나라면 이렇게 까지 노력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도 많이하고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한 건 사실이지만 작가가 마지막에 말했듯이 우울증을 극복하고 그 이후의 삶에서도 좋은 영향을 줄 만한 치료과정들이 나에게도 실천의지를 주는 것 같았다. 읽으면서 실천해보고 싶은 방법들을 수첩에 옮겨 적기도 했는데 나같이 귀차니즘이 강한 사람도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지금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거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보통 무언가 시련을 극복한 사람들의 수기를 보면 자기 자랑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책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우리가 흔하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함을 주어서 복잡한 자기계발서나 심리관련서적이 싫다면 읽어보아도 좋겠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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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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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은 이 책은 내용 또한 내가 읽어 본 소설 중에 가장 유니크했다. 총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번째 단편을 읽어보면 단번에 쉬운 소설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단편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청춘의 외로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우울감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래 많은 상도 받았고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고 하니 그저 나와는 안맞다고 하자. 읽으면서 몇 번이나 앞을 돌아와 읽어야 할 만큼 심오한 언어와 작가의 세계는 내게는 좀 어려웠다. 복잡한거 딱 싫어하고 술술 읽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누가 읽어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중간중간 뭔가 공감가고 마음을 툭 건드리는 문장들의 등장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랄까.

 

 

 

좋아하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자 새로운 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은 유연하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날개들이 자라날 때에 해당되는 감정이고, 반면에 사랑하는 것은 그 날개들이 점점 더 자라서 타르를 입힌 방수 시트처럼 두껍고 꼴사나워지다가, 마침내 지퍼 달린 시체 운반용 부대처럼 우리를 완전히 뒤덮어 질식시킬 때에 해당되는 감정이었다. -42p

 

 

사랑에 관한 표현마저도 정말 독특했던 타오 린의 단편집은 분명 아주 대중적이지는 못할 것 같지만 워낙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와 필체의 매니아들이 많은 만큼 유니크한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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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비밀노트
크리스티나 스프링거 지음, 한성아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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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고 있는 러브매칭 TV 프로그램 중 'THE ROMANTIC' 이라는 프로가 있다. 당장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낭만적인 유럽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프로를 보면 취향셔플이라는게 나온다. 남녀 각자의 취향에 맞춰 데이트 상대를 매칭하는 방법인데 여기서 적어도 2번 이상 취향이 맞아 만나면 거기 나오는 남녀는 그 살람이 자신들의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고 그 사람에게 더욱더 호감이 가게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사실 취향만으로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이 만나는 데 있어 공감대 형성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게 아닐까?

 

커피 취향을 통한 소녀의 귀여운 러브매칭을 그린 <에스프레소 비밀노트>는 일단 내 커피취향은 어떤 커피와 맞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읽기를 시작했다. 커피에 관한 에세이에서 잠깐 커피를 통한 매칭 통계를 본 적은 있지만 소설로 접하니 더욱 재미있었고 10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풋풋하고 술술 읽히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제인이 결국은 자신의 진정한 짝을 찾는다는 뻔한 이야기일 지언정 그 과정속에서 커피향이 솔솔 나는 제인이 일하는 그 곳으로 당장 달려가고픈 마음이었다. 단순하고 다소 유치한 로맨스 취향의 나로써는 좋아하는 커피를 소재로 만든 신선한 이야기가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딱 하나, 정말 나에겐 치명적이랄 만큼의 단점이라면 바로 번역에서 보였다. 외국소설의 번역서인 만큼 번역자의 필체를 어쩔 수없이 읽어야 하는데 소설에서는 다소 쓰기 경박해 보이는 듯한 지극히 매신저나 카톡에서나 평소에 대화할 법한 말투가 너무 거슬렸다. 아무리 청소년들이 주인공이고 특별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소설이 아니지만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 원서의 말투가 어찌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극히 너무 요즘 한국에서 쓰이고 있는 인터넷 말투가 거슬렸다. 평소에 어떻게 말을 하건 어떻게 대화를 하건 이런 식의 말투나 필체는 소설에는 너무 안맞고 경박해 보이는 것 같다. 이런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지만.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순명쾌한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이란다. 커피의 종류는 거의 다 좋아하지만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는 아메리카노인데 여기에 맞는 상대 커피가 안나와서 조금 아쉬웠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커피 한잔과 함께 귀여운 중매쟁이 제인의 러브매칭 스토리에 빠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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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이다 - 만나고 헤어지는 일, 그 안에 사람이 있다
곽정은 지음 / 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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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라는 말은 예능의 신 유느님 유재석이 나오는 TV예능에만 쓸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세계에는 70억의 인구가 살아가고 있고 그 중 대한민국은 국가 면적에 비해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그 만큼 오밀조밀 사람과 부딪힐 일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름이 같은 사람은 많을 지언정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이상에야 얼굴도 성격도 다른게 사람이라는 종족의 특징이다. 그야말로 버라이어티의 총체가 아닐런지. 드라마 선덕여왕에서의 미실도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고 파워임을 강조한 적이 있어 그렇게도 덕만 공주의 유신을 탐내며 가지려 하지 않았던가. 그 만큼 사람과의 관계, '내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가 가장 가치있는 재산이며 관계 유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패션 매거진의 기자인 저자 곽정은은 하루에 100장 이상의 명함을 쓸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 책 '내 사람이다'에서는 그녀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경험담과 감상, 사람에 대한 조언 등을 말한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 힘이 되었던 사람, 그냥 이상했던 사람, 반전이었던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해왔지만 그녀는 사람을 많이 만나도 모르겠는게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거 보면 정말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협소한 인간관계에서 조차 상처받고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던 나였는데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해서 그런 것이 없어지지가 않는 다는게 다소 충격이었고 동시에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당장에 타인 나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소리를 들으면 '니가 날 알아?'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 보면 알수 있는 것 같다.


마구잡이 식의 경험담과 나 잘났네 하는 에세이와는 다르게 사람도 분야를 나누어 조언을 주고 있다. 사랑, 일, 사람들, 일상의 네가지 챕터를 나누어 사람을 이야기 해주고 특히나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특징을 꼬집어 붙여진 닉네임이 읽으면 읽을 수록 깨알같은 재미를 주었다. 복잡하지 않고 잔소리 같지 않은 그냥 내가 아는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단숨에 후루룩 읽히는 흡인력이 있었다. 근데 뭐 다 좋았다고 하면 좀 거짓말 같고 이런 저런 몇가지는 나와 생각이 다른 점도 있었지만 나빴던 기억이 있었던 사람들도 나쁘게만 보이지 않고 인생의 경험으로 보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아 새로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조금이라도 '내 사람'이 생긴다는 걸 알게됐다. 여기서 문득 궁금한 점 곽기자 언니가 날 만나면 뭐라고 닉네임을 지어줄까..? 스스로 짓자면 '시니컬Y' 쯤이 될까?


사람에 상처받고 새로운 사람이 두려움이 있거나 사람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큰 공감을 주고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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