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나비
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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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런기분이었다. 분명 글은 읽을 수 있지만 문맥도 헷갈리고 이어서 뜻도 파악이 안되며 종국엔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영문소설을 읽는 느낌. 엔조 도의 소설 <어릿광대의 나비> 는 심지어 일어도 영어도 아닌 한글로 되어있음에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겠다. 번역자는 보는 사람 마다 매우 다른 해석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해석의 차이보다는 소설 내용 파악의 가능유무의 차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재미 있다 없다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내용인지를 알아야 그런 생각도 하는거니까.

분명 매우 유니크한 소설이다. 수리소설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소설인 만큼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장르를 파괴하는 이 책은 두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소설 <어릿광대의 나비>는 화자 파악조차 힘들다. 화자 '나'와 시점이 지속적으로 변해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고 두 번째 <마쓰노에의 기록> 은 그나마 이해하면서 읽었지만 결말에서 또 혼란스러웠다. 사실 좋게 말해 독특하지만 일찍 읽기를 포기할 수도 있는 소설이었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그 독특함으로 인해 아쉬웠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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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천사의 빵
타이라 미즈키.우사미 후사코 지음, 이정훈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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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빵이 9년만에 배달되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동안의 시간이라면 주문한 일도 잊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빵은 결코 잊을 수도, 그 시간을 기다리고서라도 받고 싶은 빵일 것이다. 그야말로 명품 한정 백보다 더 구하기 힘든 빵인 것이다. 빵 하나가 어찌 그런 귀한 대접을 받느냐면 만드는 사람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 빵을 만든 사람은 타이라 미즈키라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이다. 한 때 건강한 경륜선수로 활약했고, 한눈에 반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 살아가던 평범한 청년.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경륜 선수로의 생명이 끝난다. 절망할 수 밖에 없는 그에게는 사랑과 헌신의 아내가 있었고, 재활치료로 우연히 만들게 된 제빵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었다. 재기를 꿈꾸지만 좌절되고 아내의 격려로 다시 제빵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평범하던 청년이 만든 빵은 '천사의 빵'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해진다. 빵을 주문한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온갖 정성을 다해 3시간만에 빵 한 개를 만든다. 정성만이 아니라 이 빵은 재료에서도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대량으로 생산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좋은 재료를 직접 구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주문하고 잊고 있었던 빵을 9년만에 받거나 잊지 않고 기다리다 몇년 만에 받더라도 화가 나기는 커녕 특별하고 감동의 맛의 빵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빵을 주문한 사람들도 특별하다. 격려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은 이 빵을 먹고 위안과 힘을 얻는다. 이런 편지를 받는 타이라 미즈키 또한 같이 힘을 받아 더욱 더 열심히 빵을 만들고 삶에 힘을 얻는다. 천사의 빵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빵을 직접 맛볼 수는 없지만 그의 이야기 만으로도 누구나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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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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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 미스터리라고 들었을 때에는 미스터리 장르에 순애보적인 러브스토리가 가미된 이야기인가 예상했지만 오히려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느낌이 적었던 소설이었다. 순애적 이야기는 8년전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 토와코와 그녀와 같이 살며 보살피는 중늙은이 진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8년전 연인을 잊지 못한다는 토와코의 이야기는 언듯 보기에 정말 순애보적이다. 하지만 도무지 노멀한 멘탈을 소유한 사람들로써는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읽으면서 들었다. 처참하게 실연을 당한 연인을 왜 잊지 못하는지, 죽도록 증오하면서 의지하고 있는 진지라는 남자와의 동거, 이용 당하고 있다는게 뻔히 보이면서도 만나는 남자 미즈시마와의 불륜 등을 보면 그녀의 순애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광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순애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같이 살고 있는 진지라는 남자에게서 볼 수 있다. 도무지 좋아할만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라는 남자에 대한 묘사는 겉으로는 정말 비호감스럽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남자를 동정하게 된다. 토와코에게 심한 멸시를 당하면서도 오히려 사과하고 희생하려고 한다.

 

솔직히 불편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도 있었다. 띠지의 문구처럼 이런게 사랑이라면 정말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것이다. 다 읽고나서 여기 나오는 사랑은 도무지 말로 표현도 안되고 도무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소설의 평론이나 역자의 후기에도 이 사랑이 불편하고 실증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법한 소설이었다. 이들의 사랑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다면 나 역시 그랬겠지만 이 소설은 분명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초반에는 전혀 미스터리적 느낌을 느낄 수 없었지만 토와코의 옛 연인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은 뒷 이야기가 궁금해졌고 실종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리기 전까지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고 반전의 요소도 있어서 이들의 답답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사건적 미스터리보다는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생각을 하게 한 순애 미스터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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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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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날씨에 줄어든 바깥활동 때문에 비타민E가 많이 부족해 우울감이 다른 계절보다 더 깊어질 시기, 나 역시 요즘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간해서의 쇼킹하고 배꼽빼는 내용이 아닌 아상에야 이런 때에 서정적 소설의 아이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쥐약이 될 수도 있다. 조곤조곤한 필체는 안봐도 비디오일 것이며 대강의 내용을 봤을 때 분명 서정적이고 조용한 심리묘사를 주로 한 내용임에 틀림없었다. 아 이럴때 내게 오신 가오리님 제발 '하느님'에게 내 기분을 더 다운시켜주지 말아주세요, 가오리님의 뻥 차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빌었다. 소설을 다 읽은 지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뼈가 녹아버릴 정도의 사랑을 한, 어느날 '반드시 돌아올게' 한마디 남기고 떠난 남자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여자 요코와 그가 남긴 보몰같은 딸 소우코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준다. 한 장소에 익숙해지기 전에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요코,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 가는 동네마다 악기점과 음악잡지를 찾아본다. 그런 그녀의 딸 소우코는 이유도 모른체 엄마와 다니지만 성장해 갈수록 점점 엄마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급기야 엄마를 떠나 기숙사로 혼자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충분히 감정이입이 될 만큼 두 모녀의 심리묘사가 섬세하다. 인생을 바꿔버릴 만큼 사랑했던 남자를 찾는 요코에 대한 안타까움, '하느님의 보트'를 탔다는 뜻모를 이유로 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소우코는 심리적 방황을 겪게되고 엄마와도 갈등이 생겨난다. 슬프게도 뼈가 녹아내릴만큼의 사랑을 해보지 않았고 아직까지 딸의 입장에 있다보니 나로써는 딸 소우코의 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자꾸만 있지도 않은 아빠의 이마뼈와 등뼈를 닮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마치 옆에 있는 것 처럼 아빠 이야기를 하는 요코를 보면서 화가 나면서 너무나 답답했다. 소우코의 입장이었다면 소우코처럼 홀로 서기를 선언했을 것이다.

 

단순하고 잔잔한 플롯의 스토리에는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페이소스가 섬세하게 담겨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가장 위험한 소설인 만큼 가장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 그녀들과 함께 하느님의 보트에 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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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 여자와 공간, 그리고 인연에 대한 공감 에세이
김효정(밤삼킨별) 지음 / 허밍버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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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작가 밤삼킨별의 사진은 다른 작가의 에세이에서 처음 만났다. 개인적으로 아주 선명하고 하이 테크닉의 사진들 보다는 어딘지 초점이 맞지 않거나 빛바랜듯한 실수로 찍은 듯한 사진이지만 느낌있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밤삼킨별의 사진은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그런 느낌들도 의도된 하이 테크닉이긴 하겠지만 작가의 감성이 더해져야만 이런 사진이 가능한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에세이 사뭇 기대가 많았다.

 

말하자면 생각과는 다른 에세이었다. 감성적인 사진과 그 속의 소소한 이야기이기는 했으나 어쩐지 작가가 하고 있는 마켓 밤삼킨별의 이야기가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여자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꽤나 공감하고 있었는데 마켓 밤삼킨별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부터는 조금은 지루했달까. 또 조금은 홍보 냄새도 나고. 작가 개인적으로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룬 소중한 공간이라는건 알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여자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카페를 열었던 이야기라고 했다면 조금은 나았을 텐데. 카페 인테리어나 그 속을 채운 소품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진 것 같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정보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처음에 나왔던 나의 방이라던가 작가만의 특별한 여러가지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에세이가 아쉬웠지만 밤삼킨별만의 사진은 너무나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렇게 소중한 마켓 밤삼킨별에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고 작가가 소중히 채운 그 공간에 가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질 것 같다.

 

그곳의 이야기니 마켓 밤삼킨별에 가서 책 속의 공간을 눈으로 보며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밤삼킨별만의 포근하고 소중한 공간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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